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회계시스템 의무화에 반발
“유아교육 사망” 검은 옷 입고 “정부 대화 안하면 집단 휴-폐원”
유은혜 부총리 “교육자 본분 망각”
“유아교육 사망선고 더 이상은 못 참겠다.”
25일 한국유치원총연합회(한유총)가 서울 영등포구 국회 앞에서 ‘유아교육 사망선고 교육부 시행령 반대 총궐기대회’를 열고 교육부에 ‘최후통첩’을 보냈다.
이날 집회에 참석한 사립유치원 관계자 1만1000여 명(경찰 추산)은 ‘상복’의 의미로 검은색 옷을 맞춰 입었다. 이들은 유아교육이 사망했다는 의미에서 합동 분향소를 설치하고 곡소리를 내며 헌화를 했다.
사립유치원 관계자들이 ‘곡소리’까지 내며 집회를 연 이유는 ‘유아교육법 시행령 개정안’ 때문이다. 교육부가 지난해 12월 입법예고한 유아교육법 시행령 개정안은 사립유치원에 국가회계관리 시스템(에듀파인) 도입을 의무화했다. 또 사립유치원 설립자가 임의로 유치원을 폐원할 수 없도록 하는 내용이 포함됐다. 이런 내용의 유아교육법 시행령 개정안이 지난달 25일 시행되면서 사립유치원은 매 학년도 말일에만 폐원할 수 있게 됐다. 또 폐원하려면 학부모 3분의 2 이상의 동의를 받아야 한다.
한유총은 개인이 주인인 사립유치원의 자율권과 교육권이 침해당했다고 주장한다. 한유총 측은 “유아교육의 공공성 확보를 반대하는 게 아니다”며 “8차례 교육부에 대화를 요구했으나 교육부가 이를 무시하고 일방적으로 에듀파인을 도입하려 해 현실에 맞게 정책을 추진해 달라는 것이 우리의 요구”라고 밝혔다.
이날 집회에서 참가자들은 사립유치원의 공공성을 강화하는 이른바 ‘유치원 3법’(유아교육법, 사립학교법, 학교급식법 개정안)에 대해서도 “사유 재산권의 침해 우려가 있다”며 반대의 목소리를 높였다. 한유총은 이날 총궐기 이후에도 교육부가 대화에 나서지 않으면 집단 휴원·폐원을 검토하기로 했다.
다만 집단 휴원·폐원에 얼마나 많은 사립유치원이 참가할지는 미지수다. 현재 사립유치원은 에듀파인 도입을 두고 찬반으로 쪼개진 상태다. 한유총 외에 다른 사립유치원 단체인 한국사립유치원연합회(한사협)와 전국사립유치원연합회(전사연)는 에듀파인 도입에 찬성하고 있다. 교육부는 찬성하는 두 단체와 정례회의를 갖고 유치원 정책을 논의하기로 했다.
교육부는 22일 국세청, 공정거래위원회, 경찰청 등 관계 부처와 간담회를 갖고 한유총 집회에서 불법이 발견되면 엄중히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이날 기자들과의 간담회에서 “교육기관인 유치원에서 ‘영리 추구가 막혔다’며 보완책을 요구하는 것은 어불성설이고 교육자 본분에도 어긋난다”며 강력 대응을 시사했다. 에듀파인은 다음 달 1일부터 원아 200명 이상 전국 대형 유치원 581곳에 적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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