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 민노총 서울도심 점거시위… 시민 피해 외면
정부도 강경 일변도… “불편 참아주길” 설득 미흡
28일 오후 6시경 서울 종로구 세종로 인근에서 학원 수업을 마치고 집으로 가려던 회사원 양희민 씨(32)는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노총) 총파업 결의대회에 참가했던 시위대와 일반 시민들이 인도와 차도 구분 없이 뒤엉켜 있었기 때문이다. 전쟁터를 방불케 했다. 양 씨는 시위대를 피해 무교동 방향으로 돌아가려다 이번에는 경찰 ‘폴리스라인’에 가로막혔다. 간신히 도착한 지하철 5호선 광화문역은 아예 출입구가 봉쇄돼 들어갈 수도 없었다. 세종로와 태평로에서는 차도까지 점거한 시위대 때문에 버스는 아예 다니지도 않았다. 집이 목동인 양 씨는 인파를 뚫고 서대문역까지 30분을 걸어가 지하철을 타야 했다.
‘국민을 위해’ 철도 민영화를 막겠다며 거리로 나온 철도노조 등 민노총 조합원들의 안중에 정작 국민은 없었다. 이들은 국민들에게 참기 힘든 불편과 짜증만 안겨줬다.
이날 집회는 불법과 무질서로 얼룩지면서 서울 한복판을 순식간에 ‘무법천지’로 만들었다. 결의대회가 끝난 뒤 집회 참가자 가운데 최대 7000여 명(경찰 추산)이 도로 위로 쏟아져 나오며 태평로와 세종로 일대는 전 차로가 시위대에 점령당했다. 주말을 맞아 나들이를 나오거나 급한 일을 보기 위해 시내로 나온 차량들은 꼼짝없이 도로에 갇혔다.
그동안 정부의 대응에서도 국민을 최우선시하는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무더기 직위 해제, 대체인력 채용, 최후통첩 등 강경대응을 이어가는 과정에서 국민에게 ‘불편을 참아 달라’는 진솔한 설명이나 양해를 구하는 모습은 거의 없었다.
이번 파업으로 투입된 외부 대체인력은 29일 현재 1080여 명에 달한다. 코레일은 26일 기관사 380명과 승무원 280명을 선발한다는 채용공고를 냈다. 하지만 코레일은 대체인력과 신규인력 투입도 국민의 안전을 최우선시해야 한다. 불편을 최소화하기 위해 대체인력 채용을 서두르다 15일 한국교통대 철도대학 학생이 투입된 전동차에서 발생한 승객 사망 같은 안전사고가 또 일어날 수 있다.
국민의 혈세로 유지되는 경찰 등 공권력과 사법기관 역시 국민의 이익을 최우선적으로 보호하는 데 제 역할을 다해야 한다는 의견이 많다. 특히 불법 집회·시위에 대한 법원의 판결이 오락가락한다는 지적은 꾸준히 나오고 있다. 정군기 홍익대 교수는 “노조는 불법 행위를 앞세우고 정부 역시 ‘유연하게 하면 밀린다’는 생각에 속전속결로 강행하는 상황”이라며 “국민이 느끼는 피로감이나 스트레스가 임계점에 도달한 만큼 양보할 수 있는 명분을 국민의 불편에서 찾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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