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과 놀자!]읽고, 생각하고… 부고기사로 세상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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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6월 1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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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보는 삶… 자신의 부고기사 써본 적 있나요?

신문이 알려주는 소식 중 하나는 ‘부고(訃告)’입니다. 세상을 떠난 사람들의 삶을 기록하는 기사이지요. 기사로 정리된 그 사람의 일생은, 독자가 배워야 할 것을 알려주고 앞으로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에 대해서 하나의 본을 보여줍니다. 그래서 부고는 슬프면서도 의미 있는 기사이지요.

동아일보 6월 8일자 A12면.
동아일보 6월 8일자 A12면.
김준엽 전 고려대 총장이 7일 세상을 떠났습니다. 동아일보 8일자 A12면에 실린 ‘총리직도 사양…학자 지조 지킨 長征(장정)의 삶’ 기사는 다음과 같이 시작합니다. ‘7일 별세한 김준엽 전 고려대 총장은 지조 있는 지성이자 중국 내 한국학 전파자, 광복군에 투신한 독립투사로 다양한 면모의 삶을 살았다. 이 같은 자신의 삶을 그는 1987∼2001년 펴낸 자신의 회고록 ‘장정(長征)’ 다섯 권에 담았다.’

김준엽 전 총장의 부고를 보면 그가 일제강점기 광복군으로 독립운동에 헌신했다는 사실, 수차례 관직을 제안받았지만 학문에만 전념한 지조 있는 지성인이었다는 점, 독재정권의 탄압과 간섭에 맞서다 고려대 총장직에서 물러나야 했던 사정 등 그의 꼿꼿한 삶을 돌아볼 수 있습니다. 기사를 읽다 보면 김 전 총장이 어려움을 겪었던 순간엔 안타까움이 느껴지고, 이런 난관을 이겨내면서 업적을 이루었을 때는 감동을 느낍니다. 그러면서 강인한 지조와 겸허한 모습에 닮고 싶은 마음을 갖게 됩니다.

1. 신문의 부고 기사를 챙겨 보세요

미국의 중고교 작문수업 때 가장 많이 나오는 과제 중 하나가 ‘자신의 부고 기사를 쓰라’는 것이라고 합니다. 먼 훗날을 가정해서 자신의 삶을 객관적으로 돌아보는 기사를 쓰다 보면 어떻게 살 것인가에 대한 성찰을 얻게 되고 인생에 대한 의지와 열정을 갖게 된다고 하네요. 실제로 죽음은 누구도 피할 수 없기에 인간은 죽음 앞에서 겸허해질 수밖에 없습니다. 죽음이 있기에 유한한 인간이 무한한 삶의 가치를 고민하고 실천할 수 있는 것이지요. 죽음에 대해 톺아볼 때 비로소 삶은 더욱 풍요로워집니다.

이제 자신이 나이가 많이 들었다고 가정하고 자신의 한 생애를 써보면 어떨까요? 짧지만 자신의 삶을 돌이켜 보고 무엇을 잘했는지 겸손하게 되짚고 무엇을 못했는지 냉철하게 반성하는 솔직한 글을 써 보세요.

또 다른 형식으로 글을 써볼까요. 다이너마이트 발명자인 알프레드 노벨은 신문사의 실수로 나온 자신의 부고 기사를 읽게 됩니다. 자신을 ‘죽음의 상인’으로 일컫는 것을 보고 너무도 충격을 받은 나머지 삶의 자세를 완전히 바꿉니다. 인류의 행복에 기여하고자 노벨상도 만들지요. ‘죽음’에 대한 성찰이 진정한 삶에 얼마나 중요한지 잘 보여주는 사례이지요. 자, 노벨이 가족들에게 어떤 유언을 남겼을지 상상하는 글을 써보세요. 어떤 직업과 연령의 자식들에게 어떤 유언을 남겼을까요?

부고 기사는 세상을 떠난 사람이 누구인지, 가족들의 관계를 통해서 주로 소개됩니다. 누구의 장인이면서 누구의 시아버지이고 다시 누구의 동생 식으로 가족의 관계와 가치를 따져 볼 수 있습니다. 혈육과 결혼이라는 관계가 어떻게 펼쳐지고 있는지도 확인해 볼 수 있지요.

부고 기사를 꾸준히 스크랩해 보세요. 어떤 사람들이 부고 기사의 주인공이 되는지 따져보고 기사의 특징이나 시대별 부고 기사의 흐름 같은 것도 찾아낼 수 있을 겁니다.


2. 한 사람의 생애에 관한 특집 기사를 준비해 볼까요

허병두 서울 숭문고 교사 책따세 대표
허병두 서울 숭문고 교사 책따세 대표
신문은 본격적으로 세상을 떠난 사람의 생애에 관한 특집 기사를 싣기도 합니다. 호국의 달인 6월에는 나라를 위해 목숨을 바친 호국영령들의 희생을 추모하는 기사가 나오기 쉽습니다. 또한 법정 스님이나 김수환 추기경 같은 위대한 인물이 운명하시면 생전의 업적과 인품 등에 대해 대서특필하게 됩니다.

이제 본격적으로 세상을 떠난 분들 중 한 분을 선택해 그 사람의 생애를 정리해 보세요. 그분의 일생이 어떠했는지, 어떤 업적을 이루어서 다른 사람들에게 모범이 되었는지, 가까운 주변 사람들이 그분을 어떻게 기억하고 평하는지 등을 적어봅시다. 이 글을 쓰고 나면 여러분은 작은 위인전을 쓴 것입니다.

어떤 기사를 준비하면 좋을지 기사의 제목과 종류를 먼저 메모해 보세요. 힘들면 신문에서 비슷한 기사들을 찾아 확인해보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허병두 서울 숭문고 교사 책따세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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