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당국이 개학(4일)을 연기하는 유치원 명단을 2일 공개하고 3일부터 긴급돌봄 신청을 받기로 했다. 한국유치원총연합회(한유총)가 지난달 28일 유아교육법 시행령 등을 이유로 ‘유치원 개학 무기한 연기’를 선언한 것에 대한 대응책이다. 하지만 ‘뒷북 대응’이라는 비판과 함께 지역에 따라 보육대란이 현실화될 수 있어 학부모들의 혼란이 작지 않을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 개학 연기 164곳 명단 공개… 긴급돌봄 지원
교육부와 17개 시도교육청은 1일 오후 서울 교육재난시설공제회에서 회의를 열고 개학 연기 참여 유치원 현황과 대응방안을 발표했다.
교육부 조사 결과 전국 시도교육청 소속 사립유치원 3906곳 중 164곳(28일 밤 12시 기준)이 ‘개학 연기’ 투쟁에 동참할 예정인 것으로 확인됐다. 164곳 중 97곳은 개학을 연기하지만 돌봄서비스는 제공하기 때문에 유치원 자체를 개방하지 않는 곳은 총 67곳이다.
유치원 2200여 곳이 개학 연기에 동참할 것이라던 한유총 주장에는 크게 못 미치는 수준이다. 한유총은 전체 사립 유치원의 78%(3200여 곳)가 속한 국내 최대 규모의 유치원 이익단체다. 다만 조사 과정에서 연락이 닿지 않은 유치원이 30%나 돼 개학 연기 유치원 수가 늘어날 수 있는 상황이다.
교육부는 개학 연기 여부를 추가 확인한 후 2일 낮 12시 각 시도교육청 홈페이지에 모든 사립유치원의 개학 여부를 공개하기로 했다. 계획을 밝히지 않은 미응답 유치원도 포함된다. 개학 연기가 확인되거나 조사에 응하지 않은 유치원은 4일 개학 연기를 확인해 시정명령을 내릴 방침이다. 그럼에도 5일 개원하지 않으면 즉시 고발 조치하기로 했다. 유아교육법에 따라 시정명령을 어긴 유치원은 1000만 원 이하 벌금 또는 1년 이하 징역에 처할 수 있다.
유치원 개학이 연기된 학부모를 대상으로 3일 오전 9시부터 교육청 홈페이지를 통해 ‘긴급돌봄’ 신청도 받는다. 관내 국공립 유치원과 어린이집, 여성가족부의 ‘찾아가는 아이돌봄 서비스’ 등을 동원해 학부모 혼란을 줄이겠다는 게 교육부의 계획이다.
이날 회의에 참석한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입학일 연기를 일방적으로 통보받은 학부모는 교육부 ‘유치원 폐원고충·비리신고센터’에 신고해달라”고 당부했다. 대검찰청도 이날 “한유총의 개학 연기가 교육관계법령 위반 소지가 크므로 엄정 대응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2일 오전에는 정부서울청사에서 이낙연 국무총리 주재로 각 부처 장관과 지자체장이 참석하는 범정부 차원의 긴급 회의도 열린다. ○ 유치원 학부모 발만 동동… 한유총의 가정통신문은 ‘가짜뉴스’ 논란도
이 같은 정부 대책에도 불안감을 지우지 못하는 학부모가 많다. 서울 송파구에 사는 30대 직장인 A 씨는 “딸이 다니는 유치원으로부터 ‘개학을 무기한 연기한다’는 연락을 받아 ‘멘붕’에 빠졌다”며 “주말 동안 도우미라도 구하려는 중”이라고 말했다. 일부 유치원은 정상적으로 개학해도 셔틀버스 운행 거부 등으로 투쟁에 간접적으로 참여하겠다고 밝혀 학부모들의 불편은 더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포털사이트 ‘지역 맘 카페’에도 갑작스러운 개학 연기 통보에 ‘멘붕’에 빠진 엄마들의 성토가 쏟아졌다. 청와대 홈페이지에는 ‘아이들을 인질로 삼는 유치원은 각성하라’는 국민청원까지 등장했다. 경기 광교신도시 학부모들은 3일 수지구청 앞에 모여 개학 연기를 단행한 유치원들을 규탄하는 시위를 벌일 계획이다. 수원에 사는 워킹맘 B 씨(40)는 “지방에 사시는 부모님이 상경해야 할 판”이라며 “이런 집단행동 조짐이 한참 전부터 보였는데 정부가 늑장 대응하다가 아이와 학부모만 피해를 입게 됐다”고 하소연했다.
학부모 반발을 우려한 듯 한유총은 지난달 28일 소속 유치원을 통해 ‘가정통신문’을 전달한 것으로 확인됐다. 통신문에는 3월 시행되는 ‘유아교육법 시행령’에 따라 유아 배치 계획이 변경돼 학부모의 유치원 선택권이 없어진다는 내용이 담겼다. 교사와 학부모 간 갈등 등 유치원의 경미한 잘못에도 정원 감축, 학기 중 폐쇄조치가 가능하다는 내용도 있다.
교육부는 사실상 ‘가짜뉴스’라는 입장이다. 교육부 권지영 유아교육정책과 과장은 “정상적인 교육과정 운영이 불가능한 상황에 한정해 시정·변경 명령을 내리고, 이에 따르지 않을 경우 정원 감축 등 조치를 내린다는 규정을 왜곡한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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