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용인 지역 학부모 100여 명은 3일 거리로 나섰다. 이들은 용인시 수지구청 앞에서 집회를 열고 “아이들을 볼모로 하는 사립유치원들은 각성하라”고 외쳤다. 또 “교육 자율화보다 교육을 똑바로 하라”며 “사립유치원 원장들은 교육자인가 장사꾼인가. 아이들 보기 부끄럽지 않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들이 거리 시위에 나선 건 한국유치원총연합회(한유총)의 개학 연기 투쟁의 직격탄을 맞았기 때문이다. 용인 지역 전체 유치원 75곳 가운데 28곳이 개학 연기 투쟁에 참여하겠다고 밝혔다. 교육청의 확인 요청에 응답하지 않은 유치원까지 합하면 37곳이다. 절반 가까이가 4일 문을 열지 않을 가능성이 큰 것이다.
경기 지역 전체로 넓히면 개학 연기 투쟁에 참여하는 유치원의 원아 수는 1만6318명에 이른다. 미응답 유치원의 원아 8335명을 더하면 2만5000명에 가까운 원아가 긴급 돌봄이 필요한 실정이다. 한유총 경기지부는 강성으로 통한다. 또 경기 지역에는 신도시가 많아 기업형 대규모 유치원들이 많다. 이번 개학 연기 투쟁에는 과거 회계 부정 등을 저지른 대형 유치원들이 주도적으로 참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경기도교육청은 24시간 비상근무 체제로 전환했다.
한유총이 사립유치원 설립자의 사유재산권 인정을 요구하며 무기한 개학 연기 투쟁에 나서면서 4일 학부모들의 혼란은 현실이 됐다. 대전시교육청은 2일 홈페이지를 통해 ‘개학 연기 유치원이 단 한 군데도 없다’고 밝혔다가 학부모들로부터 빗발치는 항의를 받았다. 이 지역 유치원 150여 곳 대부분이 개학을 6일로 연기한 것으로 확인되면서다. 대전시교육청 관계자는 “대다수 유치원이 운영위원회를 열어 적법한 절차를 거쳐 6일로 개학을 연기한 만큼 불법 단체행동이라고 보기 힘들어 개학 연기 대상 유치원 집계에서 뺐다”고 해명했다. 이에 상당수 학부모들은 “개학 연기 유치원이 없다는 교육청 말만 믿고 4일 직장에 휴가를 내지 못했다”며 분개했다.
정부가 개학 연기 유치원 원아들을 인근 국공립유치원이나 어린이집 등에서 긴급 수용하겠다고 밝혔지만 학부모들의 우려는 가라앉지 않고 있다. 경북 포항에서 맞벌이를 하는 김모 씨(36·여)는 “근처 유치원에서 아이를 맡아 준다 해도 아이 입장에선 낯선 곳인 만큼 불안감을 느낄 수밖에 없을 것 같다”고 말했다.
3일 낮 12시 기준으로 교육부가 전국 17개 시도교육청 조사 결과를 취합한 자료에 따르면 전국에서 개학 연기에 참여하겠다고 밝힌 사립유치원은 381곳이다. 이 중 ‘개학은 연기하되 돌봄은 제공하겠다’고 밝힌 곳은 243곳, 돌봄도 제공하지 않겠다고 한 곳은 138곳이다. 참여 여부 자체를 응답하지 않은 유치원도 233곳에 달해 총 614곳이 개학 연기 가능성이 있다. 반면 한유총은 “우리 조사에서는 1533곳이 개학 연기 투쟁에 참여하겠다고 밝혔다”고 주장해 4일 일부 지역에선 예상치 못한 혼란이 빚어질 수 있다.
정부는 주말 내내 ‘경고 메시지’를 보내며 압박했다. 이낙연 국무총리는 2일 교육부와 법무부, 공정거래위원회, 국세청, 경찰청 등이 참석한 회의에서 “불법 개학 연기가 강행될 경우 법에 따라 엄정 대처하라”고 주문했다.
그러나 한유총은 3일 기자회견에서 개학 연기를 넘어 폐원 투쟁까지 검토하겠다며 오히려 수위를 높였다. 이덕선 한유총 이사장은 “개학일 결정은 원장의 권한인데 국무총리까지 나서서 ‘교육 공안’ 정국을 조성하고 있다”며 “수십억 원을 투자한 유치원에서 1원도 수익을 가져갈 수 없고, 폐원조차 못해 사유재산권을 완전히 박탈당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누리과정 지원금을 학부모에게 직접 지원하고, 사립유치원에는 자율권을 달라”고 요구했다.
양쪽이 ‘강(强) 대 강’으로 맞서면서 당분간 접점을 찾기는 쉬워 보이지 않는다. 교육부는 “국민을 볼모로 한 대화 요구에 응할 수 없다”며 “예고 없이 개학을 연기하는 유치원이 발생할 것에 대비해 4일 오전 7시부터 모든 유치원에 교육지원청과 주민센터 직원, 경찰을 3인 1조로 배치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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