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과 놀자!/송박사의 술~술 경제]브렉시트와 응답하라 1988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7월 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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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가장 많이 등장했던 뉴스는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 즉 브렉시트(Brexit)에 관한 것입니다. 영국이 국민투표를 통해 브렉시트를 결정하면서 세계 주요 국가의 주가가 일제히 하락했고 영국의 파운드화 가치는 급락했습니다. 또 앞으로 브렉시트가 세계 경제와 정치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많은 사람이 불안해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왜 브렉시트에 이렇게 민감한 반응을 보이는 것일까요?

EU는 유럽의 정치경제적 통합을 목적으로 이루어진 공동체입니다. 28개 EU 가입국은 관세의 장벽이 없는 자유무역을 하고 있고 EU 내에서는 자본과 노동의 이동도 자유롭습니다. 한마디로 28개국이 단일 시장을 형성하고 자유무역을 하고 있는 것이지요. 브렉시트는 경제규모 세계 5위의 영국이 유럽의 자유무역에서 벗어난다는 의미입니다. 영국이 EU에 속한 나라에 수출하려면 관세를 지불해야 하고 런던에 있는 금융회사가 다른 EU 국가의 고객들에게 금융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도 어려워집니다. 그렇게 되면 영국과 유럽의 다른 국가들 간의 무역량과 금융 거래도 감소하게 되겠지요.

브렉시트는 자유무역에 의한 유럽경제공동체라는 꿈을 무산시켰을 뿐만 아니라 세계 무역질서를 보호주의 방향으로 이끌 우려가 있습니다. 외국과 상품, 자본, 노동 등이 자유롭게 거래되는 자유무역은 자국 기업이나 근로자에게 피해를 주는 경우가 있어서 보호주의 여론이 높아지고 그런 정책이 수립되는 일은 그리 낯설지 않은 광경입니다. 그러나 세계 각국이 경쟁적으로 보호주의 정책을 채택한다면 국제 무역과 금융 거래가 감소해서 전 세계적인 불황을 초래할 수 있습니다. 1930년대 미국이 자국 기업 보호를 위해 수입 관세를 크게 높인 ‘스무트-홀리 관세법’으로 보호무역 정책의 경쟁을 촉발해 대공황을 심화시키는 역할을 한 아픈 경험이 있습니다. 그래서 경제 규모가 크고 국제 금융의 중심지 역할을 하고 있는 영국의 EU 탈퇴 역시 지난 수십 년간의 세계화의 흐름에서 벗어나 보호주의를 촉진하는 역할을 하지 않을까 우려하는 것입니다.

자유무역은 국가들로 하여금 각국이 잘하는 분야에 선택과 집중을 하게 만들어 경제성장을 촉진합니다. 또한 자유무역에 따른 경쟁의 촉진은 낮은 가격에 좋은 품질의 상품 소비를 가능하게 해 소비자를 이롭게 하지요. 대한민국은 자유무역으로 경제가 성장하고 국민의 삶의 질이 높아진 대표적인 나라입니다. 1960년대 초반 세계에서 가장 가난한 나라 중 하나였던 대한민국은 선진국 시장 개방의 흐름을 타고 수출 주도 공업화를 통해 20세기 후반 ‘한강의 기적’이라고 불리는 높은 경제성장을 이뤘습니다. 또한 시장 개방을 통해 소비재의 가격이 떨어지면서 국민의 삶의 질도 높아졌습니다.

얼마 전 인기리에 방영되었던 ‘응답하라 1988’에서 진주네 식구가 바나나 하나를 세 조각으로 나눠 먹는 장면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1991년 수입 자유화로 가격이 떨어진 바나나는 이제 누구나 싸게 사 먹을 수 있는 과일이 됐습니다. 자유무역은 후진국의 많은 가난한 사람을 빈곤에서 벗어나게 해 줬습니다. 그러나 보호주의로 회귀하면 후진국 빈곤층의 가난을 더 심화시킬 것입니다. 브렉시트의 후폭풍이 걱정되는 이유입니다.
 
송원근 전국경제인연합회 경제본부장
#브렉시트#유럽경제공동체#영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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