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과 놀자!/고희정 작가의 과학 돋보기]거짓말 탐지기의 원리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6월 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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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짓말하면 얼굴이 붉어지고 가슴이 두근두근
입은 속여도 몸은 못 속여요

우리는 하루에 얼마나 많은 거짓말을 할까요? 한두 번? 많아야 두세 번? 아닙니다. 보통 사람은 10분간의 대화에서 평균적으로 2, 3번의 거짓말을 한답니다. 선의의 거짓말이 대부분이긴 하죠. 그런데 우리 입은 거짓을 말해도 몸은 저도 모르게 진실을 말합니다.

몸이 보여 주는 진실은 과학수사에서 중요한 증거로 쓰입니다. 동아일보 3일자 A12면에는 교통사고 가해자를 거짓말탐지기로 조사하고 거짓이 나온 결과를 이용해 자백을 받아 냈다는 기사가 실렸네요. 오늘은 진실을 말해 주는 우리 몸의 신비에 대해 알아볼까요?

○ 자율신경은 말한다 - 거짓말 탐지기

범인이 거짓을 말한다는 증거를 몸이 보여 주는 변화로 찾아내는 대표적인 방법은 거짓말 탐지기 이용입니다.

눈앞에 갑자기 공이 날아오면 어떻게 하나요? 순식간에 눈을 감으며 잽싸게 몸을 피합니다. 정말 눈 깜짝할 사이에 벌어지지만 그동안 우리 몸 안에서는 엄청난 일이 일어납니다. 먼저 날아오는 공을 감각기관인 눈이 감지합니다. 그러면 이 자극은 말초 신경을 지나 척수를 통해 뇌로 전달됩니다. 뇌는 행동을 판단해 피하라는 명령을 내리고, 이는 다시 척수를 통해 말초 신경으로 전달되어 운동기관의 행동으로, 즉 몸을 피하는 행동으로 나타납니다.

감각기관에서 받아들인 자극을 뇌로 전달하고, 뇌의 명령을 운동기관으로 다시 전달하는 역할을 신경이 담당합니다. 신경이 뇌에 전달되는 속도는 위치와 굵기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보통 초속 100m입니다. 말 그대로 눈 깜짝할 사이라고 할 수 있죠.

몸의 신경은 손으로 물건을 집듯이 내 의지대로 움직일 수 있는 체신경, 그리고 맥박이나 체온처럼 내 뜻과는 상관없이 스스로 움직이게 하는 자율신경, 이렇게 두 가지로 나뉩니다. 자율신경은 숨을 쉰다거나 위장의 운동, 심장의 박동 등 정상적인 생체 활동을 유지하도록 자율적인 조절 기능을 하므로 의식적으로는 절대 조절할 수 없습니다.

거짓말을 하는 경우에도 심장이 빨리 뛰고, 맥박이 빨라지고, 혈압이 오르고, 식은땀이 흐르는 생리현상이 나타납니다. 이 역시 자율신경의 활동에 의한 결과이므로 의식적으로 조절하기는 거의 불가능합니다.

거짓말탐지기는 이런 원리를 이용합니다. 거짓말을 하면서 생기는 심장박동, 체온, 호흡, 혈압, 맥박 같은 신체의 변화를 감지하여 진실 여부를 판별합니다. 가슴에 감은 주름고무호스로 흉복부의 변화를 공기압 변화로 읽어 내고, 팔에 감은 혈압대는 그 속에 있는 고무주머니 안의 공기압 변화를 기록합니다. 또 2개의 작은 전극을 손바닥이나 손가락 끝에 붙여 전류의 변화를 증폭시켜서 피부전기저항을 측정하죠.

이렇게 측정된 거짓말탐지기의 정확도는 95% 정도라고 합니다. 아직까지 직접적인 증거로 채택되지는 않지만 범인의 자백을 이끌어 내거나 사건의 상황을 파악하는 정황증거로 활용하는 중입니다.

내 감각기관과 신경, 그리고 뇌와 운동기관은 자극에 얼마나 빨리 반응할까요? 간단한 방법으로 반응 시간을 알 수 있습니다. 반응자를 갑자기 떨어뜨리면 친구는 눈으로 보고, 신경을 통해 뇌로 전달합니다. 그러면 잡으라는 명령을 뇌가 내리고, 이 명령은 신경을 통해 손가락으로 전달돼 손가락을 움직이게 합니다. 반응자의 아랫부분을 잡을수록 반응이 빠르다고 할 수 있습니다.

○ 뇌파와 귀는 말한다 - 뇌 지문 탐지

뇌 속의 신경세포는 활동할 때 전류를 발생시킵니다. 이를 측정해서 기록한 자료를 뇌파라고 합니다. 몸 상태에 따라 다르게 나타나므로 뇌의 건강 상태를 측정하는 데 많이 이용합니다.

뇌파의 주파수는 보통 0.5∼30Hz(헤르츠)입니다. 알파(α)파, 베타(β)파, 세타(θ)파, 감마(γ)파, 델타(δ)파로 나뉩니다. 눈을 감고 진정한 상태에서는 알파파가 나타납니다. 활동이 왕성하고 흥분된 상태에서는 베타파와 감마파 영역의 뇌파가 나타납니다. 또 얕게 잠이 든 상태나 꿈을 꿀 때는 세타파 영역의 뇌파가 관찰됩니다.

뇌파를 이용하면 용의자가 거짓말을 하는지 아닌지를 분석할 수 있습니다. 이를 ‘뇌 지문 감식’이라고 합니다. 사람은 친숙한 소리나 냄새, 광경을 인지했을 때 뇌파의 진폭이 변합니다. 특히 뇌에 기억된 내용과 관련된 범죄 장면 사진이나 단어를 보여 주면 특정 뇌파(P300)가 발생하죠. P300이란 이름은 반응 속도가 300m초(밀리초·1m초는 1000분의 1초)이기 때문에 붙었습니다.

뇌 지문 탐지기는 피의자 머리에 10여 개의 미세전극이 내장된 덮개를 씌우고 뇌파 반응과 변화를 분석해 거짓말 여부를 판별합니다. 거짓말 탐지기에 비해 뇌파 반응이나 변화를 세밀히 분석하므로 정확도가 훨씬 높습니다. 2009년 발생한 부산 여중생 살인사건의 경우 범인에게 살해 추정 장소와 피해자 집의 안방 사진을 보여 준 후 격한 뇌파 반응이 나온 사실을 단서로 계속 추궁해서 자백을 받았다고 합니다.

인체의 신비는 국립과천과학관(www.sciencecenter.go.kr) 기초과학관에 가면 체험할 수 있습니다. 반응 속도 시뮬레이션을 이용해 운전 중 브레이크를 밟을 때의 반응 속도를 측정하세요. 여기서는 뇌의 활동을 시각적으로 표현한 뇌 지도를 보고 뇌의 구조와 하는 일에 대해 알려줍니다.

서울 용산구의 전쟁기념관(www.warmemo.or.kr)에서는 입체 영상과 사운드를 이용해 인체의 신비를 보여 주는 ‘사이언스쇼 더 바디’가 내년 3월까지 열립니다. 거대한 투명 스크린을 통해 운동선수의 관절과 근육의 기능을 볼 수 있습니다. 자신의 혈관 속을 여행할 수도 있고요.

고희정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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