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과 놀자!/눈이 커지는 수학]빈모임-씨수-늘같기식… 통일되면 수학용어 통합도 필요해요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5월 2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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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은 2015년 8월 15일 광복 70주년을 맞아 일본 도쿄시에 맞춘 현재 한반도의 표준시에 문제가 있다면서 한국보다 30분 
느린 자체 표준시를 만들었습니다. 하지만 지난달 27일 남북 정상회담 당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전격 표준시 통일을 제안했고,
 이달 4일 평양시간 23시 30분을 5일 0시로 바꿔 통일했습니다. 북한이 표준시를 바꾼 지 2년 9개월 만에 다시 원래대로 
돌아온 것입니다. 동아일보DB
북한은 2015년 8월 15일 광복 70주년을 맞아 일본 도쿄시에 맞춘 현재 한반도의 표준시에 문제가 있다면서 한국보다 30분 느린 자체 표준시를 만들었습니다. 하지만 지난달 27일 남북 정상회담 당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전격 표준시 통일을 제안했고, 이달 4일 평양시간 23시 30분을 5일 0시로 바꿔 통일했습니다. 북한이 표준시를 바꾼 지 2년 9개월 만에 다시 원래대로 돌아온 것입니다. 동아일보DB
지난달 27일은 11년 만에 남북 정상이 만난 역사적인 날이었습니다.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만남은 분단의 상징인 판문점 군사분계선에서 이뤄졌습니다. 이 광경을 TV로 함께 지켜본 국민은 세대를 넘어 감격스러워했습니다. 얼마 후 서영이는 뉴스에서 평양 시간이 바뀌어 5일부터 남북 표준시간이 다시 통일됐다는 소식을 접했습니다.

서영: 남북이 표준시간을 달리 쓰고 있었네요.

엄마: 그래, 30분이란 시차는 상징적으로나 실질적으로나 남북을 가로막던 보이지 않는 장벽이었지.

서영: 남한과 북한이 그동안 다르게 사용한 것이 꽤 많겠지요?

엄마: 아무래도 그렇단다. 네가 쓰고 배우고 있는 수학 용어와 내용도 조금 다르지.

○ 순우리말을 사용하는 북한 수학 용어

수학은 전 세계인의 공통 언어라고 불립니다. 수학에서 쓰이는 숫자나 기호가 언어와 상관없이 같기 때문이지요. 같은 언어를 쓰는 남북의 수학 용어는 어떨까요? 다음의 북한 수학 용어를 보고 어떤 뜻인지 생각해 보세요.

△빈모임 △씨수 △늘같기식 △겹풀이 △펼친그림

북한에서 ‘빈모임’은 원소가 하나도 없는 집합인 ‘공집합’을 나타냅니다. ‘씨수’는 1과 자기 자신만을 약수로 가지는 ‘소수’를 뜻합니다. ‘늘같기식’은 항상 등식이 성립하는 식을 뜻하는 ‘항등식’을, ‘겹풀이’는 이차방정식에서 두 근이 같아 하나로 나타나는 ‘중근’을 뜻합니다. 마지막으로 ‘펼친그림’은 말 그대로 입체도형을 펼쳐서 평면에 나타낸 그림인 ‘전개도’입니다. 이들 용어의 공통점은 모두 한자를 사용하지 않은 순우리말이라는 데 있습니다. 한자나 외래어 사용이 적은 북한 사회의 특성이 수학 용어에서도 그대로 나타난 것입니다.

도형 이름에 글자 대신 숫자를 쓰는 것도 북한 수학의 특징입니다. ‘삼각형’과 ‘사각형’을 ‘3각형’ ‘4각형’으로 씁니다. 외래어 표기법에도 약간 차이점이 있습니다. 예를 들어 직각삼각형에서 각 변에 대한 길이의 비의 값을 나타내는 삼각비의 종류인 ‘사인’ ‘코사인’ ‘탄젠트’를 북한에서는 각각 ‘시누스’ ‘코시누스’ ‘탕겐스’라고 읽습니다. 우리가 쓰는 삼각비 용어는 영어에서 차용했지만 북한 용어는 라틴어에서 가져왔기 때문입니다.

○ 다양한 영역 다루는 북한의 수학

<그림1>자료: 교육도서출판사, ‘수학’(초급중학교 1학년용), p.121
<그림1>자료: 교육도서출판사, ‘수학’(초급중학교 1학년용), p.121
우리의 교육과정은 여러 차례 개정돼 올해 2015 개정교육과정을 적용해 시행하고 있습니다. 북한도 몇 번의 개정을 통해 교과서의 내용을 조정하고 있습니다. 북한에서는 어떤 내용을 학습할까요?

북한의 초급중학교 1학년은 남한의 중학교 1학년에 해당하는 학년입니다. 2013년 초급중학교 수학 교과서의 내용은 옹근수(남한의 정수에 해당), 도형의 기초, 글자식(남한의 문자를 사용한 식에 해당), 3각형과 4각형, 비례와 거꿀비례(남한의 반비례에 해당), 자료 수집과 정리 등 일곱 단원으로 구성돼 있습니다. 우리가 중학교 1학년 때 수와 연산, 다항식, 방정식, 함수, 평면도형과 입체도형, 통계 등을 배우는 것과 비교하면 남한과 마찬가지로 수학의 다양한 영역을 다루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또 교과서의 전개방식을 보면 해보기, 생각하기, 토론, 탐구, 보충설명, 상식, 실천활동, 활용문제, 대단원 도입, 장종합 등 다양한 요소를 도입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그림1>에서 보는 바와 같이 ‘한마디식과 여러마디식(단항식과 다항식)’이라는 소단원 학습에서 상자에 단항식의 개념을 정의하고 간단히 이해할 수 있는 예제 두 문제를 제시합니다. 그 다음 토론 코너에선 ‘누구의 생각이 옳은가’라고 질문을 던집니다. 위의 설명을 보충해 학습내용을 이해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우리가 학생들의 문제해결, 의사소통, 추론 등 수학적 역량에 초점을 두고 학생 중심 수업방식을 강조하듯 북한도 학생들의 참여를 염두에 두고 교과서를 구성하고 있습니다. 이것은 과거 북한 교과서에서 많이 변화된 것입니다. 우리 수학 교과서와 비교할 때 여전히 많이 다르지만 과거에 비해 차이가 줄어들고 있음을 보여주는 예입니다.

○ 북한에서의 수학 공부

새터민 선생님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북한에는 사교육 기관이 없답니다. 그 대신 우리의 방과 후 프로그램이 있습니다. ‘소조활동’이라고 부르는데, 우수한 학생들을 선별해 집중학습을 시키는 것입니다. 수학 문제집은 중학교 때부터 많이 접한다고 합니다. 대부분은 여러 종류의 수학 문제를 풀기 위한 책이고, 기하와 물리를 함께 편집한 문제집도 있답니다.

북한 친구들은 수학을 모두 열심히 할까요? 아마도 우리와 마찬가지로 수학을 좋아하는 학생들이 열심히 하겠죠. 북한의 경우 과학이나 수학에 특별한 재능이 있으면 가정환경을 보지 않고 상급 학교에 진학할 기회를 주기 때문에 열심히 공부합니다.

북한의 수학 시험은 주로 주관식으로 이루어집니다. 10∼15개 문제 중 계산 등 대수학 문제가 40%, 도형을 다루는 기하 문제가 30%, 문장제 문제가 30% 정도의 비율로 이뤄져 있습니다. 풀이에 따라 점수를 다르게 주는 방법으로 채점합니다.

통일이 되면 서로 다른 점을 통합하는 과정이 꼭 필요합니다. 표준시의 통일이라는 상징적, 실질적 통합의 과정을 시작으로 점차 많은 부분의 통합이 이루어지리라 기대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서로에 대한 이해가 필수일 겁니다. 여러분도 ‘수학’과 ‘수학 교육’이라는 측면에서 좀 더 관심을 가지고 북한에 대한 이해의 폭을 넓히는 기회를 갖기를 바랍니다.

박지현 반포고 교사
#통일#수학용어 통합#북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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