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 사립유치원 원장이 원비를 빼돌려 명품 가방 등 사적 물품을 구매하는 일이 사라진다. 다음 달부터 사립유치원용 국가관리회계시스템(에듀파인)이 전국 686개 유치원에 도입되기 때문이다.
교육부는 18일 시연회를 열고 사립유치원에 맞게 기능을 개선한 에듀파인을 공개했다.
새 시스템은 예산 편성, 수입 관리, 지출, 결산, 클린 재정, 세무 관리 등 총 8개 기능으로 간소화했다. 인력이 부족한 유치원에서 에듀파인을 쓰기 어렵다는 현장의 지적을 반영했다. 기존 국공립 초중고 대상 에듀파인은 회계 필수 기능만 12개에 달해 숙달하는 데 어려움이 있다는 의견이 있었다.
에듀파인 도입으로 사립유치원의 모든 수입, 지출이 투명하게 관리돼 회계 비리가 불가능해진다. 기존에는 유치원 원장이 각종 비용을 임의로 사용한 후 손으로 회계장부를 작성했다. 또 교육청 감사를 받아야만 비리가 적발됐다.
하지만 에듀파인을 사용하면 사립유치원은 세입 세출 항목에 명시되지 않은 물품은 구매할 수 없다. 교구 등은 에듀파인에 등록된 업체를 통해서만 구매할 수 있다. 지난해 논란이 됐던 유치원 비리 사건처럼 사립유치원 원장이 원비를 유용해 명품 가방, 성인용품 등 교육활동과 무관한 물품을 사는 일이 사라질 수 있는 것이다.
유치원 원장 및 설립자가 자신의 가족에게 인건비 명목으로 원비를 지급하는 일도 원천 차단된다. 에듀파인 시스템에 등록된 직원에게만 인건비를 지급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동안 일부 유치원에서는 원장의 친척들이 실제로 일하지도 않으면서 인건비를 받아 가는 문제가 있었다.
또 사립유치원들은 국가에서 받는 누리과정 지원금과 학부모가 내는 부담금을 별도로 나누지 않고 하나의 회계로 운영해 왔다. 각종 비용이 모호하게 처리될 수 있는 여건이 된 셈이었다. 하지만 앞으로 세입 세출이 무조건 금융전자 거래를 기반으로 이뤄지는 에듀파인을 사용하면 학부모들이 납부한 원비를 교육 목적 외에 사용하는 게 불가능해진다. 유치원 회계로 들어온 돈에 ‘꼬리표’가 달려 어디로 흘러가는지 한눈에 볼 수 있는 시스템이 마련되기 때문이다.
학부모들이 납부한 원비는 인건비로도 사용할 수 없다. 무조건 원아들 교육 활동에만 사용해야 한다. 원장이 회계 장부를 거짓으로 작성해 원비를 빼돌릴 수 없게 된다는 의미다. 교육부는 “올해는 현원 200인 이상 대형 유치원 581개와 희망하는 유치원 105개 등 총 686개 유치원에 에듀파인이 적용된다”며 “내년부터는 모든 사립유치원으로 확대 적용된다”고 밝혔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