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듀플러스]사람이 아닌, 기술 중심의 4차산업혁명위원회 출범을 바라보며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9월 29일 03시 00분


지난 8월22일 ‘4차산업혁명위원회의 설치 및운영에 관한 규정’이 대통령령으로 공포됐다.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기도 했던 4차산업혁명위원회가 하루빨리 출범하여 대한민국이 4차산업혁명이라는 변화의 물결을 힘차게 가르며 항해해 나아가게 될 것을 생각하니 기대감마저 커졌다.

그런데 규정을 읽어 내려가며 걱정과 우려가 밀려들기 시작했다. 사람이나 역량, 교육에 대한 언급이 단 한글자도 없었기 때문이다. 위원회의 구성도 임기 1년인 25명의 민간위원과 5명의 당연직 위원을 둔다고 하는데 당연직 위원으로는 과기정통부, 중소기업벤처부, 산업통상자원부, 고용노동부 장관과 청와대 과학기술보좌관(간사)만이 참여한다. 누가봐도 4차산업혁명위원회가 사람이 아닌, 기술 중심의 위원회로 출범한다고 보게 되는 대목이다.

급하다고 서두르면 낭패를 보기 쉽상이다. 4차산업혁명을 대표하는 기술 개발에 전념해야 할 것 같지만 그렇지 않다. 4차산업혁명 시대의 본질을 파악해야 가장 효과적인 전략을 수립할 수 있기 때문이다. 얼핏보면 4차 산업혁명 시대는 기술이 인간의 삶에 보다 깊이 들어와 마치 기술 지배적인 사회인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4차 산업혁명 시대는 사람의 지위가 향상되고 사람들이 더욱 긴밀히 연결되며 비판적 사고와 창의력으로 복합문제를 해결해 나가는 사람 지배적인 사회이다. 즉, 사람과 기술, 과학과 인문학이 함께 조화를 이루는 융복합의 시대가 바로 4차 산업혁명의 본질임을 알고 4차 산업혁명 시대의 핵심역량을 갖춘 인재를 양성할 수 있는 교육의 변화에 중점해 나가야만 우리가 4차 산업혁명의 시대를 선도할 수 있게 될 것이다.

2016년 1월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린 ‘세계경제포럼(World Economic Forum: WEF)’에서 클라우스 슈밥(Klaus Schwab) 회장이 제4차 산업혁명 시대의 도래를 선포하면서 강조한 건 4차산업혁명 시대의 핵심은 기계가 아니라 사람이 먼저임을 올바로 인식해야 한다는 것이다. 지난 6월14일 기업을 대상으로 빅데이터 분석 서비스를 제공하는 ‘업테이크 테크놀로지(Uptake Technologies)’의 브래드 키웰(Brad Keywell)회장 역시 세계경제포럼에 기고한 글을 통해 기계의 부상이 아니라 사람의 지위와 역량강화가 4차 산업혁명의 핵심이라고 했다. 중국 최대 전자상거래 업체인 알리바바 그룹의 마윈회장은 지난 5월26일 중국 구이저우성에서 열린 빅데이터 박람회에서 지금과 같은 주입식 교육을 계속 한다면 앞으로 30년 후에 아이들은 아무런 직업도 찾지 못할 것이라며 교육의 변화를 강조했다.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 슬로건은 ‘사람이 먼저다’였다. 4차산업혁명이라는 새 시대를 항해해야 하는 대한민국호의 선장으로서 문재인 대통령은 이미 해답을 갖고 있었던 것이다. 답을 이미 손에 쥐고 멀리서 답을 찾으려 하는 형국이 되어서는 안된다. 손안에 쥔 답을 펼쳐 4차산업혁명위원회가 다가오는 4차산업혁명 시대를 제대로 준비하기 위한 컨트롤타워 역할을 수행해 나갈 수 있길 바란다.

류태호 美 버지니아주립대 평생교육대 교수·교육공학
#4차산업혁명위원회#류태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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