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안한 마음으로 임하길”…고요 속에 간절한 기도
조계사·명동성당, 시험 종료시까지 법회·미사 진행
2019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당일인 15일 오전, 수험생 자녀들을 고사장으로 배웅한 학부모들은 곧장 서울 조계사와 명동성당 등지를 찾아 간절한 마음을 담은 기도를 올렸다.
오전 8시40분부터 시험 종료시까지 수험생 학부모들을 위한 법회가 진행되는 조계사는 이른 시간부터 찾아온 신자들로 붐비는 모습이었다. 대웅전 안에 마련된 자리가 꽉 차자 일부 학부모들은 대웅전 밖에 깔개를 깔고 절을 하거나 멀찍이서 합장을 했다.
대웅전에서 흘러나오는 독경 소리가 경내에 낭랑하게 울려 퍼지는 가운데, 학부모 신자들은 대웅전 앞에 자녀의 이름과 생년월일이 적힌 촛불을 올렸다. 손이 금세 차가워지는 쌀쌀한 날씨에도 쉬지 않고 탑돌이를 하며 정성스레 기도를 하는 학부모도 있었다.
오형창씨(51)는 “평소 조계사에 자주 오는데 아이가 떨지 않게 해 달라고 기도하러 왔다”며 “편안한 마음으로, 평소에 하던 대로 시험을 보면 좋겠다”고 담담하고 소박한 소망을 전했다.
대웅전 앞에 ‘희망대학 합격발원’이라는 소원을 적은 종이를 매단 한 수험생 할머니는 “손녀가 대학교 1학년인데 작년에 합격한 학교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해서 한 번 더 수능을 치르게 됐다”며 “그저 원하는 학교에 합격했으면 하는 마음뿐”이라고 말했다.
같은 시각 서울 중구 명동성당에도 오전 10시부터 시작되는 미사와 피정에 참석하려는 신자들이 모여들었다. 초를 정성스레 봉헌한 뒤 성모상 앞에서 무릎을 꿇고 기도하던 한 학부모가 흐르는 눈물을 훔쳤다.
대성전 내부는 학부모들의 간절한 마음을 반영하듯 시종 고요하기만 했다. 미사가 시작되기 전부터 자리에 앉아 기도하는 학부모들 사이로, 막 도착한 사람들이 발걸음 소리마저 조심하며 조용히 착석했다.
정혜민씨(46·여)는 “생각보다 날씨가 춥지 않아 다행이지만 시험 전에 비염이 심해져서 걱정이다. 다른 아이에게 피해가 갈까봐 염려스럽기도 해서 마음이 오그라들었다”며 “부담이 될까봐 말도 많이 못 했는데 그냥 실수 없이 하던 대로만 하고 나오면 좋겠다”고 자못 걱정스러운 마음을 드러냈다.
첫째 아들을 고사장에 바래다주고 왔다는 김동희씨(51)는 “시험을 잘 보고 못 보고를 떠나 첫 아이가 대입시험을 보게 성장했다는 것 자체가 가슴 뭉클하다”며 “구애받는 것 없이 준비한 실력을 제대로 펼칠 수 있었으면 하는 마음으로 기도하러 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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