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과 놀자!/이랑의 진로탐험]정말로 로봇 때문에 꿈이 사라질까요?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4월 2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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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러스트레이션 박초희 기자 choky@donga.com
일러스트레이션 박초희 기자 choky@donga.com
평행으로 이동하는 일반 자동차와 달리 엘리베이터는 수직으로 운행하는 장치입니다. 하루에도 몇 번씩은 타게 되는 친숙한 장치인데요. 10여 년 전만 해도 이런 엘리베이터를 운전하는 사람이 있었다는 걸 알고 있나요? 엘리베이터 운전원! 백화점이나 고층빌딩에는 문을 여닫고 층수를 눌러주는 운전원이자 안내원이란 직업을 쉽게 볼 수 있었습니다. ‘엘리베이터 타고 내리는 게 뭐가 어렵다고 그걸 조작하는 사람이 있었을까’ 하고 갸우뚱하는 친구도 있을 겁니다.

그런데 머지않은 미래에는 엘리베이터보다 훨씬 조작이 어려운 자동차마저 ‘스스로 운전하는’ 모습을 자연스럽게 접할 수 있을 듯합니다. 바로 ‘자율주행차’가 이미 우리의 일상으로 들어오기 시작했기 때문이죠.

앞으로 5∼10년 후 사회생활을 시작하는 청소년들이 당장의 직업세계의 변화뿐 아니라 미래 시대에 관심을 가져야 하는 이유가 여기 있습니다. 스마트폰이 등장하면서 카메라, PDA, MP3플레이어, 계산기, 지도, 심지어 은행과 PC 업무 등이 손안에서 다 해결되는 것처럼, 혁신적인 기술의 변화는 사람들의 생활방식과 일하는 형태에도 많은 변화를 일으킵니다. 앞으로는 더 빠른 속도로 세상이 변하기 때문에 진로를 고민할 때는 현재보다 미래에 좀 더 초점을 맞춰 생각할 필요가 있는 거죠.

미래 이야기를 하면 사람들은 결국 이런 질문에 답을 달라고 요구합니다. “그래서, 미래에는 어떤 직업이 사라지고 어떤 직업이 새로 생겨나나요? 미래에 어떤 직업이 유망한가요?” 하지만 이 질문에 명확한 답을 내릴 수 있는 사람은 거의 없습니다. 사실 유능한 연구자도, 획기적인 기술을 개발하는 공학자도, 심지어 저명한 미래학자도 자신의 진로를 제대로 예측하며 살아가는 건 아니니까요. 미래 직업 세계를 상상하기 어려운 이유는 너무나 많은 요인이 서로서로 영향을 주기 때문입니다. 단 하나의 기술이 세상을 완전히 바꾸는 것도 아니고, 세상일에는 늘 예측하지 못한 변수가 나타나기 마련입니다. 당장 “저는 약사가 꿈인데요, 앞으로 10년 후에는 로봇이 약사의 일을 대신해 약사가 없어진대요”라며 절망하는 친구도 있습니다. 로봇 때문에 내 꿈이 사라질 위기에 처했다고 걱정하는 거죠. 그런데 과연 이 걱정이 합리적인 것일까요? 정말 약사는 사라질까요?

다시 자율주행차 이야기로 돌아가 봐요. 자율주행차가 상용화됐다고 해서 지금과 같은 형태의 모든 자동차가 사라지는 것은 아닙니다. 어르신과 시각장애인을 비롯해 운전이 어렵고 귀찮은 사람은 자율주행차를 환영하겠지만, 운전이 주는 자유와 독립 같은 감정을 좋아하는 사람은 자율주행차의 일부 편리한 기능만을 원할 수 있습니다. 모든 사람이 같은 걸 필요로 하지 않기 때문에 A가 완벽히 사라지고 B가 되는 것은 아닌 거죠. 실제 엘리베이터 운전원도 아직 존재합니다. 일류 호텔에서는 VIP를 위한 고급 서비스의 목적으로, 건설현장에서는 안전을 목적으로 엘리베이터 운전원이 일하고 있죠.

결국 어느 미래학자의 말처럼 빠르게 변화하는 세상에서 가장 중요한 능력은 ‘세상의 변화에 주목하는 능력’이 아닐까 합니다. 약사가 사라지니까 꿈을 버리는 것이 아니라, 약사가 주는 일의 가치를 미래에는 어떤 직업이 대체할지, 변화하는 세상에 주목하며 대처하다 보면 10년 후, 그리고 성인이 되어 계속 직업을 바꿔야 할 때도 당황하지 않고 대응할 수 있지 않을까요.
 
이랑 한국고용정보원 전임연구원
#직업#미래#로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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