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과 놀자!]고리원전이 무슨 일로 멈춘걸까? 규칙의 필요성을 함께 찾아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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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3월 2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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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 3월 24일자 A1·2면은 세계은행 설립 후 동양계로는 처음 총재로 지명된 김용 미국 다트머스대 총장 이야기로 가득했습니다. 5세에 이민을 온 동양인 의사를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은 어떻게 세계은행 총재로 발탁했을까요.

기사에 나오는 김 총장의 삶을 통해 동양인 최초로 아이비리그 대학 총장이 되고 187개 회원국을 가진 세계은행 총재로 발탁된 배경을 찾을 수 있습니다. 다름 아니라 높은 사고력과 바른 인성이지요.

저는 지난해 말에 미국과 영국의 학교 6곳을 찾아갔습니다. 철학과 운영 방법이 모두 달랐지만 공통점이 있었습니다. 처음 보는 우리 일행에게 모든 학생이 밝게 웃으며 인사했습니다. 또 편하게 지나가도록 길을 비켜주고 문을 열어줬습니다. 묻는 말에는 눈을 맞추며 답하는 등 바르고 예쁜 태도가 인상적이었습니다.

학내선 ‘스마트폰 안 쓰기’ 약속


하루 종일 학교에 머물면서 지켜봤습니다. 학생들은 쉬는 시간에도 휴대전화를 갖고 놀거나 통화를 하지 않았습니다. 가끔 스마트폰을 활용하는 수업을 제외하면 학교 안에서 스마트폰을 사용하지 않는다고 하더군요.

심옥령 청심초등학교 추진위원장
심옥령 청심초등학교 추진위원장
어떻게 가르쳤기에 학생들은 스마트폰을 사용하지 않을까요. 약속과 규칙을 명확하게 정하고, 언제나 잘 지키도록 지도한 결과였습니다. 규칙을 지키는 일 못지않게 규칙을 만드는 과정 자체도 교육적으로 이끌면 좋습니다. 다음과 같은 순서로 말이죠.

① 규칙의 필요성 알아보기

학급의 규칙을 만들기 전에는 필요성을 학생들이 느끼게 해야 합니다. 새 학기가 되면 저는 여러분 모두를 소중하게 생각하고, 크게 성장하도록 돕는 선생님이 되겠다고 약속합니다. 그러고 나서 우리 학급이 편안하고 행복하게 지내려면 어떻게 해야 할지를, 내게 부탁할 내용과 학생의 행동으로 나누도록 얘기합니다. 브레인스토밍에 해당합니다.

브레인스토밍은 말 그대로 머릿속에서 폭풍이 일어나듯, 빨리 생각을 해서 말하는 토의 방법입니다. 누가 무슨 이야기를 하든 비판하지 말고, 많이 말하라고 얘기합니다. 학생들이 돌아가며 발표할 때마다 저는 칠판에 정리합니다. 의견을 모으는 과정에서 학생이 적극 참여하게 만드는 겁니다.

② 모둠토의로 의견 모으기

4명씩 짝을 지어 모둠을 만들고 모둠마다 스티커를 10개씩 나눠줍니다. 칠판에 있는 여러 아이디어 중에서 행복한 학급을 만드는 데 가장 필요한 내용을 골라 스티커를 붙이게 합니다.

여기서 가장 중요한 점은 모둠의 의견을 모으는 일이고, 특히 가장 필요한 일을 고르는 일이라고 말합니다. 각각의 모둠에서는 어느 의견이 가장 좋은 아이디어인지를 고민하고 토의해서 스티커를 붙입니다.

③ 학급 전체의 의견 조절하기

학생들이 낸 아이디어에는 스티커를 하나도 못 받은 것도 있고 여러 장의 스티커를 받은 것도 있습니다. 추천을 받지 못한 아이디어는 지우고, 나머지를 어떻게 하면 좋을지 학생들에게 물어봅니다.

다음에는 비슷한 내용을 묶거나 표현을 고치는 식으로 조절하였습니다. 이제 아이디어가 10개 정도로 줄었습니다. 많은 의견을 모아놓고, 조금씩 줄이는 식이었지만 학생 모두가 참여하니 즐거워합니다. 자기 의견이 빠졌다고 기분 나빠하지도 않고요.

④ 학급의 약속 정하기

마지막으로 남은 의견 10가지를 다시 5가지로 모아야 합니다. 너무 많으면 잊어버릴 수 있으니까요. 가장 필요한 약속이 무엇인지 5가지로 줄이도록 얘기합니다. 학생들은 머리를 맞대고 이렇게 정리합니다. 남에게 피해를 주지 않기, 정직하기, 친구를 존중하고 배려하기, 친절하기, 약속 잘 지키기.

저는 이 단계에서 신문을 활용합니다. 예를 들어 동아일보 3월 24일자 A30면을 보면 ‘감사합니다’라는 제목의 문화칼럼이 나옵니다. 필자인 차동엽 인천가톨릭대 교수는 우리 모두가 ‘감사합니다’ 또는 ‘축하합니다’ 같은 말을 생활화하는 것이 국민소득 3만 달러 시대를 이끌 비책이라고 주장합니다. 글을 읽어주면서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남을 배려하는 마음이 중요하다고 강조하면 학생들이 고개를 끄덕입니다.

⑤ 구체적 규칙 정하기

남에게 피해를 주지 않기, 정직하기, 친절하기. 약간 추상적인 내용이니 구체적인 규칙으로 만들어야 학생들이 실천하기가 쉽겠죠. 저는 다시 질문을 합니다. 어떻게 행동해야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주지 않을까, 친구를 존중하는 행동에는 무엇이 있을까….

학생들은 교실, 복도, 운동장, 화장실, 교문 근처에서 어떻게 행동해야 남에게 피해를 주지 않고 친절한지를 다시 고민합니다. 이렇게 나온 내용이 학급의 규칙이 됩니다. 크게 써서 교실에 걸어두고, 나중에라도 더 넣을 항목이 있으면 토의를 해서 추가 또는 수정하도록 합니다.

⑥ 규칙 지도하기

함께 만든 규칙이 행복한 학급을 만드는 데 꼭 필요하다고 강조합니다. 그리고 말할 때와 들을 때의 태도, 학습자료 정리하는 법, 친구와 협동해서 놀거나 공부하는 법에 대해 설명합니다.

또 하나, 학생 한명 한명이 행복한 학급을 만드는 데 꼭 필요하다고 얘기합니다. 규칙을 잘 지키면 다른 사람들도 여러분을 좋아한다고 말합니다. 학교와 집에서 규칙을 잘 지키도록 교사와 부모가 구체적으로 지도하고 학생들이 잘 따르면 학교를 즐겁게 다닐 겁니다.

규칙을 어기면 찾아오는 혼란

동아일보 3월 21일자 A12면에 고리원전 1호기 사고에 관한 기사가 실렸습니다. 규칙을 지키지 않으면 얼마나 나쁜 일이 생기는지를 알려줍니다. 다음과 같은 방법으로 얘기하고 토의해서 규칙의 중요성을 이해하도록 도와주세요.

① 내용 파악하기

기사를 읽으며 어떤 종류의 사고인지, 원인이 무엇인지를 찾게 합니다. 이어 직접적인 원인이 생긴 까닭을 두 가지 정도 더 찾게 합니다.

② 문제 발견하기

비상 매뉴얼대로 대체교류발전기를 돌리지 않고 외부전원을 연결하는 바람에 사고가 생겼습니다. 왜 이렇게 했을까요? 규칙을 무시하고 비상 매뉴얼대로 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비상 매뉴얼을 어떻게 실행하는지 가르치지 않았다는 사실을 알게 됩니다.

③ 재발 방지 의견 모으기

사고의 내용과 원인을 이해한 다음에는 비슷한 일이 다시 일어나지 않도록 얘기를 나누게 합니다. 재발 방지에 필요한 일을 학생들이 하나씩 카드에 적고, 설명하도록 지도합니다. 이렇게 해서 모은 의견이 새로운 규칙이 되겠죠.

④ 학급 의견 알리기

규칙의 중요성을 알고, 새 규칙을 만들었으면 학생들의 의견을 다른 형식의 글로 정리하라고 말합니다. 원자력발전소 소장에게 e메일을 보내거나 신문에 독자투고로 보낼 수도 있겠죠. 이런 활동을 통해 학생들은 더 적극적으로 생각하고 실천할 겁니다.

심옥령 청심초등학교 추진위원장
#신문과놀자#규칙의필요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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