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TERVIEW 교육을 말하다 - 곽상욱 오산시장
‘온 마을이 학교’…정주 만족도 5년새 2배, 교육이 일자리 만들고 인구도 늘어
경기 오산시에서 ‘교육주도 성장’이 성공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교육도시 오산’은 SOC 중심의 성장을 대체할 수 있는 ’콘텐츠 중심 지역균형발전 정책’의 모범적 사례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오산의 교육주도 성장은 어린이부터 노인에 이르기까지 전 연령대의 시민을 대상으로 하기에
시민들에게 만족감이 높다.오산은 교육 여건 개선에 힘입어 정주 만족도가 2013년 36%에서 2017년 83.4%로 2배 이상으로 늘었고 인구도 2000년 10만 명 수준에서 2018년 22만 명으로 급증했다. 평균 연령은 36세로 전국에서 가장 젊은 도시 중의 하나다. 시는 교육에 연평균 50억∼60억 원(무상급식, 무상교복 지원비 제외)을 투자해 2019년 3월 현재 2111개의 일자리를 만들어 내는 성과를 냈다. 오산의 학령인구는 늘어나고 있으며 교육을 위해 오산으로 이주가 늘어나고 있는 등 한국의 여느 지방 도시들과는 다른 양상을 보인다.
오산의 ‘교육주도 성장’이 가능했던 요인은 시민의 의견을 반영한 정책, 콘텐츠 집중 투자, 10년 간 지속되고 있는 ‘단일 리더십’이 꼽히고있다. 교육은 단기간에 성과를 내기가 쉽지 않는 만큼 장기간에 걸쳐 일관된 정책을 밀고 나가야하는데 오산이 바로 이 경우에 해당한다는 것이다.
7일 2010년 오산시장에 당선 돼 연속 3기 동안 오산을 이끌고 있는 곽상욱 시장을 만나 ‘교육주도 성장’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다.
―교육으로 도시를 일으켜야겠다고 생각한 이유는…
오산에서 자랐고 세 아이의 아빠여서 교육문제에 관심을 갖는 것은 당연했다. 초등학교 학교운영위원장을 맡았을 때 고구마를 캐는 체험활동이 놀이공원 견학으로 바뀌는 걸 보고 교육 변화의 필요성을 느꼈다. 시민들이 교육에 불만이 많으니 자녀가 초등학교 4학년만 되면 인근 대도시로 이사를 갔다.
시장이 된 후 ‘교육 탓에 떠나는 오산을, 교육 덕분에 머무는 오산으로 만들겠다’는 목표를 이루기 위해 시민이 행복할 수 있도록 실천하는 행동가가 돼야겠다고 다짐했다. 아이를 정성들여 키워주면 그들이 고마움을 느끼고 다시 고향에 돌아와 살 때 행복한 공동체가 된다고 생각한다.
―교육이 오산을 어떻게 변화 시켰나.
도시의 정주성을 높였고 지역경제 활성화에 기여했다. 또 ‘아이부터 어르신까지 모든 시민이 배움으로 행복하고 나눔으로 성장’하는 선순환 시스템을 만드는 핵심 역할을 하고 있다. 학부모가 공교육 협력강사와 평생교육 활동가로 나서면서 일자리가 창출됐고 사회적 기업의 발판이 됐다. 마을 곳곳의 상점, 기관이 학생들의 체험처와 시민들의 학습공간으로 이용되면서 공동체 의식도 강화됐다.
―오산교육의 특징은 무엇인가?
‘온 마을이 학교’라는 슬로건이 혁신교육과 평생교육으로 구체화됐다. 42개 학교 3만 명의 아이들을 위한 혁신교육의 목표는 개개인의 특성을 존중해 사람답게 사는 능력을 터득하게 하는 것이다. 혁신교육은 진로교육과 닿아 있다.
초중고에 특화된 진로 프로그램도 있다. 초등학교는 6학년을 대상으로 실시하는 초등진로설계 프로그램, 중학교는 자유학년제 진로체험 프로그램인 미리내일학교, 고등학교는 일반고 학생들의 진로 진학을 모색할 수 있는 얼리버드 프로그램을 산·관·학 협동으로 진행하고 있다. 4월에는 진로진학상담센터를 열어 초중고 진로상담이력을 통합 관리하는 시스템을 도입한다.
시는 평생교육을 통해 ‘지속가능발전교육(ESD·Education for Sustainable Development)’을 구현하고자 한다. 평생교육기관인 오산백년시민대학은 시민들이 지속가능한 미래를 위한 가치, 행동, 삶의 방식을 체득하고 실천하게 함으로써 오산의 백년대계를 굳건히 세워나가는 데 역할을 하고 있다. 토론수업문화, 1인 1악기, 1인 1체육, 시민 참여 학교, 미리 내일학교, 얼리버드, 생존수영, 메이커 교육 등 오산 교육을 대표하는 다양한 프로그램도 있다.
―미래교육을 위해 어떤 준비와 역할을 하고 있나.
학생 중심 메이커 교육을 위해 준비하고 있다. ‘디자인 싱킹’을 강조하는 메이커 교육은 미래사회를 살아갈 우리 아이들에게 꼭 필요한 교육이다. 전국적으로 메이커 공간은 많이 있지만 학생들이 교육과정 속에서 이용할 수 있는 공간은 없다. 7월 ‘오산시 We-Make 센터’가 개관하고 학교로 찾아가는 메이커 교육과 ‘We-Make 페스티벌’도 할 예정이다. 1인 1외국어 지원 등도 추진하고 있다.
―오산시가 교육도시로 발전하는 데 역할을 한 시스템이 있다면…
‘교육도시 오산’은 모두가 함께 맺은 결실이다. 오산시와 화성오산교육지원청, 중간지원조직인 교육재단의 촘촘한 협업시스템이 모두가 교육으로 하나가 되는 데 역할을 했다. 세 기관 실무자가 정례회와 수시 회의를 통해 오산 교육정책에 대해 심도 있게 논의하는 혁신교육실무협의회도 꾸렸다. 오산의 교육정책을 한층 더 안정적이고 체계적으로 추진하는 밑바탕이 되고 있다.
―교육 성장에 필요한 것이 있다면…
제대로 된 시스템이 뒷받침돼야 한다. 교육부 폐지론이 나올 때 마다 공감한다. 시대 흐름에 맞는 정책을 내는 것 보다는 대학입시에 관련된 것만 잘하기 때문이다. 청년실업 문제를 거론하기 이전에 교육 시스템 부재를 누군가는 얘기했어야 했다. 청년 문제의 근원은 교육에 있다. 20대들이 대학 진학 우선이 아니라 자신에게 맞는 진로를 선택할 수 있는 시스템에서 교육받았다면 지금처럼 대학진학률이 70%나 되고도 30%나 되는 청년들이 놀고 있을까.
에르히 아호 전 핀란드 국가교육청장은 1972년부터 20년간 핀란드 교육개혁을 이끌었다. 노키아가 무너졌어도 핀란드가 무너지지 않은 것은 이 시대에 교육을 받은 30-40대가 버티고 있기 때문이다. 이들은 4800개의 IT 기업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하고 있고 이 덕분에 핀란드는 재도약을 할 수 있었다. 교육은 철학을 가진 사람이 뚝심 있게 꾸준히 밀고 나가야 한다. 이제는 대통령과 임기를 같이하는 교육부 장관이 나와야 한다.
―오산시 향후 비전은?
민선 7기에서는 오산 백년교육의 기반을 다지면서 글로벌 교육도시로 도약을 위해 노력하는 시기가 될 것이다. 올 7월 열리는 ‘미래교육 오산국제포럼’도 그 연장선상에서 이뤄지는 것으로 ‘오산 교육의 세계화’에 대한 방향을 탐색한다. 교육 분야 뿐만 아니라 도시재생, 스마트시티 등 다양한 분야에서도 살기 좋은 도시로 발전하도록 노력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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