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정부가 장기화하고 있는 철도노조 파업에 ‘가치 전쟁(value war)’을 선포했다.
철도 경쟁체제 도입을 둘러싼 사회적 혼란에 대해 현 정부와 철도노조 중에서 누가 국민을 위한 진짜 세력인지 가려보자는 것이다. 청와대 주변에선 배수진을 친 결기가 감지된다. 철도 파업에 따른 사회적 비용을 감수하고서라도 원칙을 바로 세우겠다며 장기전도 불사하겠다는 태도다. 박 대통령이 최근 각종 회의에서 “뿌리를 뽑겠다”는 표현을 많이 쓰고 ‘비정상의 정상화’를 강조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26일 “대통령이 칼을 빼어 든 공공기관 정상화, 노사정 대타협의 첫 단추가 바로 철도 경쟁체제 도입이다”며 “이번에 원칙을 지키지 못하면 모든 게 죽도 밥도 안 된다”고 강조했다.
현재 원전 비리나 문화재 비리 척결은 큰 저항 없이 진행되고 있다. 하지만 철도노조는 ‘파업’이란 초강수를 던졌다. 그래서 청와대는 이번 파업을 ‘가치 전쟁’의 시험대로 삼을 태세다. 철도 파업에서 원칙을 지키지 못하고 밀린다면 공공기관 정상화 작업은 시작부터 물 건너간다는 위기감 때문이다.
여권 일각에서는 이번 철도노조 파업이 2008년 이명박 정부 때의 광우병 촛불집회처럼 번질 가능성을 우려하는 시각도 있다. 하지만 청와대 관계자는 “당시는 국민의 먹거리와 관련된 논란이었고, 이번에는 국민에게 이익을 돌려주기 위한 가치의 문제이기 때문에 촛불로 끌고 갈 동력이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청와대는 이번 사안과 관련해 처음엔 정부 정책의 취지가 국민에게 잘 전달되지 않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국민의 지지를 얻어낼 명분을 갖고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정부 일각에서는 박 대통령 특유의 승부수가 발동했다는 시각도 있다. ‘가치 전쟁’에 돌입하면 불통 비판을 감수하고서도 물러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개성공단 가동이 중단됐을 때 “북한의 위협에 굴복하는 관행을 끊겠다”며 먼저 우리나라 근로자를 철수시켰다. 여권 관계자는 “당시에도 박 대통령은 양보할 수 없는 가치의 문제라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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