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자재 공급업자와 짜고 학부모들에 20~70% 더 받은 뒤 착복
부산지법 “학부모 신뢰 저버린 죄질 나빠”…1심 무죄 뒤짚어
학부모들로부터 급식비를 초과해서 받은 뒤 그 차액을 식자재 공급업자로부터 되돌려받은 사립 유치원장과 식자재 공급업체의 행위는 사기죄에 해당한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부산지법 형사3부(문춘언 부장판사)는 사기 혐의로 기소된 식자재 공급업체 대표 A씨(38)에게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깨고 징역 1년6개월을 선고했다고 10일 밝혔다.
또 유치원 원장 12명에게도 무죄 원심을 파기하고 벌금 3000만원(3명), 2000만원(1명), 1500만원(7명), 500만원(1명)을 각각 선고했다.
A씨는 2014년부터 2년간 부산·경남·울산지역 68개 유치원과 163개 어린이집 원장들에게 “유치원 식자재 대금으로 임의의 금액을 결제하면 그 중 실제 식자재비와 10%의 수수료를 제외한 차액을 반환해 주고 결제된 금액에 맞는 서류까지 준비해주겠다”며 이면계약을 맺고 실행한 혐의다.
원장들은 실제 가격보다 20~70% 가량 초과한 금액을 학부모들에게 청구해 받은 뒤 그 차액을 현금으로 돌려 받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A씨는 이 같은 수법으로 장부상 91억원 규모의 매출을 올렸고, 44억 가량을 현금으로 유치원·어린이집 원장들에게 되돌려 줬다.
1심 재판부는 “원장들이 다른 업체로부터 구입한 식자재비, 조리사 인건비 등을 급식비로 지출함으로써 실제 급식비를 얼마나 지출했는지에 관해서는 제대로 조사가 이뤄지지 않았다”며 “리베이트를 받았다는 사정만으로는 사기 혐의를 인정하기 어렵다”고 무죄를 선고했다.
하지만 2심 재판부는 “급식비를 고지하고 이를 지출했다가 반환받기로 한 경우 그와 같은 사정을 학부모들에게 알릴 의무가 있음에도 이를 위반했다”며 사기 혐의를 유죄로 판단했다.
재판부는 또 “돌려받은 돈으로 다른 급식 관련 업체에 지급했다거나 급식 관련 비용으로 지출했다 하더라도 이미 사기 범행이 완료된 이후의 일이라 사기죄 성립에 지장이 없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A씨에 대해 “장기간에 걸쳐 범행이 이뤄진 점, 그 피해금액이 매우 큰 점, 범행으로 인한 피해가 학부모에 전가된 점, 이 사건 범행에 대한 수사가 이뤄지자 종전 회사를 폐업하고 별개의 회사를 설립해 동일사업을 운영하고자 한 점 등 죄질과 범행 이후의 정황이 좋지 않다”고 양형이유를 밝혔다.
또 유치원·어린이집 원장에 대해서는 “어린 자녀의 보육을 맡긴 학부모들의 신뢰를 저버리고 개인적 이익을 위해 식자재 공급업자와 음성적인 거래를 하는 등 그 죄질이 좋지 않다”며 “ 그러나 차액금의 상당 부분이 유치원 운영을 위한 비용으로 사용된 것으로 보이는 점 등을 참작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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