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과 놀자!/나의 NIE]조수빈 (KBS아나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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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4월 2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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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문 끼고 살면 ‘성공’이 보여요”

오후 9시 뉴스는 매일 치르는 작문시험이다. 내가 가장 신경 쓰는 부분은 앵커 멘트다. 간결하면서도 사실을 정확하게 전달하고, 어려운 용어를 풀어 쓰면서 대중의 이해도를 높이는 일. 작가가 써준 원고에 입만 빌려주는 걸로 오해하는 분도 많지만 앵커는 연기자가 아니다. 뉴스 직전 앵커실에 와보면 전쟁터보다는 독서실에 가깝다는 걸 느낄 것이다.

끊임없이 인터넷을 검색하고 신문을 뒤적이고 방송기자가 쓴 리포트를 읽어보며 내용을 두 문장 정도로 압축하는 작업을 한다. 그때는 완전히 혼자다. ‘주제문을 작성하시오!’ ‘이 글을 효과적으로 소개하시오! 단 두 문장 내로!’ 이런 문제를 매일 혼자 풀다 보면 뉴스 들어갈 시간이 된다.

내 책상은 일간지 10종과 경제지 주간지 월간지가 홍수를 이룬다. 양이 워낙 많아서 토씨 하나 안 빼고 다 읽는다면 스튜디오에 못 들어간다. 신문을 보고 화제가 무엇인지 중요도를 파악한 다음, 오후 2시 정도부터 나오는 방송원고와 비교한다. 신문에 참신하거나 핵심을 찌르는 표현이 있으면 줄을 긋거나 따로 적어둔다. 처음 앵커가 됐을 때는 신문을 오려 스크랩북을 만들었는데 최근엔 스마트폰이 일손을 덜어줬다.

같은 사건이라도 신문사마다 논조가 다르다. 앵커라면 이 부분도 놓치지 말고 파악해야 한다. 자칫 한쪽으로 치우치는 실수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다른 방송국 앵커가 똑같은 뉴스에 대해 어떤 멘트를 했는지까지 비교하면 앵커로서 예습과 복습이 끝나는 셈이다.

어릴 때부터 신문을 끼고 살았다. 입시를 준비할 때, 아나운서 지망생이었을 때, 방송사에 입사한 후에도 스크랩은 나의 중요한 습관이었다. 독자 투고란에 글을 보낸 적도 많다. 따로 과외 받은 적이 없는데도 논술이나 국어시험에서 늘 좋은 점수를 받은 건 그 덕분일까. 사회 과학 역사 등 모든 분야의 정보가 망라돼 있으니 언론사 입사 시험을 준비할 때도, 앵커가 된 후에도 큰 도움이 됐다.

대학생 때 인턴기자를 잠깐 하면서 글 쓰는 기자를 꿈꾼 적도 있지만 결국 방송국 아나운서가 됐다. 아직 부족한 점이 많지만 나 자신을 갈고닦는 과정에서 신문을 읽는 일이 중요한 작업임을 강조하고 싶다. 방송국 직원이 신문을 너무 많이 칭찬 했나?

조수빈 KBS아나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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