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과 놀자!]신문은, 내 글의 빈틈을 채워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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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5월 3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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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진흥재단 ‘신문논술대회’ 1292명 응모해 123명 수상
수상자들이 말하는 ‘신문’

서울 강북구 삼각산중학교 학생들이 신문기사에 나오는 그래프로 미래행복 지표를 만드는 모습. 신문활용교육(NIE) 시간에는 이처럼 글과 사진, 그래프 등 모든 요소를 활용하면 효과적이다. 동아일보DB
서울 강북구 삼각산중학교 학생들이 신문기사에 나오는 그래프로 미래행복 지표를 만드는 모습. 신문활용교육(NIE) 시간에는 이처럼 글과 사진, 그래프 등 모든 요소를 활용하면 효과적이다. 동아일보DB
《“신문은 공부에 대한 흥미를 유발했고 사회 이슈를 알게 했으며 기자에 대한 꿈을 꾸게 했다.” 한국언론진흥재단이 30일 발표한 ‘2012 신문논술대회’ 수상자들의 말이다. 이 대회는 중고교생 대학생 일반인이 신문을 읽으면서 느낀 매력과 활용법을 알리기 위해 마련됐다. 2010년부터 해마다 열리는데 이번에는 1292명이 응모했다. 대상은 서울 대원외고 2학년 윤여동 군이 받았다. 분야별 금상 수상자는 △중학부 이예신 군(서울 이수중 3학년) △고등부 안혜빈 양(경기 부천여고 1학년) △대학부 이재성 씨(성균관대 경제학과 4학년) △일반부 이선미 씨(여) △학부모부 이란경 씨(여)다. 전체 수상자 123명의 명단은 재단 홈페이지(www.kpf.or.kr/contest)에서 볼 수 있다. 》
▼ 대상 대원외고 운여동 군▼

좋은 기사 ‘손가락지수’ 평가, 내가 편집국장이 된것 같아

윤여동 군(17·사진)은 ‘갤럭시 서프라이즈! 삼성전자 1분기 영업이익 5조8000억 원’과 같은 경제기사를 보는 재미에 푹 빠져 있다. 시작은 중학교 2학년 때 ‘괴짜경제학’을 읽으면서였다. 미혼모 마약중독 조직폭력 같은 사회병리 현상을 경제논리로 풀어낸 내용이 신선했다. 복잡한 방정식일 뿐이라는 선입견이 깨진 뒤부터 경제학에 매료됐다.

하지만 고등학교 2학년이 돼서 배우기 시작한 경제과목은 실망감을 줬다. 교과서 속 이론은 너무 재미없었다. 윤 군은 고민했다. 좀 더 흥미롭고 현실적인 경제지식을 얻을 수는 없을까. 책은 시의성에 한계가 있었고 인터넷은 믿음이 가지 않았다.

신문을 선택했다. 처음에는 당황스러웠다. 신용부도스와프, 지급준비율, 평가절상…. 경제면을 가득 채운 생소한 어휘에 식은땀이 흘렀다. 거실 한쪽에 들춰보지 못한 신문이 자꾸 쌓였다.

그래서 파일을 만들기로 했다. 매일 경제기사를 하나씩 골라 노트에 붙였다. 중요한 개념에는 표시를 했다. 또 자기 스스로 기사평가 시스템인 ‘요절복통 손가락지수’를 만들었다. 손가락이 다섯 개면 최고의 기사, 한 개면 형편없는 기사라는 뜻이다. 윤 군은 “메모에 평가까지 마치면 내가 데스크나 편집국장이 된 것 같아 재밌다”고 말했다.

아는 만큼 보인다고 했던가. 경제기사가 점점 잘 읽혔다. 윤 군은 매일 신문을 읽으며 경제학자의 꿈을 키우고 있다.
▼중학부 금상 이수중 이예신 군▼

매일 아침 20분씩 신문읽기, 칼럼서 느낀점 블로그 올려

이예신 군(15·사진)은 초등학교 6학년 때 처음 신문을 접했다. 필리핀에서 1년간 공부하고 돌아온 이 군에게 아버지가 “사회 적응에 가장 좋다”며 권했다.

시사 얘기는 좀 어렵게 느꼈다. 예를 들어 전직 대통령의 검찰 조사에 관한 기사는 좀처럼 이해하기 힘들어 아버지에게 물어가며 읽었다. 이 군이 기사를 읽고 한 달 뒤 전직 대통령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이 군은 “읽었던 기사들이 살아나는 기분이었고, 마치 내가 사건 현장에 있는 듯했다”고 말했다. 그리고 생각했다. 아버지도 이런 기분 때문에 매일 아침 신문을 읽는지.

매일 아침 20분씩 아버지와 함께 신문을 보기 시작했다. 판타지소설이나 추리소설만 보던 이 군에게 그날의 중요한 뉴스를 다루는 신문은 신기했다. 아버지는 주로 정치면에 관심을 가졌지만 이 군은 사회면과 국제면이 재미있었다.

어느 날 인터넷 뉴스와 신문에서 같은 내용을 너무 다르게 다루는 모습을 보고 혼란스러웠다. 어머니는 이 군에게 칼럼을 읽어보라고 권유했다. 칼럼을 요약 정리해보고 자신의 생각을 썼다. 같은 사안에 대해 남들은 어떻게 생각하는지, 이유는 무엇인지 알 수 있어 좋았다.

문득 직접 글을 써보고 싶었다. 이 군은 남들의 의견을 듣고 싶어 자신의 글을 페이스북과 블로그에 계속 올린다. 그는 “신문은 내 글의 빈틈을 채워주고 상상력에 날개를 달아준다”고 말했다.

▼대학부 금상 성균관대 이재성 씨▼

해외봉사단 합격은 신문 덕, 세대 공감할 기사 쓰고싶어

할아버지가 신문기사 하나를 이재성 씨(25·사진) 손에 쥐여주셨다. 면접을 잘 치르는 방법에 관한 내용이었다. 지난해 6월 현대자동차그룹이 모집하던 청년봉사단의 면접날이었다.

봉사단은 여름방학 동안 중국 인도 브라질 태국 에티오피아에 파견돼 사막화 방지를 위한 초지 조성, 낙후 마을 시설 개·보수, 어린이 도서관 건립 같은 활동을 해야 한다. 2010년 지원했을 때는 떨어졌지만 두 번째에는 꼭 합격하고 싶었다. 그런 손자를 위해 할아버지가 기사를 스크랩해뒀다.

할아버지는 하루의 시작을 언제나 신문과 함께했다. 방바닥에 신문을 펴놓고 꼼꼼히 읽었다. 이 씨는 “호기심 어린 눈으로 바라보는 나를 무릎에 앉히고 신문을 인생의 벗으로 삼으라고 하셨다”고 말했다.

신문은 면접 준비에 최고였다. 봉사단이 구체적으로 어떤 활동을 했는지 소개한 기사를 봤다. 100초 자기소개 스피치에 쓸 내용은 따로 메모했다.

면접은 술술 풀렸다. 아는 비정부기구(NGO)가 있느냐, 환경봉사를 왜 하려고 하느냐 등 질문이 쏟아졌다. 차분히 답했다. 할아버지가 준 기사에 나온 대로 웃으면서 당당하게 말했다. 이 씨는 최종 합격했다. “신문이 없었다면 절대 불가능했을 것”이라고 그는 말했다.

할아버지 덕분에 신문의 매력을 느끼면서 장래 희망을 정했다. 기자. 그는 “세대가 모두 공감할 수 있고 사랑하는 이에게 보여줄 만한 기사를 쓰고 싶다”고 말했다.

최예나 기자 yena@donga.com
#신문과 놀자#NIE#신문논술대회#윤여동#이예신#이재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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