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과 놀자!/신문박물관 들여다보기]100년 전 연재만화 ‘다음엇지’… 지금 봐도 ‘킥킥’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1월 3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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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초의 우리말 어린이신문 ‘붉은 저고리’

‘붉은 저고리’는 ‘소년’ 폐간 후 후속으로 1913년 1월 1일부터 격주로 총 12호가 발행됐다.
‘붉은 저고리’는 ‘소년’ 폐간 후 후속으로 1913년 1월 1일부터 격주로 총 12호가 발행됐다.
어린이를 위한 최초의 정기간행물은 1906년 발간된 ‘소년 한반도’입니다. 새로운 지식 보급과 소년 계몽에 주안을 두었지만 여전히 한자가 많았습니다. 최남선(崔南善)이 창간한 어린이 종합잡지 ‘소년’은 1908년 11월부터 1911년 5월까지 모두 23호가 발행됐습니다. 불안전하지만 언문일치(言文一致)에 따른 신문의 새 장을 열었습니다.

폐간 후 후속으로 1913년 1월 1일 ‘붉은 저고리’가 우리말로 매월 1일과 15일, 격주로 12호까지 발행됐습니다. 1930년대에 일간신문은 1주일에 1부씩 신문 1면을 가칭 ‘어린이난’으로 꾸몄습니다. 1953년에 ‘소년서울’, 1960년대에 ‘소년한국일보’ ‘소년조선일보’ ‘소년동아’가 잇달아 창간되면서 어린이신문 시대가 본격적으로 열렸습니다.

‘붉은 저고리’ 창간호 상단을 보면 제호와 부제를 사이에 두고 힘센 소년이 두 마리 호랑이의 앞발을 잡고 있습니다. 창간호에 등장한 호랑이를 통해 식민지 조선인의 일본에 대한 강한 저항의지를 표현했습니다. ‘공부거리와 놀잇감의 화수분’이라는 부제 아래에 편집자는 이렇게 말합니다.

‘인사 여쭙는 말씀-우리는 온 세상 붉은 저고리 입는 이들의 귀염 받는 동무가 될 양으로 생겼습니다. 재미있는 이야기도 많이 있습니다. 보기 좋은 그림도 많이 가졌습니다. 공부거리와 놀잇감도 적지 아니 만들었습니다. 여러분의 보고 듣고 배우고 놀기에 도움 될 것은 이것저것 다 마련하였습니다.’

이어서 ‘은진미륵’, ‘바보 온달이’, ‘깨우쳐 들릴 말씀’, ‘이름 난 이-아이삭 늬유톤’, ‘의사(생각)보기’ 등 어린이 계몽과 학습보조에 맞춘 내용이 나옵니다.

최남선은 근대적 글쓰기 ‘신문장 건립 운동’을 추진하면서 국주한종(國主漢從), 언주문종(言主文從)이라는 표현을 통해 우리말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널리 보급했습니다.

붉은 저고리 창간호에 실린 만화. 순우리말인 ‘다음엇지’라 표현했다. 일상을 소재로 삼아 해학과 풍자를 담았다.
붉은 저고리 창간호에 실린 만화. 순우리말인 ‘다음엇지’라 표현했다. 일상을 소재로 삼아 해학과 풍자를 담았다.
‘붉은 저고리’는 제호 부제 내용이 모두 우리말입니다. 가장 큰 특징은 ‘만화’라는 일본식 한자용어 대신 ‘다음엇지’라는 우리말 용어를 사용했다는 점입니다. 당시 사회적으로 민감한 소재를 다룬 신문과 잡지가 일본에 의해 강제 폐간으로 이어지자 ‘다음엇지’는 재미난 일상을 소재로 웃음을 유발했던 연재만화입니다.

편집자는 “이것은 차례차례 보아 가는 웃음거리 그림이니 첫째 그림을 자세히 보아 그 뜻을 짐작하고 그 다음을 보시면 설명이 없어도 재미있게 알아보시리라”고 합니다. 과장과 풍자가 심해 다음 칸을 보지 않으면 다음이 어찌될지 알 수 없다는 의미입니다.

창간호에 실린 ‘대길이네 개와 담비’는 개는 나무 틈 사이로 뛰어가 담비를 잡는데, 주인인 대길이는 나무 틈에서 빠져나오지 못했다는 상황을 우스꽝스럽게 표현했습니다. 6호(담배 먹는 소)와 11호(건저내니 에비)도 가벼운 웃음 속에 깊은 해학과 풍자적 내용을 보여줍니다.

이문순 신문박물관 교육사
#만화#다음엇지#붉은 저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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