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과 놀자!/고희정 작가의 과학 돋보기]폭탄 파괴력의 원리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10월 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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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탄+질산칼륨+황 → 화약으로 변신

파키스탄에서 폭탄 테러가 발생해 100여 명이 숨지고 다쳤다는 기사가 동아일보 1일자 A19면에 실렸습니다. 4월의 미국 보스턴 마라톤, 12년 전의 9·11 등 전 세계 곳곳에서 수많은 희생자를 낳는 테러. 여기에 사용되는 폭탄의 엄청난 파괴력은 도대체 어디에서 나올까요? 그 과학적 원리에 대해 알아보기로 해요.

○ 물질의 반응과 폭발

우리 주변의 물질은 서로서로 반응하여 새로운 물질을 만들어 냅니다. 이렇게 하나의 물질이 다른 물질과 결합하면서 완전히 새로운 물질이 생기는 현상을 화학반응이라고 합니다. 공기 중에서 불꽃이 타고, 비 맞은 쇠못이 녹슬고, 오븐에서 맛있는 케이크가 구워지는 과정 모두가 화학반응입니다.

화학반응에는 빠른 반응과 느린 반응이 있습니다. 철이 녹슬거나 대리석 조각이 산성비에 부식되거나 음식물이 산소와 반응하는 소화 현상은 느린 반응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반면에 연료를 태우면 산소와 반응해 물과 이산화탄소, 열을 만들어 내는 연소 과정은 연료에 불을 붙이자마자 일어나므로 빠른 반응이라 할 수 있습니다. 불꽃놀이나 화약 폭발도 마찬가지죠.

이처럼 빠른 반응 중에는 생성 물질이 기체와 같이 부피가 급격히 증가해 반응 과정에서 발생한 엄청난 양의 열에 의해 급격한 기체의 팽창이 일어나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를 폭발이라고 합니다. 폭발에서 빠른 반응이 필수적인 이유는 이런 반응이 천천히 일어난다면 열과 기체가 주변으로 흩어지면서 격렬한 압력 상승이나 파괴적인 충격력이 나타나지 않기 때문입니다.

○ 폭탄이란?

폭탄은 용기에 충전된 폭약을 폭발시켜 시설 파괴나 인명 살상을 목적으로 하는 병기를 말합니다. 19세기 러시아 화학자 키발치치가 암살용으로 처음 발명했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고성능 폭약의 폭탄이 폭발하였을 경우 폭약은 순간적으로(약 0.0002초) 고온의 가스가 되어 팽창하고 거대한 충격 및 압력을 발생합니다. 그것으로 인해 주위의 시설물이 굉음과 함께 파괴됩니다.

폭탄에 들어가는 폭약은 화약에서부터 시작됐습니다. 화약은 고대 중국, 아라비아, 인도에서 사용된 최초의 폭발성 혼합물입니다. 원래 폭죽이나 불꽃놀이를 위해 사용되다가 11세기 중반부터 불화살 같은 무기를 발사할 때 사용되기 시작했다고 합니다. 화약은 질산칼륨, 황, 목탄의 혼합으로 이루어지는데, 목탄이 연료 역할을, 질산칼륨은 산소 공급 역할을, 황은 연소 촉진제 역할을 합니다.

화학의 발달과 함께 더 강력한 화약류를 개발하기 위한 연구가 계속됐는데, 1847년 외과의사이자 응용화학자인 소브레로는 지금까지 알려진 가장 강력한 폭발물 중의 하나인 니트로글리세린을 처음 합성했습니다. 황산과 질산의 혼합물에 글리세롤을 부은 뒤 이 혼합물을 물속에 넣으면 오일 층이 분리되어 나옵니다. 이게 니트로글리세린입니다.

니트로글리세린의 폭발로 생기는 기체는 원래 부피의 1200배 이상으로 급격하게 팽창합니다. 발생되는 열은 섭씨 5000도 이상, 순간 압력은 2만 기압으로 올라가면서 폭발 파동은 초속 약 7700m의 속도로 움직인다니 대단한 폭발력이라 할 수 있습니다. 이 액체 2L 정도를 기내에서 터뜨릴 경우 비행기 한 면을 날릴 수 있다고 합니다. 정말 무서운 액체죠? 니트로글리세린은 매우 불안정한 분자라서 약간의 충격에도 폭발하므로 당시에는 액체 상태의 운반을 금지했습니다.

노벨은 1866년 액체 상태의 니트로글리세린을 안전하게 다루면서 필요할 때 폭발시킬 수 있는 방법을 연구했습니다. 그러다 규조토에 니트로글리세린을 흡수시키면 충격에 대해 비교적 안전하면서도 폭발력은 그대로 유지된다는 사실을 우연히 발견했습니다. 노벨은 힘을 뜻하는 그리스어 ‘다이나미스’에서 이름을 따서 이 혼합물을 ‘다이너마이트’라고 이름 지었습니다. 원래는 광산의 큰 바위를 부수기 위해 다이너마이트를 개발했지만 위험성과 폭발력이 악용되면서 전쟁 무기가 됐습니다.

○ 사제 폭탄의 위험성

폭탄 테러의 가장 큰 문제는 언제, 어디서, 누구에 의해서 일어날지 예상하기 힘들다는 점입니다. 간단한 도구만 있으면 손쉽게 폭발물을 제조하는 방법이 인터넷을 통해 널리 퍼졌기 때문입니다.

보스턴 마라톤대회의 폭탄 테러에서는 ‘압력솥 폭발물’이 사용됐습니다. 첫 번째 폭발물은 금속과 볼베어링이 담겨 있는 6L짜리 압력솥이었고 또 다른 폭발물 역시 못이 가득 담긴 압력솥 폭탄이었다고 합니다. 압력솥 폭발물은 제작하기가 비교적 쉽고, 압력솥과 못, 금속조각 등 흔한 재료만 있으면 만들 수 있습니다.

세계 각국은 액체 폭탄에 대한 검색을 강화하고 있습니다. 비행기를 탈 때 모든 액체와 음료, 로션뿐 아니라 기폭 장치로 쓰일 수 있는 휴대용 컴퓨터와 카메라, 휴대전화, DVD 플레이어, MP3 및 배터리가 들어간 전자제품을 갖고 들어갈 수 없게 했습니다.

전쟁과 테러를 기억해야 하는 이유는 평화의 소중함을 깨닫기 위해서입니다. 과학의 발전이 앞으로는 인류를 평화롭게 하는 데만 쓰이길 바랍니다.

고희정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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