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교육청의 서울지역 자율형사립고 재지정 평가 결과를 놓고 ‘깜깜이’ 평가라는 비판이 점점 거세지고 있다.
이번 평가 결과가 학생·학부모를 포함한 국민적 관심사로 부상한데다 공정성 논란이 불거지고 있는데도 서울시교육청이 학교별 평가 점수는 물론 평가 위원도 비공개하고 있어서다.
서울시교육청은 학교 측의 비공개 요청이 있었고 평가위원들의 신상털이 우려도 있어 밝히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10일 서울시교육청에 따르면, 전날 발표한 재지정 평가에서 탈락한 학교는 13곳 중 8곳이다. 학교별로는 Δ경희고 Δ배재고 Δ세화고 Δ숭문고 Δ신일고 Δ이대부고 Δ중앙고 Δ한대부고 등이다. 이들 학교는 서울시교육청의 재지정 평가 기준점수(100점 만점에 70점)에 미달해 지정취소가 예고됐다.
서울시교육청은 이번 평가 결과를 발표하며 지정취소 예고 학교 명단은 공개했지만 이들 학교가 획득한 총점, 영역별 점수, 세부지표별 점수 등은 비공개했다.
이를 두고 각계의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지정취소 예고 대상 자사고 재학생 자녀를 둔 학부모 A씨는 “왜 우리 학교가 이번 재지정 평가에서 탈락했는지 이유도 모르는 게 말이 되느냐”며 “행정기관이라면 평가 결과를 세세하게 공개해 학부모들을 납득시키거나 혼란을 최소화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분통을 터트렸다.
자사고 진학을 희망하는 중3 자녀를 둔 학부모 B씨는 “그동안 진학을 고민했던 자사고가 이번 평가에서 모두 탈락했다. 자녀가 원하는 일반고가 주변에 없고 여건상 이사를 갈 수도 없는 상황이기 때문에 결국 지정취소 대상 자사고를 택해야 한다”며 “그렇다면 해당 학교가 어떤 점이 부족한지 알아야 최종 선택을 할텐데 그것마저 알 수 없으니 답답하기만 하다”고 말했다.
학교 측도 반발하고 있다. 이번 재지정 평가 대상 학교에는 총점과 6개 영역별 점수, 평가위원들의 의견 등은 전달됐다. 하지만 32개 세부지표별 점수는 비공개됐다.
한 서울 자사고 관계자는 “이번 평가에서 어떤 세부지표가 감점됐는지 알아야 지정취소 대상 학교는 청문에서 항변을 하고 재지정된 학교도 다음 재지정 평가 대응을 할텐데 아예 깜깜이다”며 “재지정 평가가 자사고 폐지를 위한 평가라는 확신만 더 들고 있다”고 말했다.
자사고 폐지를 주장하는 쪽에서도 일부 공개는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김홍태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서울지부 대변인은 “모든 평가 결과를 공개하라는 것은 아니지만 자사고 지정 목적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선행학습 방지 노력 지표와 감사 결과에 따른 감점 지표, 그리고 그 이유 등은 공개돼야 한다고 본다”며 “이를 통해 이번 재지정 평가가 공정하게 이뤄졌는지 확인할 수 있다”고 말했다.
서울시교육청은 재지정 평가 대상 학교 외 평가 결과 공개는 불가하다는 입장이다. 서울시교육청 관계자는 “재지정 평가 결과를 전부 공개하면 학교 서열화를 부추길 수 있으며 학교 측도 대외 공개는 반대한다는 입장”이라면서도 “학교 측에 세부지표별 점수까지 공개하는 것은 청문 시 방어권 보장이라는 측면도 있기 때문에 충분히 검토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평가위원 비공개에 대한 지적도 많다. 절차적 정당성과 공정성 검증이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자사고 측은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이 ‘자사고 폐지론자’인 만큼 평가위원도 그의 신념에 부합하는 인물로 구성해 짜맞추기식 평가를 진행했을 것으로 주장했다.
서울시교육청 관계자는 이에 대해 “평가위원들이 공개될 경우 신상털이 우려가 있다”며 비공개 입장을 고수했다.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은 지난달 2기 서울시교육감 취임 1주년 기자간담회에서 “요즘 같은 적폐청산 국면에서 절차적으로 정당하지 않은 평가는 바로 또는 사후적으로도 문제가 된다”며 공정한 재지정 평가를 진행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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