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부모-아이들만 혼란 불안… 유치원 불신만 키운 ‘개학 연기’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3월 5일 03시 00분


한유총 하루만에 철회

이미 문 닫은 곳인데… 교육당국, 엉뚱한 유치원에 시정명령서 한국유치원총연합회가 개학 연기 투쟁에 나선
 4일 오전 개학 연기 여부에 응답을 하지 않은 서울 도봉구의 한 유치원에서 서울북부교육지원청 장학사가 시정명령서를 부착하고 
있다. 하지만 이 유치원은 신입 원아를 모집하지 못해 이미 휴원한 곳으로 확인되면서 교육당국이 ‘헛발질을 했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송은석 기자 silverstone@donga.com
이미 문 닫은 곳인데… 교육당국, 엉뚱한 유치원에 시정명령서 한국유치원총연합회가 개학 연기 투쟁에 나선 4일 오전 개학 연기 여부에 응답을 하지 않은 서울 도봉구의 한 유치원에서 서울북부교육지원청 장학사가 시정명령서를 부착하고 있다. 하지만 이 유치원은 신입 원아를 모집하지 못해 이미 휴원한 곳으로 확인되면서 교육당국이 ‘헛발질을 했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송은석 기자 silverstone@donga.com
한국유치원총연합회가 4일 오후 개학 연기를 전격적으로 철회했지만 학부모들은 이날 아침부터 혼란스러운 하루를 보냈다. 평소라면 원아들이 새로운 유치원 반에서 선생님과 친구들을 만나 웃음꽃을 피워야 하는 날이지만 개학 연기 소식을 듣고 항의하러 온 학부모 등으로 시끄러웠다.

이날 오전 서울 동대문구 A유치원에 아이 손을 잡고 온 한 학부모는 원장에게 “유치원을 다른 곳으로 옮길 거니까 퇴원시켜 달라”고 소리쳤다. A유치원은 서울시교육청이 홈페이지에 올린 ‘개학 연기 유치원 현황’에는 무응답 유치원으로 분류된 곳이었다. 하지만 학부모들에게는 1일 문자로 개학 연기를 통보했다. 화가 난 학부모들은 전화를 걸었지만 번호는 착신이 금지된 상태였다. 직접 달려온 학부모들에게 유치원 교사들은 “학부모님의 항의 전화가 너무 많아 원장님을 바꿔 줄 수 없다”고만 반복했다.

개학을 미루고 자체돌봄은 운영하기로 한 곳도 학부모가 불편하기는 마찬가지였다. 셔틀버스를 운영하지 않아 아이를 직접 등·하원시켜야 해서였다. 개학을 무기한 미루겠다고 공지한 서울 강남구 B유치원 앞에서 만난 한 학부모는 “정문에 택시가 기다리고 있어서 바로 가야 한다”며 아이를 들여보내고 바로 출근했다. 오후에 손녀를 데리러 온 한 할머니는 “왼쪽 다리 관절염이 심해 잘 걷지도 못하는데 셔틀버스 운영을 안 한다고 해서 송파구에서 전철을 타고 왔다”고 말했다.

개학 연기를 갑자기 철회한 경우에도 학부모들은 혼란을 겪었다. 부산 남구의 한 유치원에 자녀를 보내는 학부모는 “개학이 연기된다고 해서 어제 이웃에 어렵게 아이를 봐달라고 부탁했는데 새벽에 갑자기 아이를 보내라고 해 급하게 달려왔다. 연휴 내내 애타게 만들고 뭐 하는 짓인지 모르겠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학부모들은 “유치원에 대한 신뢰가 사라졌다”고 입을 모았다. 두 아이를 유치원에 입학시키려던 한 학부모는 “일방적인 개학 연기 통보와 연락이 되지 않을 거라는 문자 내용을 보고 유치원을 신뢰할 수 없게 됐다”며 “아이가 사립유치원을 다니는 이상 오늘 같은 불안한 일이 반복될 것 같아 입학 취소 및 환불 요청 문자를 담임교사에게 보냈다”고 했다.

교육부와 교육청은 돌봄 공백을 방지하겠다며 분주하게 움직였지만 헛발질도 있었다. 서울시교육청과 서울북부교육지원청은 도봉구 D유치원에 시정명령서를 전달하겠다고 언론에 공지했다. 원장이 줄곧 전화와 문자에 응하지 않아 개학 연기에 동참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유치원을 방문한 장학사는 “오는 중에 ‘유치원 원장이 개학 연기를 철회하겠다고 한다’는 연락을 받았는데 문이 닫혀 있다”며 문에 시정명령서를 붙이고 돌아갔다. 하지만 본보가 확인한 결과 D유치원은 올해 신입 원아를 모집하지 못해 휴원한 곳이었다. 애초에 개학을 하는 유치원이 아닌데 교육청이 제대로 확인하지 않고 시정명령서를 붙인 것이다.

최예나 yena@donga.com·조유라·김재희 기자
#한유총#사립유치원#개학연기 철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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