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도회 “범법자 은신” 불만 폭발
끌어내기 시도하다 몸싸움도… 韓위원장 속옷 차림으로 맞서
폭력, 불법 집회를 주도한 한상균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위원장(53)의 조계사 은신이 15일째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조계사 신도들이 30일 직접 한 위원장의 퇴거에 나섰다.
조계사 신도회는 이날 오후 2시경 서울 종로구 우정국로 조계사 인근에서 약 1시간 회의를 한 뒤 “만장일치로 한 위원장의 퇴거를 요청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신도회 임원 10여 명은 이어 오후 3시경 한 위원장이 은신해 있는 조계사 내 관음전으로 들어가 “보름 동안 시간을 줬으면 충분한 것 아니냐”며 “이날 밤 12시까지 조계사를 나가 경찰에 자진 출석하라”고 통보했다.
박준 신도회 부회장(73)은 한 위원장 강제 퇴거에 대해 “종교는 중립에 서야 하는데 범법자가 불교 사찰에 있는 것을 더 이상 용납할 수 없다”고 말했다. 박 부회장에 따르면 한 위원장은 “(나는) 잘못한 것이 없다. 5일까지 기다려 달라”고 말하며 신도회 측의 거듭된 퇴거 요청을 거부했다. 신도회의 한 관계자는 “몸싸움 중 한 위원장이 끌려 나오지 않으려고 옷을 벗어 속옷 바람이 됐다”고 전했다.
신도회는 1시간여 동안 한 위원장에게 퇴거를 요구하다 실패한 뒤 조계사 주지인 지현 스님을 면담했다. 신도회에서 고문을 맡고 있는 한 신도는 주지 스님에게 “대자대비를 베푸는 불교가 한 사람으로 인해 훼손돼 많은 신도들이 많이 분노하고 있다는 입장을 전했다”고 했다. 신도회는 1일에도 200여 명이 참여하는 총회를 열 계획이다.
조계사 신도회가 직접 나선 것은 한 위원장 은신이 장기화하면서 범법자를 보호하고 있다는 사회적 비판과 신도들의 신앙생활에 차질을 빚으면서 불만이 커졌기 때문이다. 평화적 집회 문화의 정착을 명분으로 내세우면서도 사실상 민주노총의 입장을 대변해 주고 있는 화쟁위원회(위원장 도법 스님)의 행보에 대한 불만도 깔려 있다.
조계종과 조계사 측은 신도회의 한 위원장 퇴거 요청에 대해 “종단이나 사찰이 아닌 신도회 차원의 대응”이라며 선을 긋고 있다. 하지만 종단 직영사찰로 총무원의 영향력이 강한 조계사 분위기를 감안할 때 신도회의 이번 조치에는 화쟁위의 행보에 비판적인 종단의 내부 기류가 반영됐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조계사의 한 관계자는 “수차례 범법 행위를 한 한 위원장을 보호하면서 무조건 평화시위를 보장하라고 정부를 압박하는 것은 사리에 맞지 않는다”며 “천주교정의구현사제단과 목회자정의평화실천협의회 등 대통령 퇴진을 요구하는 일부 종교단체들이 가세하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한편 민주노총은 신도회 임원들이 물러난 뒤 관음전 앞에서 연 기자회견에서 “한 위원장이 자진 출두할 계획은 없다”며 “한 위원장에 대한 신변 위협은 정권이 조계사를 압박해 벌어진 사건”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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