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이 30일 ‘국민연금기금 수탁자 책임에 관한 원칙’(스튜어드십 코드)을 도입하기로 한 데 대해 재계에서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스튜어드십 코드가 경영 참여를 제한적으로 허용하는 방향으로 시행된다고 하지만 경영 참여 단서 조항이 애매해 기업 경영권 침해 및 관치주의 논란이 불거질 수 있다는 것이다.
국민연금은 지난해 말 기준 국내 주식시장 시가총액의 7%에 육박하는 131조5000억 원을 투자했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올해 6월 기준 국민연금이 지분 5% 이상을 보유한 기업은 299개인데, 스튜어드십 코드 시행으로 당장 이 기업들에 대해서는 기금운용위원회 의결을 통해 경영 참여가 가능해졌다.
이 같은 ‘큰손’ 국민연금이 주주권 행사에 적극 나설 경우 기업들에는 상당한 부담 요인이 될 수밖에 없다는 게 재계 입장이다. 특히 정부 정책 방향에 맞추도록 기업 경영 활동에 제한을 가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한 대기업 관계자는 “지난달 국민연금이 대한항공에 처음으로 주주로서 공개서한을 발송한 사건을 계기로 주요 기업들마다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 이후 국민연금이 하게 될 역할을 파악하느라 분주했다”고 전했다.
특히 ‘불확실성’을 가장 큰 경영리스크로 꼽는 기업들로선 국민연금의 경영 참여에 대한 구체적인 조건이 아직 명확하지 않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 이날 브리핑에서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은 “기업 경영가치를 심각하게 훼손하는 경우 기금운용위원회가 판단해 예외적으로 참여할 수 있다”고 밝혔지만 재계에서는 “경영가치 훼손의 기준이 애매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는 “한국보다 먼저 제도를 도입한 영국, 일본 등에서도 코드 도입의 실효성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며 “제도 도입의 성과를 주기적으로 점검·평가하는 모니터링 활동이 강화돼야 한다”는 입장을 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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