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낮부터 밤 12시 무렵까지 11시간 동안 서울 광화문 일대는 불법 시위대의 해방구였다. ‘민중 총궐기 투쟁대회’를 주최한 민주노총과 전국농민회총연맹 등 53개 단체 소속 6만8000여 명(경찰 추산·주최 측 추산 13만 명)이 10차로 도로를 점거하고 쇠파이프를 휘두르며 경찰을 향해 횃불까지 던졌다. 청와대 진출을 시도하는 시위대를 경찰이 막아서자 격렬한 공방이 벌어지면서 경찰버스 50대가 부서지고 경찰관 113명이 다쳤다. 시위대에서도 부상자가 속출했지만 더 큰 피해자는 마비된 주말 도심에 갇혀 공포에 떨어야 했던 시민이었다.
어제 불법 폭력시위에 가담한 53개 단체 중 상당수는 작년에 불법 집회를 주도한 ‘4·16연대’에 참여했거나, 2008년 광우병 시위 참여 단체들이다. 노동개혁 반대, 국정 교과서 반대 등의 구호가 터져 나왔으나 국가보안법 폐지, 박근혜 퇴진 같은 상시적 반(反)정부 주장도 빠지지 않았다. 대한민국의 헌법 질서에 도전하는 세력들의 잔치판이나 다름없었다.
공권력은 무기력했다. 전날 김현웅 법무부, 이기권 고용노동부 장관 등 5개 부처 장차관은 불법 폭력시위에 단호하게 대응하겠다고 밝혔지만 경찰은 차벽을 파손하려는 시위대에 물대포만 쏘며 51명을 검거했을 뿐이다. 구속영장이 발부된 한상균 민주노총 위원장이 일장 연설을 하는데도 경찰은 지켜만 보다가 검거에 실패했다. 한 위원장은 다시 서울광장에 나타나 “서울 도심을 노동자 거리로 만들자”며 공권력을 비웃었다. 어제 또 긴급담화를 통해 “불법 시위를 주도하거나 배후 조종한 자, 극렬 폭력행위자는 엄벌하겠다”고 이틀 전에 했던 말을 되풀이한 김 장관은 무거운 책임을 느껴야 한다.
강신명 경찰청장은 그동안 불법 폭력시위 주동자를 엄벌하고 주최 단체에 배상 책임을 끝까지 묻겠다고 다짐했지만 과연 제대로 이행했는지 묻고 싶다. 경찰관을 폭행하고 국민 세금으로 마련된 법질서 수호 장비를 파괴한 폭력시위자들에 대해 구속영장을 기각하고 솜방망이 판결을 내린 법원의 원칙 없는 관용 역시 불법 시위를 부추긴 원인이다. 제1야당인 새정치민주연합은 “우려했던 경찰의 무차별 과잉 대응이 기어코 불상사를 부르고 말았다”는 발표로 폭력적 시위대에 영합하는 모습을 보였다. 무기력한 정부와 관용적인 사법부, 기회주의적인 야당이 서울 도심을 난장판으로 만든 불법 폭력시위의 상습화를 방조하고, 또 조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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