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과 놀자!/나의 NIE]전우택 연세대 의학교육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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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11월 2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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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설기사-칼럼으로 ‘생각키우기 시험’

“윽! 교수님, 문제가 너무 어려워요!” 이번 학기에 연세대 의대 의예과 1학년 학생들은 매주 월요일 1교시를 시작할 때 지난 1주일 동안의 동아일보 신문 내용을 가지고 다섯 문제의 시험을 치른다. 학생들에게 쉽지 않겠지만, 사실은 문제를 출제하는 교수에게도 쉽지 않다. 신문활용교육(NIE) 수업을 의대 교육에 도입한 취지에 적합한 문제를 고르기가 매우 어려웠기 때문이다.

요즘 젊은 학생들은 신문을 읽지 않는다. 세계에서 가장 정보화된 국가에 살면서 가장 많은 정보를 가장 쉽게 접할 수 있는 여건에 있지만, 이들이 접하는 정보의 가장 큰 문제는 두 가지다.

첫째는 뉴스 가치가 없는 뉴스를 집중적으로 접하고 (예를 들어 연예인이 어떤 프로에서 어떤 웃긴 실수를 하였다는 식의), 둘째는 인터넷을 통해 극도로 단순화된 스트레이트 기사성 뉴스만을 접한다는 점이다. 어떤 배경을 가진 사건이며, 그것을 해석할 때는 어떤 지식과 시각이 필요한지를 이야기하는 해설기사나 칼럼, 그리고 사설은 절대로 읽지도, 접하지도 않고, 또 못하는 것이 우리 학생들의 현주소다.

이것이 우리가 이번 학기 연세대 의대 의예과 1학년 수업에 NIE를 도입한 이유다. 수업의 목적은 단 하나다. 생각하며 쓴 글을 읽고 생각하기. 이런 목적을 이룰 수 있는 시험문제는 어떤 유형이어야 할까?

나는 단순한 시사 상식 문제를 내지 않기로 했다. 무엇보다 해설 기사나 칼럼을 읽지 않았으면 절대로 답을 쓸 수 없는 문제를 내기로 했다. 그런데 조건에 맞는 시험문제를 내기가 쉽지 않았다. 시험문제 다섯 개를 출제하는 데 2시간 이상의 집중적 노력이 필요하다. 그동안 출제한 문제 하나를 여기에 소개한다.

“9월 23일자 ‘나를 있게 한 그 사람’이라는 글에서 지휘자 금난새는 독일에서 첫 입학시험에 떨어지고 의기소침하여 있었다. 이때 그의 평생의 멘토가 되었던 라벤슈타인 교수는 그에게 무엇이라 이야기하여 큰 용기를 얻게 되었나? 답: 훗날 훌륭한 사람이 되었을 때, 아무도 너의 오늘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있지 않을 것이다.”

우리 학생들은 이런 의도를 알까? 생각하며 쓴 글을 읽고 생각하는 능력을 키워야만 앞으로 이들이 마주쳐야 하는 한국의, 북한의, 그리고 전 세계의 고통을 제대로 해결해나갈 수 있는 국제적 리더가 된다는 사실을? 아니, 그보다도 이 문제를 내느라고 지금 문제를 푸는 학생보다 교수가 더 쩔쩔맸다는 사실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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