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과 놀자!/김변호사의 쉬운 법이야기]부당한 기소에 대한 자발적 공소 취소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5월 3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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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S드라마 ‘수상한 파트너’. SBS 제공
SBS드라마 ‘수상한 파트너’. SBS 제공
“이렇게 저주하는 내 모습을 꼭 기억해라.”

무서운 이 말은 최근 한 드라마에서 바람난 남자친구에게 오히려 차인 여자 주인공이 전 남자친구를 향해 부르는 노랫말입니다. 여자 주인공의 상큼함 때문인지, 극중 전 남자친구가 보인 비열함 때문인지 이 노래는 무섭다는 느낌보다는 약간의 통쾌함까지 선사하며 재밌게 연출됩니다.

그리고 드라마는 드라마틱하게 전개됩니다. 검찰에서 검사 업무를 수습(修習·실무를 배워 익히는 것으로 ‘견습’이나 ‘수련’과 같은 의미) 중이던 여자 주인공이 전 남자친구를 살해한 혐의로 체포된 것이죠. 같은 검사실에서 직속 선배와 수습으로 합을 맞추던 남녀 주인공은 한순간에 검사와 피의자로 마주하게 됩니다.

여주인공을 수사하고 살인죄로 기소했던 검사는 재판 진행 중에 그만 공소를 취소해 버립니다. 검사가 공소를 취소하자 법정은 술렁이지만 노심초사 재판을 지켜보고 있던 여자 주인공의 엄마는 오히려 어리둥절해 합니다. 무죄의 의미는 모르는 사람이 없겠지만 검사의 공소 취소는 생소하기 때문이지요. 오늘은 검사의 공소 취소에 대해 알아볼까 합니다.

우리나라는 오직 검사만 공소를 제기할 수 있고(기소독점주의), 검사는 제반 사정을 합리적으로 판단해 기소 여부를 결정할 수 있습니다(기소편의주의). 공소 취소는 검사가 일단 제기한 공소를 스스로 철회하는 행위로서 기소편의주의의 당연한 결과입니다. 다만, 검사는 1심 판결이 선고되기 전까지만 공소를 취소할 수 있습니다(형사소송법 제255조 제1항). 이는 재판의 효력이 검사의 처분에 의해 좌우되어서는 안 되기 때문에 둔 제한입니다.

검사가 일단 제기한 공소를 스스로 취소하면 법원은 공소 기각을 결정합니다(형사소송법 제328조 제1항 제1호). 공소 취소 후 그 범죄사실에 대한 다른 중요한 증거를 발견한 경우에 한하여 다시 공소를 제기할 수 있습니다(형사소송법 제329조). 이때 재기소(再起訴·다시 공소를 제기하는 것) 할 수 있는 중요한 증거란 새로 발견된 증거를 추가하면 충분히 유죄의 확신을 갖게 할 정도의 증거를 말합니다.

드라마에서는 검사의 공소 취소로 무고한 여자 주인공은 자유를 얻고 풀려납니다. 검사가 스스로를 돌아보고 부당한 기소라는 점을 인정해 내리는 공소 취소는 기소권을 독점하고 재량권까지 부여받은 검사의 자발적 규제책이라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무죄 방면이 아닌 공소 취소로 인한 방면은 오히려 여자 주인공에게 ‘국민 살인녀’라는 낙인을 찍습니다. 그 낙인은 스스로 진범을 찾는 것 외에는 벗어날 방법이 없습니다. 유죄의 증명은 검찰이 하는 것이고, 무죄 추정의 원칙상 무죄이며 스스로 무죄임을 증명할 의무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말이지요. 그러니 유죄의 증거가 제대로 갖춰지지 않았다면 검사는 애당초 공소를 제기해서는 안 될 일입니다.
 
김미란 법무법인 산하
#자발적 공소 취소#기소독점주의#기소편의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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