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우리 사회에는 진로교육을 되짚어보는 계기로 삼을 만한 두 개의 이야기가 등장했다. 하나는 아버지의 과도한 욕심이 만들어낸 숙명여고 시험문제 유출 사건이고 다른 하나는 명문가 출신 부모들의 처절한 욕망을 그려낸 TV 드라마 ‘SKY 캐슬’이다. 자녀들의 명문대 진학을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부모들의 안타까운 모습과 상위 1%의 기득권이 자신들의 사회적 위치를 고수하고 세습하려는 우리 사회의 민낯이 고스란히 드러나는 장면들이었다.
내 아이만의 성공을 바라는 부모 세대의 이기적인 몸짓은 자녀들에게 비뚤어진 심성을 심어줬고, 상위권 대학에 들어갈 좋은 떡잎의 아이들에만 초점을 맞추려는 일부 고등학교의 잘못된 진학지도는 공교육에 대한 불신을 키워냈다. 나만 잘되면 된다던 고약한 아이들은 점수 몇 점에 목숨을 걸고, 겨우겨우 명문대학에 진학하여 ‘갑질’과 기득권에 길들여지고 급기야 다수의 행복을 무참히 짓밟는 폭력자의 모습으로 변해 가는 경우도 있어 안타깝기만 하다.
주변이 온통 실패와 좌절, 불안과 공포, 원망과 불평으로 인해 불법과 폭력과 범죄로 가득하다면 나만 성공했다고 해서 행복한 삶이 될 수는 없다. 내가 조금 손해 보더라도 작은 불편을 견딜 만하고, 내 것을 조금 나누어 타인이 더 많이 행복할 수 있다면 그것이 옳은 방향이다. 모두가 항상 성공하거나 행복할 수는 없지만 실패한 사람도 다시 일어설 기회를 얻으며, 곁에서 응원해 주는 사람이 많은 사회가 행복한 세상이다. 실패할 자유가 없는 사회에는 불안한 미래만이 존재한다. 나만 성공하기를 바라는 사람은 주변의 실패를 주목하지 않기 때문이다.
학생들은 순간의 선택으로 변화될 자신의 삶에 대해 고민하며 상급학교와 전공 선택, 직장과 직업 결정 앞에서 머뭇거리게 된다. 그래서 교사들은 구체적인 학습 경험과 직업 체험, 직업인들과의 만남, 독서 등을 통한 깨달음의 기회를 제공하고 학생들은 자신의 흥미와 적성을 발현시킬 결정적 기제들을 얻기 위해 노력한다. 그럼에도 진로 선택의 기준은 천차만별이다. 공동선을 추구하며 국가와 사회를 위한 결정을 내리기도 하고 입신양명이나 재물, 권력을 기준으로 삼을 수도 있다.
따라서 진로교육은 올바른 삶의 가치를 분명하게 제시해주는 나침반 역할을 하지 않으면 안 된다. 다수의 행복을 추구하고 공공의 이익을 앞세우는 삶이 바람직한 것임을 깨닫게 해주어야 한다. 그렇게 하면 학교는 학생 스스로 실천하고, 자신의 꿈을 탐색하며 실패하더라도 다시 일어서는 연습을 익히는 가고 싶은 학교, 행복한 교육공동체 ‘스쿨 캐슬’이 되는 것이다.
학생들에게 꿈이나 희망을 물으면 대부분 ‘무엇’이 되고 싶다고 ‘명사(名詞)’로 답하곤 한다. 그리고 그 이유의 끝에는 ‘높은 위치, 강한 권력, 많은 소유’가 많았다. 그것은 그동안 우리 기성세대가 자녀들을 가정에서나 학교에서나 사회에서 명문대학 유명 학과만을 향해 질주하는 경주마로 길러왔던 결과라고 생각한다. 학교 진로교육은 교육의 본질과 궤를 같이해야 한다. 학생의 관심이나 소질, 적성과 상관없이 명문대학 학벌 위주의 사회적 분위기를 좇아, 어른들의 과도한 욕심과 욕망을 따라 진학하도록 안내하는 진로교육이 지속된다면 우리나라의 미래는 어떤 모습일지 감당할 수 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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