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교육부에서는 ‘공교육 혁신’이라는 미시적인 틀을 벗어나 ‘미래교육’으로 거시적 전환을 시도하고 있다. 중학교 진로교육 패러다임 전환이 절실해졌다. 지금 중학교 1학년은 1년 동안 필기시험을 치르지 않는다. 그대신 자유학년 제도를 통해 꿈과 끼를 키울 수 있는 다양한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있다. 자유학년제의 방향성은 맞다. 그러나 ‘기초학력 하락’이라는 우려도 함께 안고 있다. 일본의 유토리 교육의 실패에서 보듯 교육철학이 없는 교육제도의 혁신은 자칫 인재 양성의 방향성을 잃어버릴 개연성도 있다.
문·이과 구분이 없는 상태에서 교육과정은 개방형 플랫폼을 가진 형태로 과목 공부가 이뤄질 수밖에 없다. ‘빅 아이디어(Big Idea)’라는 하나의 개념을 여러 학문에서 어떻게 접목하고 있는지를 배우게 된다. 예를 들어 물리에서 어렵게 배우게 되는 ‘유체역학’의 개념을 ‘공중에 탁구공 띄우기’ ‘종이 글라이더 만들기’ 등의 실험으로 체득해 생활 속 개념으로 쉽게 이해될 수 있게 만든다. 이는 수학과 과학의 지속적인 흥미로 이어진다.
평가에 있어서도 객관식 문제보다는 답이 없이 학생들의 생각을 넣는 ‘추론’ 문제가 대세로 자리 잡아 가고 있다. 교육과정의 변화는 성적과 관계없이 중학교에서 모든 학생이 차별 없이 다양한 형태의 학습경험을 갖게 하는 이유이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 걸맞는 중학교 진로교육 인프라 구축이 중요해졌다. 로봇과 인공지능(AI)이 할 수 있는 직업군과 없어질 직업을 정확하게 예측하여 20년 후 학생들의 꿈이 사라지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한다. 새로 생기는 직업에 대한 가상 직업체험 및 진로지도도 필요하다. 다양한 자유학년제 프로그램 체험 결과 얻어진 비정형 빅데이터를 AI를 통해 예측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개발해야 한다.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시대를 살아가는 디지털 네이티브들에게 맞는 프로그램은 훨씬 정교하고 복합적이어야 한다. 각 학문 사이의 연결고리로서 진로교육을 지향해야 한다. 이러한 프로그램을 만들기 위해서는 개별 학교나 진로진학상담교사의 노력만으로는 불가능하다. 학교와 사회와 마을공동체가 함께 고민하고 나서야 한다. 시간을 미루어서는 안 된다. 지금 우리는 ‘신인류 성장교육’을 가르칠 준비가 돼 있어야 한다.
마지막으로 교육부가 해야 할 일이 있다. 현재 나이스 시스템은 생활기록부 입력 중심이어서 학년말에 선생님들은 학사감사에서 지적을 받지 않도록 생활기록부 입력 작업에 매몰될 정도이다. 이 부분이 개선되어야 한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적합한 AI와 빅데이터를 활용하여 진로 분석과 미래 직업도 예측할 수 있는 AI 나이스 시스템 개발을 제안한다. 학생도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살고 있지만 교사도 4차 산업혁명시대에 함께 살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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