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과 놀자!/영어로 익히는 고전]오디세이 ③ 서사시의 탄생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3월 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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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이야기를 하나 들려드릴 테니 편하게(comfortable) 앉아보세요. 마침 제 옆에 현악기 류트(lute)도 있으니 노래에 이야기를 한번 담아 볼게요. 이 이야기는 어디에 적힌 게 아니라 사람들을 통해 전해 내려오는(passed on from person to person) 이야기랍니다. 사람들이 듣고, 외우고, 멜로디를 붙여 노래로 부르다가 저한테까지 도달한 이야기죠.

옛날 음유시인(bard)이나 이야기를 노래하는 이들은 이런 식으로 이야기를 시작했습니다. 축제에 가면 음유시인들이 몇 시간, 아니 며칠을 위대한 사람이나 큰 역사적 사건에 대해 노래하곤 했죠(At festivals, bards would sing for hours, and perhaps days, songs of great people and great historical events). 이런 노래들을 바로 서사시(epic)라고 합니다. 그리고 우리는 다양한 문화에서 서사시를 엿볼 수 있습니다. 중국의 삼국지(Three Kingdoms)나 손오공(Monkey King), 인도의 많은 신들 이야기, 성경(Bible)에 나오는 역사적인 사건들, 일리아드(Iliad)나 오디세이(Odyssey)같은 그리스신화가 이러한 예입니다.

옛날 사람들은 굳이 이야기를 적어두지 않았습니다. 그들은 몇 마리의 가축을 팔았는지, 신전을 짓기 위해 몇 명의 일꾼이 필요한지(how many men you need to build a temple), 혹은 파트너 간의 계약서(a contract between partners) 같은 것들을 적어둘 뿐이었죠. 이야기는 단순히 종이쪽지에 담아 놓는 것으로는 충분하지 않은 아주 특별한 것이었습니다. 이야기에는 추억과 마술, 신들, 영웅, 드라마, 사랑, 그리고 전쟁 같은 흥미진진한 것들이 담겨 있었죠.

여기서 기억해야 할 것이 있습니다. 약 200년 전까지만 해도 거의 모든 사람이 글을 읽을 줄 몰랐다는 점입니다(until a couple hundred years ago, most people couldn’t read). 그래서 책을 쓰고 읽는 대신에 음유시인들은 류트를 가지고 이야기를 노래했습니다. 군중들은 그 이야기의 액션과 드라마에 빠져들었죠(entranced by the action and drama). 언제나 이야기가 웅대할(grand) 필요는 없었습니다. 가족들과의 식사시간에 음유시인을 불러 식사를 하며 이야기를 듣기도 했고, 긴 여행길에 이 노래들을 듣기도 했죠. 이 수많은 서사시들이 사람들의 입에서 입으로 전해진 후 몇백 년 동안 수차례 고쳐지고 다듬어져서 책으로 탄생합니다. 호머, 모세(Moses), 발미키(Valmiki)를 비롯한 다른 서사시 작가들은 혼자서 서사시를 만들어 낸 게 아닙니다. 그들의 뒤에는 큰 역사적 이야기들이 있었고(they had a huge history behind them), 수많은 음유시인들이 이야기를 노래로 바꾸면서 여러 차례 스토리 라인을 바꿨죠. 자, 이제 편하게 제 노래를 들어보세요. 일어서서(get up) 걸어 다녀도 되고, 듣다가 잠이 들어도 상관없습니다. 하지만 노래가 최고조에 다다랐을 땐 주의 깊게 들어주세요(listen closely). 열심히 집중한다면 아마 들을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 수백 년을 거쳐 간 음유시인들이 이 이야기를 들려주기 위해 우리 곁으로 다가오는 소리를 말이죠.
#오디세이#서사시#탄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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