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과 놀자!/이런 저런 세계이야기]중동에는 왜 테러가 끊이지 않을까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6월 1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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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이로 특파원이 전하는 이슬람과 테러

한 달간의 라마단이 끝나고 사흘 동안 이어지는 이슬람 최대 명절 이드 알피트르 첫날인 지난해 7월 6일 이집트 최초의 이슬람사원 ‘아므르 이븐 알아스 모스크’에 카이로 시민들이 기도하러 몰려온 모습. 라마단은 이슬람력
에 따라 정하기에 달의 움직임에 따라 매년 조금씩 당겨지는데, 올해는 5월 27일 시작돼 6월 25일 끝난다. 카이로=조동주 특파원 djc@donga.com
한 달간의 라마단이 끝나고 사흘 동안 이어지는 이슬람 최대 명절 이드 알피트르 첫날인 지난해 7월 6일 이집트 최초의 이슬람사원 ‘아므르 이븐 알아스 모스크’에 카이로 시민들이 기도하러 몰려온 모습. 라마단은 이슬람력 에 따라 정하기에 달의 움직임에 따라 매년 조금씩 당겨지는데, 올해는 5월 27일 시작돼 6월 25일 끝난다. 카이로=조동주 특파원 djc@donga.com
조동주 동아일보 카이로 특파원
조동주 동아일보 카이로 특파원
누군가가 여러분에게 하루 16시간 동안 물과 음식을 절대 먹지 말라면 어떨까요. 하루 정도야 어떻게든 참고 버틸 수 있겠지만, 꼭 그래야만 하는 특별한 이유가 없다면 그 이상은 정말 힘들 거예요.

제가 살고 있는 중동에서는 지금 모든 이슬람 신도들이 지난달 27일부터 한 달 동안 해가 떠 있는 시간에는 일절 물과 음식을 먹지 않는 ‘라마단’을 보내고 있어요. 대략 해가 뜨는 오전 3시부터 해가 지는 오후 7시까지 16시간 동안은 물조차 마실 수 없는데, 6월 기온이 40∼50도에 달하는 중동에서는 더욱 괴롭기 짝이 없는 일이지요.

○ 창시자 무함마드와 라마단

이슬람 신도들이 이런 고생을 한 달 동안이나 감수하는 건 이슬람 창시자인 예언자 무함마드의 뜻을 따르기 위해서죠. 라마단은 예언자 무함마드가 천사 가브리엘로부터 이슬람 경전인 꾸란을 전수받은 신성한 달을 기려 가난한 자들의 아픔을 모두 함께 공감하자는 취지로 시작됐어요. 라마단 기간 오후 7시쯤 먹는 첫 끼를 ‘이프타르’라고 하는데, 제가 사는 이집트의 수도 카이로에서도 부자들이 가난한 이들을 위해 길거리에서 무료로 이프타르를 나눠주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어요.

한국에 계신 여러분이 이슬람에 대해 보고 듣는 뉴스 대부분은 테러와 전쟁에 관련된 내용이겠지만, 제가 중동에 살면서 체감한 이슬람이라는 종교 자체는 가난한 사람들을 돕고 평화를 추구하는 생활종교의 느낌이 강합니다. 그런데 이런 이슬람을 믿는 신도가 대다수인 중동에서는 왜 매일같이 테러가 빗발치고 전쟁이 끊이지 않는 걸까요. 왜 이들 가운데 극단주의자들이 서방 국가에서 테러를 저지르는 걸까요. 그건 이슬람이라는 종교가 국가 정치체제와 강력하게 맞물리기 때문이에요.

이슬람은 크게 수니파와 시아파라는 종파로 갈리는데, 정치권력을 거머쥔 종파끼리 반목하면서 피의 보복이 잇따랐어요. 수니파와 시아파의 갈등은 약 1400년 전인 632년 예언자 무함마드가 사망하면서 후계자로 누구를 삼을 것인가를 두고 시작돼요.

○ 숙적 수니파와 시아파

수니파는 무함마드의 지인과 부족장 등으로 구성된 원로 협의체에서 합의를 통해 칼리프(지도자)를 선출하자고 주장한 반면 시아파는 무함마드의 사촌이자 사위인 알리를 유일한 후계자로 인정하고 그 혈족만이 칼리프가 될 수 있다고 주장해요. 무함마드에겐 아들이 없었거든요. 이후 후계자의 지위를 두고 종파 간 암살과 전쟁이 이어지면서 두 종파의 극한 대립이 점점 심해지죠.

중동에서 종파 간 대립의 두 축은 수니파 맹주 사우디아라비아와 시아파 맹주 이란이에요. 전 세계 16억 이슬람 인구의 90%가 수니파지만 이란 이라크 레바논 등에선 시아파 인구가 많고 정치권력도 쥐고 있어요. 두 세력이 서로 이슬람 정통성을 자처하니 갈등이 생길 수밖에요. 얼마 전 불거진 카타르에 대한 수니파 국가들의 연쇄 단교 사태도 두 축의 대립 구도 결과물이에요. 카타르가 이란을 적대시하지 않고 중립 노선을 지키는 걸 마뜩잖게 여긴 사우디가 주변 아랍국과 손잡고 카타르를 봉쇄해버린 거죠.

○ 평화를 해치는 테러조직 IS

여러분이 많이 들어본 중동의 테러조직 IS(Islamic State)는 이라크에서 종파 간 갈등으로 생겨난 수니파 극단주의 무장단체예요. 이라크는 시아파 인구가 수니파보다 많은데도 정치권력은 사담 후세인으로 대표되는 수니파가 장악하고 있었어요. 1979년 대통령에 올라 시아파를 탄압하며 수니파 권력을 공고히 하던 후세인이 2003년 미국의 이라크 침공으로 퇴출돼요. 그러자 그동안 억눌렸던 시아파가 정권을 잡게 되면서 눈엣가시였던 수니파를 대대적으로 탄압하기 시작하는데, 이 과정에서 극단적인 일부 수니파 세력이 들고일어나 무장단체화한 것이 IS의 시초예요. 이후 IS는 이라크와 시리아에서 혼란을 틈타 국가를 자칭할 만큼 세력을 확장했지요.

예언자 무함마드의 유일한 적통 후계임을 주장하는 IS는 테러가 이교도에 대한 응징이며 신의 뜻이라고 주장해요. 하지만 제가 만난 거의 모든 이슬람 신도는 IS 이야기만 하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 만큼 끔찍하게 여긴답니다. 요즘 궁지에 몰린 IS는 더 많은 테러로 최후의 발악을 하고 있어요. 대부분의 이슬람 신도는 머지않아 IS가 소멸돼 중동에 평화의 비둘기가 날아다니길 기도하고 있습니다. 그때쯤이면 ‘이슬람은 폭력적’이라는 왜곡된 편견이 조금은 사라질 거라 기대하면서….
 
조동주 동아일보 카이로 특파원
#테러조직 is#라마단#무함마드#수니파#시아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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