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민 교수는 ‘다함이 없는 보물’ 같은 한문학 문헌들에 담긴 전통의 가치와 멋을 현대의 언어로 되살려온 우리 시대 대표 고전학자다. 고전부터 조선시대 실학자들의 삶과 공부, 차 문화, 꽃과 새 등 다양한 분야에서 연구를 했고 군더더기 없는 문장과 멋과 여운이 있는 글쓰기로 정평이 난 그가 10여 년간의 삶과 연구를 정리하는 산문집이다.
체수(滯穗)는 낙수, 유병(遺秉)은 논바닥에 남은 벼이삭이다. 나락줍기의 뜻이다. 추수 끝난 들판에서 여기저기 떨어진 볏단과 흘린 이삭을 줍듯, 수십 권의 책을 펴내면서 그동안 미처 담지 못하고 아껴두었던 이야기 50편을 모아 한 권으로 엮은 것이다. 일상을 해체하는 독서에서 얻는 즐거움부터 연암과 다산 두 지성에 관한 이야기, 질문의 경로를 바꿔야 비로소 열릴 인문학적 통찰에 관한 제언까지 다채롭고 풍성한 글을 만날 수 있다.
이 책은 정민 교수가 보낸 지난 시간들에 관한 살아 있는 증언이다. “한 편의 글마다 그 시절의 표정과 한때의 생각이 담겨 있다”는 저자의 말처럼, 학자로서의 연구와 경험, 철학 등 다양한 삶의 흔적들을 곳곳에서 느낄 수 있다.
이 책은 글의 성격에 따라 4부로 나눴다. 제1부 ‘문화의 안목’은 삶의 단상과 문화에 대한 생각을 담았다. 제2부 ‘연암과 다산’은 정민 교수가 사랑한 두 지성 박지원과 정약용에 대해 쓴 글이다. 제3부 ‘옛 뜻 새 정’은 옛일로 지금을 비춰본 짧은 글 모음이며, 제4부 ‘맥락을 찾아서’는 변화의 시대, 인문학의 쓸모와 공부의 방법에 대해 다룬다. 마지막 부록은 이제 막 대학 문에 들어선 신입생들에게 전하는 따뜻하면서도 촌철살인의 메시지가 담겨 있다.
정 교수는 한양대 국문과 교수로 재직 중이며 18세기 조선 지식인의 지식경영에서 한국학 속의 그림까지 고전과 관련된 전방위적 분야를 탐사하고 있다. 연암 박지원과 다산 정약용에 대한 책을 여러 편 낸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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