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 의결위 민간위원들 지적… “정부입김 최근 인사논란서 드러나”
금통위 같은 독립성 확보 방안 제시
복지부 “17일 공청회 열어 의견수렴”… 스튜어드십은 예정대로 도입 방침
“스튜어드십 코드보다 국민연금의 독립성 확보가 우선이다.”
보건복지부와 국민연금관리공단이 이달 말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을 예고한 가운데 국민연금의 의결권 행사를 담당하는 민간위원들도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하지만 정부는 최근 장하성 대통령정책실장이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장(CIO) 인사에 개입했다는 논란에도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을 강행하겠다고 밝혔다.
9일 복지부 기금운영위원회 산하 ‘의결권행사 전문위원회’(의결권전문위)는 서울 중구의 한 식당에서 위원 9명 전원이 참석한 가운데 비공개 긴급 회의를 했다. 의결권전문위는 기금운용본부 내 투자위원회에서 요청한 사안에 대해 국민연금의 의결권 행사 여부를 결정하는 기구다.
이날 회의는 복지부가 스튜어드십 코드를 도입하기에 앞서 위원들의 의견을 들어보기 위해 전격 소집한 자리였다. 이날 위원들은 약 2시간 동안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을 둘러싼 의견들을 쏟아냈다. 현 상황에서 스튜어드십 코드를 도입해서는 안 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한 위원은 “최근 CIO 인사 개입 논란에서 보듯이 국민연금은 여전히 정부나 정치권으로부터 휘둘릴 수밖에 없는 구조다.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을 서두를 게 아니라 국민연금의 독립성 확보를 먼저 신경 써야 할 때 아니냐”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실제 전문가들 사이에선 “국민연금의 독립성과 전문성을 키우는 조직 개편이 급선무”라는 의견이 많다. 독립성을 확보하는 방안으로는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 모델이 거론된다. 기금운용본부의 공사화도 독립성을 키우는 방안 중의 하나다. 기금운용본부를 국민연금에서 분리해 별도의 투자 전담 공사로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국민연금이 위탁운용사를 선정할 때 책임 투자 여부를 기준에 넣는 방안에 대해서는 의견이 엇갈렸다. 일부 위원은 “제대로 된 책임 투자를 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진 운용사와 자문사가 턱없이 부족한 상황에서 위탁운용사에 책임 투자를 부추길 경우 외국 헤지펀드들의 결정을 추종하거나 정부의 눈치를 보며 주주권을 행사할 가능성이 크다”고 주장했다.
복지부는 이런 논란을 의식한 듯 17일 공청회를 열어 최대한 다양한 의견을 수렴하겠다는 입장이다. 다만 장 실장의 인사 개입 논란과는 별개로 예정대로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을 진행한다는 방침을 세운 상태다.
이에 따라 이달 26일 국민연금 기금운용위원회를 열어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을 의결할 예정이다. 복지부 류근혁 연금정책국장은 “스튜어드십 코드와 청와대 인사 개입은 별개의 사안”이라며 “오히려 각종 불법이나 개입을 막기 위해 스튜어드십 코드가 필요하다. 일단 공청회 등을 통해 여러 목소리를 들어 보겠다”고 밝혔다.
:: 스튜어드십 코드 ::
국민연금공단, 자산운용사 같은 기관투자가들이 주인의 재산을 관리하는 집사(스튜어드)처럼 고객을 대신해 투자 기업의 의사 결정에 적극 참여하고 그 결과를 투명하게 보고하는 행동 지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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