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기고]끼와 재능이 서로 다른 학생들의 개성이 존중되는 평가를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11월 12일 03시 00분


최승후 대화고 교사
최승후 대화고 교사
“역대 최악 국어, 난이도 조절 실패”, “역대 최고 물수능 영어 만점자 대폭 증가”.

매년 말 교육면 헤드라인을 차지하는 신문 기사다. 그런데 이상하다. 언론은 한 해 걸러 물수능, 불수능이라고 날 선 비판을 하는데 논조가 일정치 않다. 사실 수능은 문제가 쉬웠어도 대란이었고 어려워도 대란이었다. 안타깝게도 단 한 가지 예측 가능한 것은 ‘예측 가능하지 않다’는 그 사실뿐이다. 그런데도 우리는 수능은 공정하다는 환상을 품고 있다. 하지만 단언컨대 수능은 공정하지 않다. ‘2018년도 서울대 입시 현황’ 자료에 따르면 서울대 정시 입학생 3명 중 한 명은 16개 고교 출신이라고 한다.

부모의 경제 수준과 가장 상관관계가 높은 전형이 수능이다. 사교육의 주범은 국영수 과목이지 학생부종합전형(학종)이 아니다. 학종의 사교육 의존도는 일시적이고 국어, 영어, 수학에 비해서 미미하다. 또한 수능 평가방식이 영어, 한국사는 절대평가고 국어, 수학, 탐구는 상대평가로 다른 것도 문제다. 특히 탐구영역의 경우 변환표준점수를 반영하는 대학은 어떤 과목을 선택하느냐에 따라 유불리가 발생한다.

다시 수능 위주 선발로 돌아가자는 주장은 학종의 불공정성에 근거한다. 하지만 공정성의 잣대를 교육적 타당도로 달리 바꿔서 적용하면 학교 안 교육현상이 달리 보인다. 한 사람이 여러 가지 재주나 복을 다 가질 수 없다. 화려한 꽃들은 열매가 빈약하듯이 학생 개개인마다 재능과 끼는 다른 법인데, 수능 성적이 높은 학생이 대학에서도 잘할 거라는 예언타당도는 맞지 않다. 이는 대학의 종단연구가 잘 뒷받침해 준다. 학종으로 들어온 학생들 대부분이 학점과 만족도가 높은 반면 전과·자퇴율은 낮다고 한다.

수능이 결과 중심이라면 학종은 상대적으로 과정 중심이다. 그만큼 학생들이 자신을 보여줄 수 있는 기회가 많다는 뜻이다. 아프리카 격언에 ‘빨리 가려면 혼자 가고, 멀리 가려면 함께 가라’는 말이 있다. 학생부 중심전형은 ‘개인’의 역량도 평가하지만 ‘우리’에 더 큰 방점을 찍는다. 이 전형에서 창의적 체험활동이 강조되는 이유다. 또한 이 전형은 특히 인성을 강조하고 있기 때문에 학생들의 바른 태도와 생활을 유도하는 효과가 커서 인성교육 강화에도 많은 도움을 주고 있다.

학종은 이런 새로운 교육 패러다임을 제시하고 있지만 여러 문제점이 드러난 것도 사실이다. 이에 정부는 ‘2022학년도 대학입학제도 개편방안 및 고교교육 혁신방향’을 발표했고 고교현장에서 시행 중이다. 이 개선안에서 밝힌 로드맵과 2015 개정 교육과정을 준수하면 된다. 정치적 사안이 발생할 때마다 대입 제도와 교육과정에 손을 대면 교육은 ‘오년지대계’가 될 뿐이다. 얼마 남지도 않은 비교과를 축소하고 자기소개서를 폐지하면, 기록을 보고 선발해야 하는 대학은 뭘 보고 뽑아야 할지 난감하기만 하다.

학종의 근간을 바꾸기보다는 지적된 문제점인 공정성과 객관성을 개선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아야 한다. 단 한 명의 아이도 포기하지 않고, 줄 세우지 않는 교육의 출발점에 학종이 서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너무 쉽게 잊는다. 수능 시절에도 입시비리와 공정성 문제는 끊임없이 드러났다. 수능도 학종도 공정하지 못하다. 출발점이 다르기 때문이다. 그래도 과열경쟁과 과잉변별을 줄이고 4차 산업혁명 시대에 교육적으로 타당한 평가도구는 학생부종합전형이다.

최승후 대화고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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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에듀플러스#수능#학종#대학 입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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