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가 전북교육청의 상산고 자율형사립고(자사고) 지정취소 결정에 제동을 걸면서 교육부와 전북교육청의 법적분쟁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김승환 전북교육감이 이미 교육부가 상산고 자사고 지정취소 결정에 ‘부동의’할 경우 법적대응에 나서겠다고 예고했기 때문이다.
박백범 교육부 차관은 26일 정부세종청사에서 브리핑을 열고 전북교육청의 상산고 자사고 지정취소 결정에 ‘부동의’한다고 밝혔다.
교육부는 전날 ‘특수목적고 등 지정위원회’(지정위)를 열어 재지정 평가에 따른 전북교육청의 상산고 자사고 지정취소 결정에 대한 내용과 절차의 위법·부당성 등을 심의했다. 지정위는 전북교육청 결정에 대해 부동의 결론을 내려 유은혜 부총리 겸 교육부장관에 권고했다. 지정위 결정을 존중하겠다고 밝힌 유 부총리는 이에 따라 최종 ‘부동의’ 결정을 내렸다.
정부와 교육청 간 법적분쟁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김 교육감은 지난달 기자간담회에서 “만약 교육부가 (전북교육청의 상산고 자사고 지정취소 결정에) 동의하지 않으면 (헌법재판소에 권한쟁의 심판을 청구할 것”이라고 예고한 바 있다. 전북교육청은 이날 “향후 법적 대응은 법률적 검토를 거친 후에 말씀드리겠다”고 밝혔다.
유 부총리는 지난 24일 기자간담회에서 관련 질문을 받고 “(권한쟁의 심판 청구가 진행되는 것을) 전제로 입장을 밝힐 순 없지만 그런 일이 벌어지면 잘 대응하겠다”고 했다.
권한쟁의 심판은 국가기관과 지방자치단체 간 권한의 존재 여부나 범위에 대해 다툼이 생겼을 때 헌법재판소가 헌법해석을 통해 분쟁을 해결하는 제도다. 권한쟁의 심판 청구는 사유가 있음을 안 날로부터 60일 이내, 사유가 발생한 날로부터 180일 이내 해야 한다.
초중등교육법 시행령에 따르면, 자사고 재지정 평가 권한은 교육감에 있다. 교육감은 재지정 평가를 통해 자사고 지정취소 결정을 내릴 수 있다. 하지만 같은 법령을 보면 교육감은 자사고 지정취소 결정을 확정하려면 교육부장관의 동의를 받아야 한다. 이를 감안하면 이번 권한쟁의 심판의 쟁점은 자사고 지정취소 권한이 누구에게 있는지가 될 것으로 보인다.
한편 헌재 판결은 아니지만 대법원 판결 가운데 교육부와 교육청간 자사고 지정취소 권한을 둘러싼 판례가 있다.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이 지난 2014년 자사고 재지정 평가를 통해 6개 자사고를 지정취소한 것을 교육부가 직권취소했는데, 조 교육감이 ‘자사고 지정취소는 교육감 권한’이라며 소송을 제기한 건이다. 이에 대해 대법원은 지난해 7월 “서울시교육감이 교육부장관 동의를 받지 않고 자사고 지정을 취소한 처분은 초중등교육법 시행령을 위반한 것”이라며 교육부의 손을 들어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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