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자사고 8곳 지정취소 위기… 5년전 취소하려다 못한 7곳 포함
교장들 “조희연 교육감 복수한 것”… “교육 하향평준화” 학부모들 반발
전교조는 “8개교만 전환은 미흡”
“복수혈전이죠. (조희연) 교육감이 5년 전 했던 평가는 정당했는데 박근혜 정부 교육부 때문에 지정 취소를 못 했다는 주장을 담보하기 위한 거고.”
9일 서울시교육청의 자율형사립고(자사고) 재지정 평가 결과를 전해 들은 A자사고 교장은 격앙된 목소리로 이같이 말했다. 이날 지정 취소 결정을 통보받은 자사고 8곳 중 7곳이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이 2014년 평가 때 지정 취소하려 했던 학교라는 사실을 지적한 것이다. 다른 자사고에서도 “철저히 기획된 평가다”, “교육감이 당시 교육부 장관에게 제기했던 소송에서 패한 것을 복수했다”는 얘기가 나왔다.
언론 발표 10분 전인 이날 오전 10시 50분경 서울시교육청으로부터 지정 취소 결과를 통보받은 자사고 측은 한동안 연락이 닿지 않았다. 지정 취소된 B자사고 교장은 “나도 충격을 받았는데 학생 학부모 교사들이 동요할까 봐 안정시키는 게 중요했다”고 긴박했던 당시 상황을 전했다.
당초 자사고교장협의회는 평가 결과가 나오면 바로 회의를 열고 대응방안을 논의해 입장문을 낼 계획이었다. 그러나 시교육청이 32개 평가지표별 점수는 공개하지 않고 6개 영역별 점수만 알려주는 바람에 혼란이 컸던 것으로 전해졌다. C자사고 교장은 “구체적으로 뭐가 부족했던 건지 전체적으로 분석해야 대응책을 논의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학생들도 혼란스러워했다. 지정 취소 대상인 D자사고 2학년생은 “다들 ‘전학 가자. 이제 학교에 메리트(이점)가 없다’고 했다”며 “교장선생님이 우리는 모두 자사고 학생으로 졸업하니까 동요하지 말라고 교내 방송을 했다”고 말했다. 3학년에 재학 중인 한 학생은 “제2외국어로 (일반고에서는 배우기 어려운) 터키어, 스웨덴어도 배우고 주말엔 관심사별로 전공 수업을 들을 수 있는데 아쉽다”고 말했다.
학부모들도 크게 반발했다. 한 학부모는 “공부하려는 욕심이 있고 더 나은 교육을 바라면 자사고에 갈 수 있는 건데 왜 전부 하향 평준화하려는 것이냐”며 “앞으로 경제력과 사교육 수준에 따라 자녀의 대학이 결정되는 현상이 깊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는 “고교 체제는 미래 교육 환경을 고려한 국가 차원의 검토와 국민 합의를 통해 결정해야 한다”며 “정권이 바뀔 때마다 ‘학교 없애기’가 반복돼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반면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서울지부 등으로 구성된 서울교육단체협의회는 “8개교만 일반고로 전환하는 것은 조희연 교육감의 공약에 한참 모자란다”며 “‘봐주기 평가’ 의혹을 철저히 파헤치고 자사고 완전 폐지를 위해 싸우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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