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여름은 에어컨 대란의 양상이 완전히 다를 전망이다. 주52시간 제도 시행 이후 첫 여름인만큼, 가전업계는 비상이 걸렸기 때문이다. 소규모 협력사 소속으로 성수기면 야간에도 일했던 에어컨 수리기사들도, 폭염을 참아야 하는 고객들에게도 ‘처음’ 맞는 여름이 될 것으로 보인다.
1일 업계에 따르면, 올해는 에어컨 수리기사 등 삼성전자와 LG전자의 서비스 수리기사들이 정규직으로 고용된 첫 해로, 300인 이상 사업장에 적용되는 주52시간 대상이 됐다. 지난달 31일로 주52시간 계도기간이 끝나면서 이날부터 300인 이상 사업장에서 주 52시간제를 위반하면 처벌을 받는다.
기상청이 올여름 기온이 평년보다 높을 것으로 전망하면서 올해도 무더위 속 ‘에어컨 전쟁’이 불가피하다. 이 때문에 가전업계는 에어컨 설치 및 수리 서비스 접수가 몰리는 5~8월을 걱정하고 있다. 지난해 여름에도 에어컨 설치나 A/S(애프터서비스)는 고객 요청 후 대기가 일주일 이상인 경우가 많았는데, 올해는 접수가 몰리면 1~2주씩 기다려야 할지도 모른다는 것. 지난해까지는 에어컨 수리나 설치 접수가 들어오면 밤 9시에도 방문했지만 올해는 ‘불법’이기 때문에 불가능하다.
지난해까지 삼성과 LG전자의 에어컨 수리기사 대부분은 각 지역에 위치한 수십명 규모의 협력사 소속이었다. 300인 미만이라 주 52시간 근무제 적용 대상이 아니었지만, 올해 이들은 삼성전자서비스와 LG전자가 정규직으로 직접고용하면서 300인 이상 대기업 소속 직원이 됐다.
기업들은 성수기 에어컨 수리 접수가 지연될 것이 불 보듯 뻔한 상황에서, 고객들의 불만을 어떻게 처리해야 하는지를 두고 고민이 깊다. 빠른 방문서비스를 원하는 고객과 주52시간 제도 시행 사이에서 현명한 답을 찾아야 하기 때문이다.
가전업계 관계자는 “에어컨 성수기에만 인력을 대폭 늘릴 수도 없고, 현재는 정규직 고용이 원칙이라 성수기 반짝 대응이 어렵다”며 “예년처럼 야간이나 주말에 고객들의 수리서비스에 대응할 수 없기 때문에 고객들에게 사전점검을 권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급한 대로 삼성전자는 ‘비포 서비스(BS·사전점검)’ 확대에 공을 들이고 있다. 서비스 이용 고객들에게 안내 문자를 보내고, 대형 식당이나 콘도 등 숙박업소 등에는 미리 에어컨 점검을 받도록 권유하고 있다. 업소 대상 휴가철 이전 방문점검도 진행할 계획이다. 삼성전자서비스 측은 “에어컨 수리의 경우 냉매 교환 비중이 높은데, 이는 3~4월에 미리 신청하는 것이 수월하다”며 “성수기 전 미리 사전점검을 통해 쾌적한 여름을 보낼 수 있도록 고객들에게 안내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삼성전자서비스 측은 “여름철 접수되는 에어컨 수리 중 냉매충진이 15%, 별도의 부품이 필요하지 않은 비교적 간단한 수리가 15% 정도”라며 “이런 류의 고장은 사전점검을 이용하면 더운 여름철에 며칠씩 수리기사를 기다릴 필요가 없다”고 강조했다.
다만 아직까지는 사전점검 신청이 저조한 상황이다. 대부분 소비자들은 제품이 고장 나야 A/S를 신청한다. 삼성전자서비스에 따르면 에어컨 기존 구매 고객들을 대상으로 BS를 권유했을 때 이에 응하는 고객은 30% 정도에 불과한 수준으로 집계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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