숫자 배울 때 단위 붙여 세도록 하세요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5월 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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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문과 놀자!/재능교육과 함께 하는 스토리텔링 수학]

송이: 우리 집은 4층이야.

민준: 진짜? 4층짜리 건물이 다 너희 집이야?

송이: 그게 아니고…. 근데 여기로 이사 오기 전에 우리 집은 13층이었어.

민준: 뭐? 이사 오기 전엔 더 부자였네. 13층 건물이 다 너희 집이었다니!

두 아이의 대화에서 ‘어긋난’ 지점은 어디일까요? 분명 같은 수를 사용했는데도 송이와 민준이는 서로 다른 의미로 말하고 있습니다. 송이는 4와 13을 4번째, 13번째 층이라는 ‘차례(순서)’를 나타내는 뜻으로 사용한 반면 민준이는 송이가 말한 4와 13을 ‘개수(양)’의 의미로 이해하고 있습니다. 같은 수를 말하는데도 왜 다르게 이해하는 것일까요? 그건 바로 수가 여러 가지 의미를 가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림 1]
[그림 1]
○ 수의 세 가지 다른 의미

수는 세 가지 의미를 갖고 있습니다. 첫 번째로 수는 집합의 크기나 헤아린 ‘양(量)’을 나타냅니다. 사탕이 1개, 강아지가 2마리 등으로 쓰이는 경우이지요. 두 번째로 수는 송이가 말한 4층과 13층처럼 ‘차례’를 나타내는 순서수의 의미로 쓰입니다. 4는 3의 다음 수의 순서 개념으로 쓰인 것이지요. 마지막으로 수는 ‘송이, 민준’ 같은 ‘이름’의 역할을 합니다. 전화번호 또는 자동차번호판은 양이나 순서의 의미 없이 대상을 구별하기 위해 사용합니다. 123-4567같이 숫자를 나열하여 만든 전화번호는 서로 다른 고유의 이름인 셈이죠. 이같이 수는 양, 순서, 이름의 의미를 가지고 있고, 이를 각각 표시하기 위한 기호가 바로 ‘숫자’입니다.

[그림 2]
[그림 2]
○ 수와 숫자의 이해에서 시작하는 수 학습

올바른 수 학습은 수와 숫자에 대한 이해에서 비롯됩니다. 서너 살 정도 된 아이들은 일반적으로 3까지의 수는 물건의 개수를 세어보지 않고도 한눈에 직관적으로 파악할 수 있지만 4와 5는 일일이 세지 않으면 그 수를 파악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습니다. 따라서 물건의 개수를 하나씩 세어서 수와 숫자를 바르게 연결할 수 있도록 충분히 연습해야 합니다.

수가 커질수록 아이들에게 수 세기는 어려워집니다. 이런 경우 아이가 직관적으로 한눈에 알아볼 수 있는 수를 이용하면 효과적입니다. 예를 들어 아이가 3까지 한눈에 인식할 수 있다면 4는 ‘3보다 하나 큰 수’가 될 것이고, 더 나아가 ‘2와 2가 모인 수’로 생각해 볼 수도 있습니다. 이렇게 직관이 가능한 범위 내에서 수를 나누어 세는 것은 합성(+)과 분해(―)의 기초를 닦는 일이기도 합니다.

[그림 3]
[그림 3]
이러한 수 학습은 처음엔 오리나 사과처럼 구체적인 물건의 개수를 세는 것에서 시작하여 세모나 네모, 동그라미 같은 반구체물의 개수를 세는 것으로, 이후엔 주어진 상황 속에서 여러 가지 물체의 수를 세는 것으로 심화시키는 것이 좋습니다. [그림1] 같은 일상생활 가운데 일어날 수 있는 상황에서 재미있는 이야기를 만들어 수를 세고 숫자를 쓰게 하는 것이지요. 이것은 사물 자체를 구별해 가며 세어야 하므로 단순히 주어진 사물의 개수만 세는 것과는 완전히 다른 학습입니다. 이때 오렌지, 주스, 풍선, 피자의 수를 세어 주어진 문제를 풀고 난 다음엔 엄마와 함께 초의 수, 남자 아이의 수처럼 상황 속 다른 것들을 함께 세어보는 것도 좋습니다.

아이가 사물의 개수를 셀 때에는 단위를 붙여서 세도록 하는 것이 좋습니다. 꽃을 셀 때는 “하나, 둘, 셋. 꽃이 세 송이!”라고 하고, 오리를 셀 때는 “하나, 둘, 셋, 넷. 오리가 네 마리!”라고 세는 것은 어휘력과 표현력이 향상될 뿐만 아니라 수가 나타내는 의미가 더 명확해지는 효과가 있습니다. 그냥 3이라고 하면 ‘어느 정도의 양인가’ 하는 개념에서 멈추게 마련이지요. 하지만 3마리, 3송이 등 숫자에 단위를 붙이면 3이 무엇을 뜻하는지 그 의미가 뚜렷하게 드러납니다.

○ 올바른 숫자 쓰기 지도해야

수와 숫자를 아는 것만큼이나 중요한 것이 숫자 쓰기입니다. 아이들은 손에 힘이 약해서 마음과 달리 제대로 숫자를 쓰지 못합니다. 그래서 [그림2]처럼 운필력을 길러주기 위한 선 긋기 학습이 필요하지요. 때로는 숫자를 쓰는 올바른 순서를 알면서도 재미 삼아 제멋대로 쓰는 아이들이 있습니다. 또 숫자의 모양을 무조건 외워서 쓰게 하기보다는 숫자의 모양과 특징을 아이가 잘 아는 물건이나 동물과 연결해서 설명해 주면 효과적입니다. 예컨대 [그림3]에서처럼 6을 뱀의 모양과 연결해 알려 주면 아이는 훨씬 재미있게 숫자6을 배우고 쓸 수 있을 겁니다.

실생활에서 아이와 함께 수와 숫자를 가지고 재미있게 놀아 보세요. 우리 몸에서 두 개 있는 것 찾기, 책상 위에서 네모난 것이 몇 개인지 세어보기, 숫자 닮은 사물 찾기…. 이런 놀이를 통해 아이는 일상에서 수가 쓰이는 곳이 얼마나 많은지, 수와 숫자가 우리 생활과 얼마나 밀접한 관계가 있는지 자연스럽게 깨닫게 될 것입니다.

최호원 재능교육 스스로교육연구소 수석연구원
#재능교육#스토리텔링수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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