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이 철도노조 파업과 관련해 직접 국민에게 상황을 설명하고 이해를 구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 관계자는 29일 “이번 사안은 비정상의 정상화와 노사정 대타협이라는 집권 2년 차 핵심 과제의 성공 여부를 결정할 중요한 승부처”라며 “박 대통령이 일상적인 회의가 아니라 별도로 국민에게 철도 경쟁체제 도입 취지와 민영화는 없다는 의지 등을 소상히 밝히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청와대는 철도 파업과 여론의 추이를 지켜보며 구체적 방식을 고심하고 있다. 현재로서는 다음 주쯤 예정된 대통령 신년 기자회견에서 대국민 호소를 병행하는 방안이 유력하다. 그러나 참모들 사이에서는 당장 이번 주에 별도의 담화문 발표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적지 않다.
청와대 관계자는 “더이상 양보안은 없다”며 “이번 기회에 혁신을 방해하는 기득권 세력들의 싹을 도려내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의 한 고위 관계자도 “철도노조가 이전 정부 때처럼 파업으로 맞서면 정부가 적당히 타협하겠지 생각했다면 상대를 잘못 골랐다”며 “부당한 떼쓰기에 절대 밀리지 않겠다”고 말했다.
언론을 통해서 한국철도공사(코레일)의 방만한 경영 실태가 알려진 것도 정부가 의지를 다지는 계기가 됐다. 다른 정부 관계자는 “언론 보도를 보면 알 수 있듯이 파면 팔수록 코레일의 행태는 가관”이라며 “사측은 철도노조와 이면합의를 맺어 능력이나 성과와 관계없이 자동 승진을 보장하고, 파업 징계자의 징계를 취소하는 것도 모자라 밀린 임금에 위로금까지 지급했다니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그러나 정부가 치밀한 전략 없이 뒷북을 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수서발 KTX 자회사 설립을 추진하기에 앞서 사전에 정부가 코레일의 방만 경영 실태를 국민에게 충분히 알리고 공감대를 만들어야 했다는 것이다. 언론이 나서자 뒤따르는 듯한 모습은 공공기관 개혁을 성공적으로 이끈 ‘대처리즘’과 거리가 있다. 마거릿 대처 전 영국 총리는 공공기관 노조와 전면전에 나서면서 홍보전문가를 고용해 대국민 설득에 나서는가 하면, 탄광 파업에 대비해 석탄 재고량을 충분히 확보하는 등 치밀한 사전 준비를 했다.
한편 새누리당 유승민 의원은 29일 기자들을 만나 KTX 자회사 설립에 대해 “‘땅 짚고 헤엄치기 식’으로 돈을 벌 수밖에 없는 자회사와 기존 코레일을 경쟁하도록 하는 것은 말이 안 된다”며 “경쟁 체제를 도입하려 했으면 적자 노선을 얹어서 수서발 KTX 자회사를 설립했다면 이 정도까지 반발이 일어나진 않았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박 대통령이 한나라당 대표였을 때 비서실장을 지낸 유 의원이 정부 정책을 강하게 비판하면서 공공기관 개혁을 두고 여권 내부에서도 이견이 있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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