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과 놀자!/나의 NIE]조재형 ㈜피알원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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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12월 1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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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생활 초기 보고서 쓸때 ‘교과서’

사회 초년병 시절, 기업체 홍보담당으로 첫 보직을 받았을 때 업무가 아주 낯설었다. 홍보실에는 국문학이나 신문방송을 전공한 사원이 주로 포진했는데 경영을 전공한 나로서는 보도자료를 작성하고 언론의 메커니즘을 이해하는 일이 무척이나 힘들었다.

당시 동아일보는 석간이어서 낮 12시경이면 초판이 사무실로 배달됐다. 신문 보는 일이 업무인지라 신문과 자연스레 친해졌다. 신문을 꾸준히 읽다 보니 1년도 안돼 보도자료 구성과 사회 전반의 이슈에 박식한 홍보맨으로 성장하는 밑거름이 됐다.

동아일보가 경제섹션을 도입하고 다양한 관점의 기사를 소개하게 된 뒤로는 기업 내 정보보고서를 깔끔하게 작성할 때 많은 도움을 받았다. 남들 일할 때 신문을 보면서 노는 게 아니라, 내가 직접 경험하지 못한 다양한 세계와 접하는 시간은 나를 개발하는 데도 더할 나위 없이 유익했다. 다른 부서의 친구들은 업무시간에 신문 펴놓는 나를 부러워했다.

신문은 문장력을 기르는 데는 물론이고 사회 현상에 대한 나름의 관점을 형성하고 사업적인 아이디어를 갖는 데 훌륭한 선배 역할을 했다. 입사 1년 만에 내가 선임이 되면서 팀에 선배가 없어졌지만 신문을 읽고 스크랩하면서 일가견을 갖게 됐다. 지금도 다양한 영역에서 자문 역할을 하며 큰 어려움 없이 대응하는 것도 오랫동안 신문을 보며 축적된 내공의 힘이라 생각한다.

홍보회사를 경영한 지 20년이 되어가는 지금도 직원들의 보도자료 구성을 봐주면서 인터넷보다는 신문 읽기를 강조한다. 대학을 갓 졸업한 신입사원은 다양한 관점을 끌어내 긴 호흡의 문장을 만드는 것을 힘들어한다. 이런 사원들에게 단순한 암기가 아니라 현상을 이해하고 다양한 시각으로 여러 접근법을 구상하는 기획업무에는 신문 읽기가 중요하다고 계속 조언한다.

신문은 집에서도 유익한 역할을 한다. 중학생인 막내아들은 신문을 갖고 논술 공부를 같이하자면 무척 좋아한다. 다양한 이슈에 대해 독창적인 시각을 갖도록 어떤 주제에 대해 토론하는 시간을 가지면 아들은 학교에서 배울 수 없는 다양한 사회 현상에 관심을 갖고 시각을 넓힌다. 선생님의 견해와 아빠의 견해를 비교하면서 나름대로는 중용의 길을 배우는 느낌도 든다.

나는 학생들이 논술학원에 다니는 데 회의적이다. 신입사원 면접 때 천편일률적인 사고나 관점으로 답변하는 이유는 테크닉만 배운 병폐 때문이라 생각한다. 논술의 기교를 배우기보다는 다양한 관점과 사회문제에 대해 자신의 시각을 갖는 일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이런 이유로 아들에게도 신문을 꾸준히 읽도록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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