대학수학능력시험 성적표가 배부된 2일 고교 현장에서는 가채점 결과와 실제 성적에 따라 학생들 사이에 희비가 엇갈렸다.
서울 경복고 3학년 이상원 군(19)은 “국어, 영어, 수학은 1등급이 나왔고 사회탐구는 윤리 1등급, 한국사 2등급이 나왔다”며 “가채점 결과와 달라진 건 없지만 전반적으로 만족한다”고 말했다. 같은 학교 조영우 군(19)은 “이전에 봤던 모의평가나 기출문제 풀이를 통틀어 수능 점수가 제일 잘 나왔다”며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인문계열인 조 군은 국어B, 수학A, 영어, 한국사, 윤리와 사상 등 5개 과목에서 모두 1등급을 받았다.
반면 예상하지 못했던 등급 하락에 울상인 수험생들도 있었다. 서울 서초고 이모 군(19)은 “영어는 4등급으로 예상했는데 6등급이 나왔고, 국어와 수학도 한 등급씩 떨어졌다”고 말했다. 이 군은 “주변 친구들 중에서도 등급이 크게 하락한 경우가 많아 다들 멍한 상태”라며 “국영수와 탐구과목을 합쳐 총 5개 영역에서 12등급이 떨어진 친구도 있다”고 말했다. 경복고 3학년 박모 군(19)도 “가채점 때 화학이 4등급 나왔는데 성적표를 받아 보니 5등급이다”라며 실망감을 감추지 못했다. 이 학교 이과반의 한 학생은 수시모집에서 서울대에 지원해 합격을 눈앞에 두고 있었으나 수능에서 최저등급을 맞추지 못해 불합격했다.
학생들은 비록 수능이 어려웠지만 ‘물 수능(쉬운 수능)’보다는 낫다고 입을 모았다. 조 군은 “지난해 수능 문제를 풀어봤는데 올해 수능과는 비교도 안 되게 쉬웠다”며 “학생들 입장에서는 차라리 어렵게 나오는 편이 변별력도 생기고 어느 대학에 지원할지도 빨리 결정할 수 있어 낫다”고 말했다. 가채점 결과보다 등급이 떨어진 박 군도 “비록 결과가 좋진 않지만 지난해보다는 올해처럼 나오는 편이 낫다”며 “성적 분별이 돼야 대입도 생각하기 편하다”고 말했다.
입시지도에 돌입한 교사들은 중위권 학생들이 가장 걱정이라고 말했다. 3년째 고3 학생들의 입시지도를 해 온 이배용 경복고 교사(3학년 부장)는 “수능이 어려우면 재수생, 반수생의 강세 현상이 더욱 심해지기 때문에 재학생을 지도하는 일선 고교 입장에서는 이 부분도 고민”이라고 말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