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멜로디 뇌리 박혀 시험 방해 우려” 고3 수험생 금지곡 리스트 돌아
“집중력 저해” vs “강박이 문제” 전문가들도 의견 엇갈려
대학수학능력시험(17일)을 앞둔 김유석 군(18). 길거리를 다닐 때면 수시로 손으로 귀를 막는다. 통신사 대리점 등에서 울려 퍼지는 대중음악에 노출되지 않기 위해서다. 그는 “특정 멜로디가 뇌리에 박혀 수능시험을 망칠 수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고 말했다.
매년 수능이 가까워지면 고3 수험생 사이에 수능 전에 절대 들어선 안 되는 ‘수능 금지곡’ 리스트가 돈다. 주로 반복적 멜로디와 가사로 중독성이 강한 노래인 후크송(hook song)이 대부분이다. 아이돌그룹 I.O.I의 ‘픽미’(Pick me), 샤이니의 ‘링딩동’ 등이 대표적이다.
이 노래들은 △반복되는 멜로디 △조금 빠른 템포 △간단한 리듬 패턴 등을 가져 흥얼거리기 쉽다. 고3인 박모 양(18)은 “‘머리부터 발끝까지∼오로나민C∼’라는 비타민 CM송, 걸그룹 ‘트와이스’의 노래 ‘Cheer up’ 중 ‘친구를 만나느라 샤샤샤∼’란 부분이 자꾸 머릿속에서 맴돈다”며 “수능 날에도 생각날까 봐 걱정”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수능 금지곡’이 뇌리에 각인되는 효과는 분명히 있다고 진단했다. 배명진 숭실대 정보통신전자공학부 교수는 “후크송은 음악 속도가 약 120bpm(beats per minute·분당 박자 수)으로 사람이 가벼운 달리기를 마쳤을 때의 심장 박동수와 비슷하다”며 “후렴구는 한 번 발음할 때 보통 0.5초가 걸리는데 이는 관절을 한 번 움직이는 리듬과 같다”고 말했다.
서구에서도 특정 노래가 뇌리에서 사라지지 않는 현상을 ‘라스트 송 신드롬(last song syndrome)’이라고 부른다. 반면 빗소리 등 ‘백색소음(White Noise·일정 주파수 대역 소리)’이나 단조로운 클래식은 오히려 심리적 안정감을 높인다. 주민경 한림대 강남성심병원 신경과 교수는 “뇌에 약한 자극이 있으면 이를 무마하려는 작용으로 집중력이 높아지지만 후크송은 자극의 역치를 넘겨 집중력을 떨어뜨린다”고 말했다.
후크송 걱정을 떨치려는 ‘강박 스트레스’가 더 큰 문제라는 지적도 있다. 홍순상 한음한방신경정신과 한의원장은 “‘북극곰을 30초간 생각하지 말라’고 지시하면 더 생각나는 ‘북극곰 테스트’와 같다”며 “억지로 잊으려 하기보다 그때마다 길게 호흡하면서 마음을 편히 가지는 연습을 하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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