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과 놀자!/부자가 배우는 경제]밤에 주문하면 아침에 도착… 소비 환경이 달라졌어요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3월 2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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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서는 ‘인터넷에서 물건 산다’는 말을 ‘아마존에서 산다’라고 말하고 중국에서는 ‘알리바바에서 산다’라고 합니다. 그렇다면 우리나라는 어떤 기업이 온라인 쇼핑의 대표적인 기업일까요? 우리나라는 아마존이나 알리바바 같은 대표적인 절대 강자가 없다고 합니다. 이유는 무엇일까요? 독보적으로, 한 기업이 리드하기보다는 많은 기업이 경쟁 중이기 때문입니다.

○ 온라인 쇼핑과 초고속 배송 전쟁


온라인 쇼핑은 집에 앉아서 밤이나 낮이나 언제든지 쇼핑이 가능하고 무거운 물건도 현관문 앞까지 안전하게 배송해 줍니다. 어떻게 배달까지 해주면서 물건을 더 싸게 팔 수 있는 걸까요?

그 이유는 오프라인 시장에서는 가격을 형성할 때 가게 임차료와 인건비 등 부대비용이 포함되지만 온라인 시장에서는 운영비용이 적게 잡히기 때문입니다. 같은 물건이라도 파는 곳에 따라 가격이 다르기에 소비자는 좀 더 저렴한 가격에 배송서비스를 받으면서 물건을 살 수 있는 곳을 찾아 비교 검색합니다.

온라인에서 상품이나 서비스를 파는 것을 e커머스(e-commerce)라고 합니다. 소셜커머스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저렴한 가격의 지역 업체 상품을 사람들에게 알리고 최소 인원이 모이면 그 가격에 공동구매를 하는 것입니다. 온라인에서 이루어지니 e커머스나 소셜커머스 모두 전자상거래입니다. 흔히 온라인 쇼핑이라고 하죠.

처음 ‘로켓배송’이 나왔을 때 빠른 배송을 강조하며 소비자들을 놀라게 했습니다. 이제는 새벽배송, 샛별배송, 신선배송으로 단순히 빠른 속도뿐 아니라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며 경쟁이 뜨거워지고 있습니다. 여기에 홈쇼핑업체도 가세해 원하는 시간에 식품 등 신선 물품을 배달합니다. 잠들기 전에 주문하고 눈뜨면 주문한 물건이 도착해 있으니 일상이 바쁜 워킹맘의 큰 호응을 얻고 있습니다.

클릭 한 번으로 누가 더 빨리 배송해 주느냐의 속도전이 매우 뜨거워질 수밖에 없습니다. 이런 빠른 배송은 2005년 미국의 아마존에서 시작됐습니다. 아마존은 연회비를 지불하는 프라임 회원에게 배송비 없이 이틀 내 물건을 배송했습니다. 미국의 땅은 우리나라의 100배 정도라고 생각한다면 엄청난 일이었던 것입니다.

아마존 회원에 가입하는 것은 무료지만 아마존 프라임에 가입해 연회비(약 13만 원)를 내고 일부 상품을 가격에 상관없이 무료 배송 받을 수 있는 것은 물론이고 음악 영화 드라마 스트리밍 무제한 독서 서비스도 받을 수 있습니다.

차별화된 다양한 서비스와 발 빠른 선점으로 전 세계 최대 인터넷쇼핑몰로 성장한 아마존은 오랜 역사의 미국 백화점들을 줄줄이 문 닫게 했습니다. 아마존에 의해 사업이 점령당했다는 뜻의 ‘아마존드’라는 표현도 있을 정도입니다.

○ 빅데이터로 주문 예측… 부작용도

배송업체는 물건을 너무 많이 쌓아 놓으면 재고 처리를 해야 합니다. 너무 적게 물건을 준비하면 배송에 차질이 생깁니다. 그럼에도 어떻게 밤늦게 주문하고 다음 날 이른 새벽에 물건을 집 앞에서 받을 수 있는 걸까요? 바로 ‘빅데이터’를 이용하는 것입니다.

몇 년 전 미국의 대형마트에서 한 가정에 유아용품 카탈로그를 발송했습니다. 이 가정에는 여고생이 있었는데 알고 보니 부모 몰래 임신을 한 상태였습니다. 대형마트는 어떻게 여고생의 임신 사실을 알 수 있었을까요? 그녀가 기존에 구매한 제품들을 분석해 영양제나 태아에 무해한 화장품 등 구매 패턴의 빅데이터를 활용한 마케팅이었던 것입니다.

빅데이터를 통해 누가, 언제, 무엇을 주문할지를 주문이 들어오기 전에 예측합니다. 당일 매출, 고객 수, 주문 수를 비롯해 물품의 품절, 폐기 주기 등을 분석해 빅데이터를 통한 주문을 예측하고, 미리 물건을 발주하는 ‘주문예측기술’을 이용합니다.

소비환경의 변화는 우리에게 편리함만을 제공하는 것은 아닙니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중간유통 과정 없이 원하는 물건을 바로바로 저렴하게 구매할 수 있어 좋지만 다른 이면도 생각해봐야 합니다.

온라인 마켓은 영세한 상권을 잠식하며 적자를 보더라도 시장을 키우겠다는 ‘규모의 경제’로 가고 있습니다. 기존의 인프라와 자본을 가진 대기업까지 가세해 죽지 않고 살아남기 위해 손해를 보고 출혈이 생겨도 끝까지 가보겠다는 치킨게임을 하고 있는 것입니다.

빠른 배송을 하려면 그에 따른 추가 배송 장비와 인력, 연료 등이 더해져 물류비 상승을 초래합니다. 또한 기업의 성장에 앞서 고객 유치가 목적이니 공격적인 마케팅을 하다가 결국 비용을 회수하지 못한다면 생존하지 못하고 자멸할 수 있는 것입니다. 배송에 쓰이는 포장재도 문제입니다. 신선하고 안전하게 개별 포장하기 위해 얼마 안 되는 배달 물건에 과한 포장을 하고 있어 환경오염의 주범이 될 수 있습니다. 오프라인 마켓에서는 일회용품을 줄이고 있는 상황인데 온라인 마켓에서는 과할 정도로 일회용품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로켓배송, 새벽배송 등의 서비스는 일정 금액 이상 구매해야 배송비가 무료입니다. 필요 이상의 물건을 구입하게 돼 불필요한 과소비를 가져올 수 있습니다. 택배 기사들의 과도한 노동시간과 열악한 근무환경도 문제입니다. 우리가 잠든 사이 누군가는 잠 못 이루는 수고를 해야 하는 것입니다. 소비자들도 당장의 편익만 생각하지 말아야 합니다. 미래를 생각하며 소비해야 하고 ‘비용을 지불했으니 그만’이라는 생각보다는 함께 상생하는 슬기로운 경제생활이 요구됩니다.

김영옥 청소년금융교육협의회 강사
#온라인 쇼핑#초고속 배송#빅데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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