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과 놀자!/환경 이야기]플라스틱의 복수… 환경호르몬이 우리 몸을 병들게 해요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4월 1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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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널아일랜드 국립공원은 미국 캘리포니아주에 있는 곳으로 로스앤젤레스와 그리 멀지 않은 해상 국립공원이에요. 태평양 해안에 자리 잡고 있으며 5개의 작은 섬으로 이루어져 있어요. 안개라도 끼는 날이면 신비스러운 모습이 정말 아름다운 곳이랍니다. 1970년대 초 이곳에서 이상한 일이 생겼어요. 갈매기들이 번식기를 맞아서 여기저기에 둥지를 만들었지만 알을 낳지 않는 것이에요. 이들을 관찰하기 시작한 학자들은 깜짝 놀랄 만한 것을 발견했어요. 둥지에서 암컷끼리 짝을 짓고 있었던 것이에요.

○ 환경호르몬 제품 규제의 폭 넓혀

연구에 착수한 학자들은 곧 끔찍한 사실을 발견했어요. 수컷들의 몸에 이상한 화학물질이 있었던 것이에요. 이 화학물질은 오래전에 뿌린 농약으로 동물의 몸에 들어와 여성호르몬(에스트로겐)처럼 작용했어요. 수컷들이 암컷에 관심을 가지지 않게 되었던 것이죠. 학자들은 이런 현상을 일으키는 물질을 환경호르몬, 정확한 용어로 내분비계장애물질이라 부르고 있어요. 환경호르몬에는 다이옥신, 세제, 수은, 카드뮴, 납, 맹독성 살충제 DDT, 프탈레이트, 비스페놀A(BPA) 등이 있어요.

이 중 프탈레이트는 우리 주위에서 많이 사용하는 플라스틱 용기에 들어 있어요. 프탈레이트는 플라스틱을 부드럽게 만드는 데 쓰이는 화학첨가물로 유럽에서는 2005년부터 생산과 수입을 금지하고 있어요. 우리나라에서도 2005년부터는 식품용기에, 2007년부터는 완구나 어린이용 제품에 사용을 금지했죠.

2015년 환경단체가 조사한 결과 3개 대형마트에서 생산 판매 중인 자체 브랜드 제품(PB)에서 두 종의 프탈레이트가 대량 검출되어 충격을 주었어요. 국가기술표준원에서는 지속적인 모니터링을 통해 사용 제한 품목에 대한 관리를 하고 있고, 향후 일상용품으로 확대해 맨살에 닿는 바닥재, 온열팩 같은 제품 위주로 점점 규제의 폭을 넓혀 나갈 계획이랍니다.

○ 환경호르몬 남아에게 더 영향 끼쳐

‘알파걸들에게 주눅 든 내 아들을 지켜라’라는 책을 쓴 미국의 가정의학과 전문의이자 청소년 문제 전문가인 레너드 색스는 남자아이들이 여자아이들보다 공부를 못하는 이유를 이 책에서 밝혔어요. 그 이유는 조기교육, 컴퓨터 그리고 환경호르몬이에요. 여기서 주의 깊게 볼 것이 환경호르몬이에요. 환경호르몬은 여성호르몬처럼 작용하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남학생이 여학생보다 영향을 많이 받는다고 분석하고 있어요. 국내 한 연구진에 의하면 산모 오줌 속의 프탈레이트 농도가 높으면 여아의 경우 연관성이 관찰되지 않았지만, 남아의 경우 인지반응과 행동반응 속도가 낮아지는 것이 관찰되어 신경학적 발달에 해로운 영향을 미치는 정도가 남아가 여아보다 클 수 있다고 해요.

우리 주위에 있는 유해화학물질은 원인을 제거하면 되지만 미세플라스틱같이 제거하기 힘든 것들도 있어요. 미세플라스틱은 치약이나 화장품에 사용되는 아주 작은 플라스틱을 말하는 것으로 마이크로비즈라고도 하지요. 이런 것을 치약이나 화장품에 넣는 이유는 둥근 모양의 마이크로비즈가 박리효과가 있어서 이물질을 깨끗이 씻어내기 때문이에요. 화장품에서는 베어링처럼 크림이나 로션이 잘 펴지게 하는 효과가 있어요. 하지만 이 물질은 동물, 특히 해양생물의 몸속에 들어가 독성반응을 일으키고 이들이 우리의 식탁에 올라와 우리 몸에 축적되어 우리를 병들게 할 수 있어요. 그래서 유명 화장품 회사에서는 2015년부터 제품에 마이크로비즈 사용을 금지하기 시작하고 있어요.

하지만 이미 사용한 미세플라스틱들이 바다에 너무 많이 있어요. 플라스틱을 제거하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제안되고 있지만 이를 위해 또 다른 화석연료가 사용되어야 하기 때문에 신중하게 접근해야 해요. 그리고 이 제안들은 미세플라스틱보다 큰 것들에나 적용됩니다.

일부 환경단체는 바닷가 모래사장에서 체로 미세플라스틱을 걸러내는 활동을 하고 있어요. 그렇지만 바다 한가운데로 들어간 것들을 없앨 확실한 대책이 없어요. 대책 중 하나가 생분해성 플라스틱을 사용하는 것이에요. 이것들도 분해되려면 50도 이상의 온도가 유지되어야 하는데 해양 환경에서 이런 조건이 맞춰지는 일은 거의 없어요. 이제부터라도 사용을 제한하고 배출을 줄일 수밖에 없어요.

○ 재활용품·쓰레기 분리배출 노력부터

편리함 때문에 사용한 플라스틱이 우리를 병들게 하는 셈이죠. 하지만 방법이 없는 것은 아니에요. 꾸준히 대체에너지, 대체물질을 만들어내는 연구가 진행되고 있고 어느 정도 성과를 내고 있어요. 하지만 완벽하지 않기 때문에 완전해지기 전까지 시간을 벌어야 합니다. 시간을 버는 방법은 물건을 아끼고 재활용과 재사용을 늘리는 수밖에 없어요.

1956년 일본 미나마타시에서는 산업폐수가 원인이 돼 수은에 중독된 어패류를 먹은 주민들이 집단으로 병이 생겼어요. 걷거나 말을 하는 것도 힘들어지며 경련으로 죽는 이 병은 ‘미나마타병’으로 불렸어요. 2001년까지 공식적으로 2265명의 환자가 생겼죠. 환경 재앙을 경험한 일본의 미나마타시는 1992년 ‘환경모델 도시 만들기’를 선언하고 두 번 다시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기 위해 노력하고 있어요. 여러 가지 노력 중 가장 인상적인 것은 쓰레기 분리수거예요. 미나마타시에서는 쓰레기를 무려 22가지로 분리수거해요.

우리나라는 재활용품 및 쓰레기 분리배출을 1995년 1월부터 시행했어요. 그리고 우리나라는 자원순환사회를 만들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해왔어요. 이렇게 노력을 한다면 플라스틱으로 인해 망가지는 자연을 구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자, 이제부터 재활용품 및 쓰레기 분리배출을 할 때 여러분이 직접 나서는 것은 어때요?
 
이수종 신연중 교사·환경교육센터 이사


#채널아일랜드 국립공원#환경호르몬#재활용품#쓰레기 분리배출#플라스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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