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은희 대구시 교육감(55)이 요즘 ‘교육기본법 2조’를 하루에도 몇 번씩 되뇐다. 내용은 이렇다. ‘교육은 홍익인간의 이념 아래 모든 국민으로 하여금 인격을 도야하고 자주적 생활 능력과 민주 시민으로서 필요한 자질을 갖추게 함으로써 인간다운 삶을 영위하게 하고 민주국가의 발전과 인류공영의 이상을 실현하는 데에 이바지하게 함을 목적으로 한다’
강 교육감은 “2조를 좋아한다. 교육의 본질을 잊지 않으려고 매일 들여다보고 각오를 다진다”고 했다.
취임 1년을 맞는 강 교육감은 미래 대구 교육의 밑그림을 구체적으로 그리고 있다. 선생님이 가르치는 지식을 수동적으로 받는 차원을 넘어 원리와 사회 현상을 함께 비교 분석하고 스스로 지식을 찾아 미래를 준비하면서 주변과 더불어 성장하는 인성과 소통 능력을 갖게 하는 교육 시스템 토대를 이식하는 데 상당한 공을 들이고 있다. 지난달 20일 강 교육감을 만났다.
취임 1년, 아이들을 어떻게 잘 성장시킬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 컸을 것 같다.
“교육을 완전히 새롭게 얘기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역량에 대한 요구는 달라졌다. 과거 교육은 선생님 등이 주는 지식을 잘 따라가는 ‘Fast follower’를 육성하는 것이었다면 지금은 새로운 분야를 개척하는 선도 지식인, 즉 ‘First mover’를 키우는 방향으로 정책이 바뀌웠다. ‘대구미래역량교육’은 이런 흐름에서 과거를 끌어안고 다가오지 않은 미래를 스스로 만드는 역량을 키우는 데 초점을 맞췄다. 더불어 인성과 소통, 배려 능력도 성장시킬 수 있는 종합적 토대로 밑그림을 그려왔고, 긍정적인 변화가 있었다.” 교사를 시작으로 벤처기업가, 국회의원, 장관 등까지 다양한 인생 경력이 있다. 그 경험을어떻게 교육에 녹일 것인가.
“직업을 7번이나 바꿨는데, 그러다보니 다양성에 대한 이해가 빠르다. 교육 외적인 것을 받아들이는데 낯설지 않다. 학교 안 교육도 중요하지만 그 안에서 머무르는 건 한계가 있다고 본다. 학교 외부와의 연계 등을 통한 미래 교육에도 신경을 쓰고 있어야 아이들한테 ‘다양성을 키우자’라는 말을 할 수 있지 않나. 교육에 다양성을 입힐 수 있는 시스템을 준비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꼽을 만한 성과는.
“제주특별자치도교육청과 함께 IB프로그램(국제 바칼로레아 프로그램·스위스에 본부가 있는 비영리교육재단인 국제바칼로레아기구에서 만든 교육 프로그램으로 비핵심 개념 및 탐구 학습을 통해 학습자의 자기 주도적 성장을 추구하게 한다)을 도입한 것을 대표 성과로 꼽을 수 있겠다. 영어, 스페인어, 프랑스어 등 공식 언어로 된 107가지 교과 안내와 평가 및 연수 자료 등을 한국어로 번역하는 것을 시작했다. 학교 희망을 받아 괸심학교를 35개교로 확대했고, 후보학교도 9곳을 선정했다. 교사들이 이 프로그램 연수를 받고 있는데 올해는 4500명 대상으로 연수 과정이 진행될 거다.”
창의융합교육의 중심축이 될텐데, 교실 수업 개선의 효과가 크겠다.
“학습에 흥미가 없거나 진도를 못 따라가는 학생을 위해 교실을 어떻게 변화시킬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 있었다. 그때 변화를 줬던 게 자유학기제다. 아이들이 교실에서 자기 생각대로 진로를 탐색하고 활동하게 만드는 것이다. 이 노력이 바탕이 되어 IB프로그램을 도입했는데 교실의 역동성을 살리는 데 크게 기여할 것으로 본다.”
대구사대부초와 대구사대부중은 이미 3월부터 IB수업을 하고 있는데 아이들이 수업 활동에 적극적으로 나서더라. 한 주제를 중심으로 체계적인 탐구 학습을 한 아이들의 성적은 아이의 고유한 내신 평가로 완료된다. IB 인증 점수는 현재 서울대, 연세대, 성균관대 등 주요 대학 입시에 반영되는데 대구는 2024년 IB 인증을 받은 고교생을 졸업시키는 게 목표다.
비용이 많이 들어가고, 사교육을 부추길 수 있는 교육이라는 지적도 있을 수 있다.
“기존 국내 IB 학교들은 대부분 국제학교, 외국인학교다. 외국인 교원 채용이나 학교운영 비용을 학생들이 부담하는 구조이기 때문에 고비용이 들어가고 특권 교육이라는 비판이 있어 왔다. 하지만 교육청에서 한국어화해 IB프로그램을 운용하는 건 현재 공교육에 들어가는 비용 수준과 비슷하다. 더구나 IB프로그램 수업을 통해 창의적 사고에 기반한 교육 활동이 이뤄지기 때문에 사교육의 영향이 줄어들 것이다.”
대구는 진로 교육에도 관심이 크다.
“진로 교육 자체를 똑 떼어내서 할 수는 없다. 전체 교육 과정의 하나로 묶어줘야 하는 부분이다. 초등학교에 진로 교사가 있지만 전체 교사들과 협업 해야 하는 교육이다. 2015년 개정 국가교육과정에서 지향하는 철학에서 진로도 연결되는 한 꼭지다. 내가 나중에 무엇을 하고 싶다는 것을 끊임없이 탐색하고 진화시킬 수 있어야 한다. 그런 시스템을 제공하고 싶어서 진로진학센터를 만들었다. 대학진학 정보를 주는 서비스를 하고 있는데, 안착이 되면 진로 전체로 확산됐으면 한다.”
결국 학교 수업, 인성, 직업 교육과 하나의 흐름, 연계성을 갖지 않나.
“그렇다. 인문계, 실업계 학생뿐 아니라 특성화교의 진로교육 역시 학교에서만 머무르면 안 된다는 생각이다. 지역 사회와 좀 더 잘 매칭시켜 진로 교육을 받을 수 있게 할 계획이다. 특히 인문계 고교 학생들에게 진로에 대한 생각을 무한대로 넓혀줄 필요성이 있다. 교실 내에서도 실질적으로 다양한 진로 탐구를 해 성장하게끔 하는 데 힘쓸 것이다.”
대구 국제고가 2020년 개교한다.
“국제고가 대부분 영어 전문인데, 대구는 중국어에 중심을 둔 학교다. 중국어와 관련 국제 통상, 무역 분야 비즈니스 마인드에 집중한다. 교사 충원, 전문성 확보 등과 학생 선발 방식에 대해선 토론을 거쳐야 한다. 교육 과정에 대해선 체계화 논의가 있다. 교과 선택에 다양성을 주고 나중에는 IB프로그램 수업도 할 수 있는 방향으로 가닥이 잡힐 것 같다. 대학과의 교육 연계도 대구 지역의 발전에 있어서 중요한 포인트가 아닌가.
“대구는 특히 교육을 중심으로 커왔던 도시다. 그래서 교육에 대한 기대도 크다. 핀란드가 경제 위기가 왔을 때 교육으로 극복하지 않았나. 미래를 배우는 건 결국 교육에서 답을 찾아야 한다고 본다. 그런 면에서 대학과의 교육 연계는 절실하다. 대구에서 배운 학생들이 경북대나 대구경북과학기술원(DGIST)를 거쳐 대구에서 창업해 성공하는 생태계를 만들어주는 노력을 해보려고 한다. 두 대학과 창업 교육을 같이 해보자고 직접 제안 할 참이다.”
▼ 강은희 교육감은… ▼
1964년 대구 출생 / 효성여고 - 경북대 물리교육과 - 계명대 산업기술대학원 석사(컴퓨터공학) 소천 중·고 교사 / (주)위니텍 대표 / 전 한국IT여성기업인협회 회장 / 19대 국회의원 / 전 여성가족부 장관
대구=유재영 기자 elegant@donga.com 이종승 기자 urises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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