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가 방패 되던 시대 지났다”… 체포 찬성 여론 57%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12월 1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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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상균 체포 또 연기]
시민들 ‘조계사 도피’ 비난 목소리

한상균 민주노총 위원장의 조계사 은신생활이 10일 정오까지로 또다시 연장되자 조계사가 ‘소도(蘇塗)’처럼 범죄 혐의자의 방패 역할을 하는 것이 과연 맞느냐는 비난 여론이 거세지고 있다.

빅데이터 분석업체인 이든데이터가 9일 하루 동안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상에서 조계사와 한 위원장을 언급한 5999건의 메시지를 분석한 결과 경찰의 조계사 강제 진입에 찬성하는 의견이 많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경찰 진입에 찬성하는 성향인 SNS는 57%, 반대 의견은 43%였는데 진입 시간이 임박할수록 찬성하는 의견이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시민들은 “시대가 달라졌는데 종교단체와 민주노총만 착각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회사원 윤혜성 씨(51)는 “종교시설이 범죄자를 보호해 준다는 건 그 사고가 너무 오래전 1970, 80년대에 머물러 있는 것 같다”며 “법 안에서 시민의 인권이 보장받지 못했을 때나 종교시설에 들어가는 것이 이해받았던 것”이라고 말했다. 절차적 민주주의가 이미 보장돼 있는 만큼 종교단체가 도피를 도울 것이 아니라 한 위원장이 나가도록 했어야 한다는 뜻이다. 배성현 씨(30·회사원)는 “법은 사회의 약속이고 스스로 떳떳하다면 여론도 따라올 것”이라고 말했다.

‘정당한 법 집행까지 막는 것은 종교단체의 월권이 아니냐’는 의견도 나온다. 허모 씨(42·자영업)는 “대한민국은 법치국가이지 종교국가가 아니다”라며 “고조선도 아니고 소도처럼 범죄자를 숨겨줄수록 종교에 대한 불신이 생길 것”이라고 말했다.

종교단체가 은신처로 받아들여진 것은 1970년대 군사독재 시절로 거슬러 올라간다. 1974년 인민혁명당 사건에 연루됐다며 박정희 정권이 지학순 주교를 구속하자 천주교가 민주화운동의 전면에 나서면서 명동성당은 군사정권도 들어갈 수 없는 성역으로 받아들여졌다.

그러나 2000년 한국통신 노조의 농성 이후 명동성당 측이 “더 이상 점거집회나 천막농성을 방관하지 않겠다”고 선을 그으면서 상황은 달라졌다. 2001년 7월 단병호 민주노총 위원장 단식농성, 2002년 2월 철도가스 노조 농성, 2002년 10월 보건의료 노조 농성에 성당 측은 모두 퇴거를 요구했다.

조계사가 최근 새로운 은신처로 각광받게 된 데는 이유가 있다. 2002년 3월 경찰이 경내로 들어가 발전노조 조합원 7명을 체포한 뒤 불교계의 반발이 거셌다. 그런 배경 때문에 2008년 8월 ‘광우병국민대책회의’ 지도부와 이석행 민주노총 위원장이 100일간 조계사에 피신했을 때 경찰은 불교계의 반발을 의식해 진입하지 못했다.

일부 종교단체는 한 위원장 체포 시도에 반발했다. 천주교정의구현전국사제단은 9일 성명을 통해 “불교의 심장이나 마찬가지인 조계사에 대한 겁박과 침탈 그리고 한 위원장에 대한 탄압을 즉각 중단하고 노동자의 존엄과 권리를 보장하는 노동법 제정에 힘쓰라”고 촉구했다. 대한성공회 정의평화사제단도 “종교는 억울하게 고통받는 사람들의 마지막 피난처가 되어야만 한다”는 성명을 냈다.

노지현 기자 isityou@donga.com
#한상균#조계사#체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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