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베라는 남자’의 작가 프레드릭 배크만의 신작 소설로 가족과 못 다한 삶을 후회하는 한 남자가 죽음을 앞두고 세상에 던지는 마지막 거래를 담은 이야기다.
사업가로는 성공했지만 아버지로서는 완전히 실패한 화자는 암 선고를 받은 뒤 과거는 돌이킬 수 없다는 사실에 맞닥뜨리게 된다.
화자는 매일 저녁 아들이 일하는 술집 창밖에서 아들을 바라보다 돌아온다. 고향에서 바텐더로 사는 게 충분히 행복하다던, 오래전 멀어진 아들이다. 죽고 나면 남긴 재산과 업적이 신문에 대서특필될 만큼 많은 것을 이뤘지만, 화자는 정작 소중한 사람들과 그 삶을 나누지 못했다.
지금이야말로 자신보다 성숙했던 아들에게 부끄럽지 않은 아버지가 될 마지막 기회일지 모른다. 화자는 자신의 삶이 실제로 가치 있었다는 사실을 증명해야만 한다. 그 답은 재산도 부동산도 아닌, 아들만이 줄 수 있다.
화자는 아들에게 암 병동에서 만난 한 용기 있는 여자아이의 이야기를 편지로 쓴다. 그림 그리는 것으로는 암을 이겨낼 수 없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지만, 어른들을 행복하게 해주기 위해 하루 종일 크레용으로 그림을 그리는 여자아이의 사연이다. 암 병동에는 언제부턴가 사망 명부를 든 여자 사신이 죽음의 그림자를 드리우고, 화자는 사신 앞에서 인생을 건 마지막 승부수를 띄워야만 한다. 객관적 수치로 삶이 판단되는 현대인에게 소설의 주인공은 낯설지 않은 초상이다. 작가는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평생 쌓아올린 모든 업적과 흔적을 내려놓을 수 있는지를 독자들에게 묻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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