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의 시 자사고 폐지기조·평가 공정성 관건
'강남학군 부활·하향평준화 우려 불식 과제
文정부 절대평가 전환 고교학점제 '대안론'
올해 자율형사립고(자사고) 24개교에 대한 재지정평가 결과 절반에 가까운 11개교가 지정 취소 위기에 놓였다. 교육계에서는 교육부 기준점수인 70점을 넘긴 상산고를 제외한 자사고 10개교가 취소될 것이라는 예측이 힘을 얻고 있다.
10일 교육계에 따르면 각 교육청 자사고 지정 기준점수에 미달한 11개교 중 구제 가능성이 있는 학교는 지정취소 위기에 놓인 유일 전국단위 자사고인 전북 상산고다.
상산고를 비롯해 경기 동산고, 부산 해운대고에 대한 교육청 청문 절차는 지난 8일 진행됐다. 이번주 안에 각 교육청이 청문 결과를 확정한 뒤 교육부에 지정취소 신청을 구할 가능성이 높다. 교육부는 앞서 “학생들의 혼란을 줄이기 위해 이달 안에 신속하게 결정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교육부는 전문가로 구성된 특목고 등 지정위원회(지정위) 차원에서 심의결과를 참고해 최종 결정할 계획이다. 서울은 지정취소 학교가 8개로 가장 많은 만큼 별도로 심의가 이뤄질 가능성이 높지만 교육부는 고입계획이 확정되는 9월6일 전까지는 동의 여부를 모두 발표할 방침이다. 빠르면 서울도 이달 말 발표될 가능성이 있다.
이번 2기 재지정평가의 주요 타깃은 서울지역이라는 분석에 무게가 실린다.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도 지난달 기자간담회에서 “서울의 경우 이명박 정부 당시 급속히 자사고가 늘어나면서 고교서열화 현상이 나타났다”며 “그 결과 초등학교 때부터 입시경쟁이 심화됐고 교육시스템 전반을 왜곡시켰다는 게 자사고 10년에 대한 평가”라고 했다.
교육부 역시 각 교육청의 자사고 재지정 평가에 대해 공정성과 미래사회 고교체계에 자사고가 부합하는지 등을 중점적으로 살필 계획이다. 즉 자사고 폐지 기조를 견지하면서 평가의 공정성 시비는 되도록 줄이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교육계 한 원로학자는 “자사고 단계 폐지 정책은 정부 공약임에도 불구하고 최근 여당은 상산고만 다른 지역보다 10점 높은 기준점수를 적용받았다는 점 등에 대해 의문을 표했다”면서 “공정평가 시비가 불거지는 상산고는 구제하고 교육부 기준점수를 따른 다른 지역은 취소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문제는 다음이다. 전국 자사고 42곳 중 경기 외대부고와 인천하늘고 등 전국단위 자사고를 비롯한 18개교가 내년도에 재지정 평가를 받게 된다.
하지만 정부 기조대로 자사고가 추가 폐지된다면 강남 8학군과 목동 학군이 다시 부활하고, 전반적인 고교 교육이 하향 평준화된다는 우려와 부작용이 적지 않다. 문재인 대통령 임기 내 이 같은 비판을 불식시켜야 한다는 교육부의 부담이 만만치 않다.
교육계 관계자는 “교육당국 차원에서 일반고 고교교육과 관련해 책무성을 갖고 여러 지원책을 마련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데 그 중 하나가 고교학점제”라고 말했다.
고교학점제는 학생들이 흥미와 적성을 고려해 원하는 과목을 이수한 뒤 누적학점이 기준에 도달하면 졸업할 수 있는 제도다. 문 대통령이 대선 후보시절 내건 교육 공약 1호이기도 하다. 지금은 일부 학교가 고교학점제 연구·선도학교로 운영되고 있다. 내년에는 마이스터고가 고교학점제를 실시할 예정이다. 일반고는 2025년까지 단계적으로 확대 도입된다.
고교학점제는 전 과목 절대평가(내신 성취평가제)를 전제로 하고 있다. 소위 ‘기-승-전-입시’인 고교 교육 구도를 바꿀 수 있다는 교육당국의 복안이다. 이 제도를 계기로 교대·사범대 중심의 교원 양성체계도 완전히 변화할 것이라는 예측도 나온다.
교육계 다른 관계자는 “문재인 정부의 대표적인 고교 교육정책은 고교무상교육, 고교학점제로 대표되며 자사고 폐지는 두 정책의 전제조건이나 마찬가지”라며 “향후 일반고에 대한 재정지원을 획기적으로 확대하는 등 질적 제고 정책이 수반돼야 논란을 불식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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