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적 물의 기업 주주권 적극행사
기업 위법행위 등으로 자산손실땐 주주대표 소송-손해배상소송 제기
결정사항은 14일이내 사전공시
국민연금은 횡령이나 배임 등 직접적으로 주주가치를 훼손하는 경우 외에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기업에도 적극적으로 주주권을 행사하기로 했다. 또 기업의 위법 행위로 주식뿐 아니라 채권, 부동산 등 다른 자산이 손실을 입었을 때도 소송에 나설 방침이어서 기업 경영에 대한 입김이 한층 강해질 것으로 보인다.
20일 보건복지부와 국민연금공단이 작성한 ‘국민연금기금 국내 주식 수탁자 책임 활동(스튜어드십 코드)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국민연금은 기업 내부 경영 관련 사안뿐 아니라 사주 갑질 등 ‘컨트러버셜 이슈(Controversial Issue·기업 가치에 영향을 주는 사건을 총칭)’로 사회적으로 예상치 못한 우려를 낳은 기업에 대해서도 주주권을 행사한다. 기업이 사법기관의 수사를 받거나 환경오염, 사회적 책임, 지배구조 건전성 관련 이슈가 생기면 중대성을 평가한 뒤 일정 절차를 거쳐 경영권 참여까지 한다는 것이다.
주주대표소송은 투자 대상 기업에 재직했거나 재직 중인 이사와 감사, 업무 집행 관여자에 대해 제기할 수 있다. 손해배상소송은 국민연금이 투자한 기업이 법이나 관련 규정을 위반해 주식, 채권, 부동산 등 투자자산에 손해를 입힌 경우 해당 기업 또는 임직원에 대해 제기하기로 했다. 국내 자본시장에서 자금을 조달하는 기업은 대부분 국민연금의 소송 대상에 포함될 수 있는 것이다. 국민연금은 2017년 말 현재 799개 기업의 주식, 435개 기업의 채권에 투자했다.
소송을 제기할 땐 제소 요건 충족 여부와 승소 가능성, 실익 등을 판단해 기금운용본부 내 투자위원회 또는 수탁자책임전문위원회가 소송 여부를 결정하기로 했다. 다만 회사 및 회사 임원에 대해 사실상 영향력을 행사하거나 다른 주주의 요청에 무조건 부응하기 위한 목적으로는 소송을 제기하지 않기로 했다. 하지만 주주대표소송의 경우 다른 주주로부터 대표소송 참여 요청이 있는 경우 기금의 참여가 제소 요건 충족에 필수적인 경우에 한해 소송 제기 여부를 검토할 방침이다.
국민연금은 또 투자위원회나 수탁자책임전문위원회에서 이뤄진 모든 결정 사항을 원칙적으로 14일 이내에 공시하기로 했다. 국민연금이 투자한 기업의 주주총회 안건에 대해 연금이 사전에 내린 결정 내용이 주총 이전에 공개되면 다른 주주들이 이를 참고해 연금과 행동을 같이할 수 있는 점을 감안한 것으로 보인다.
이번 가이드라인은 지난해 7월 국민연금이 스튜어드십 코드를 도입한 뒤 소송의 구체적 절차와 기준을 명문화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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