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양유업이 국민연금의 배당 확대 요구를 사실상 거부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이에 따라 최근 주주권 행사 등을 통해 상장사 경영에 연일 강경하게 개입해온 국민연금의 행보에 일단 제동이 걸렸다.
남양유업은 11일 입장문에서 “홍원식 남양유업 회장(51.68%) 및 특수관계인(2.17%)의 지분이 총 53.85%로 배당을 확대한다면 증가된 배당금의 50% 이상이 최대주주와 특수관계인에게 돌아간다”며 “이 때문에 사내유보금으로 기업가치 상승을 견인하고자 낮은 배당 정책을 유지해왔다”고 밝혔다. 현 지분 구조에서 배당을 늘리면 회사 가치가 개선되기보다는 대주주 일가에 더 큰 이익이 돌아간다는 뜻이다. 남양유업은 이어 “지분 6.15%를 보유한 국민연금이 주주 권익을 대변한다는 논리는 이치에 맞지 않는다”며 국민연금을 정면으로 겨냥했다.
국민연금은 7일 의결권 전문기구인 수탁자책임전문위원회 산하 주주권행사 분과위원회를 열고 남양유업에 배당정책 수립 및 공시를 심의·자문하는 위원회를 설치하는 내용의 정관 변경을 제안했다. 국민연금은 2016년부터 남양유업에 꾸준히 배당 확대를 요구해왔으며 지난해 5월에는 현대그린푸드와 함께 ‘저배당 블랙리스트’에 올려 압박 수위를 높였다.
그러나 시장에서는 남양유업의 지분 구조를 감안했을 때 국민연금이 주주권 행사라는 목적을 위해 무리수를 뒀다는 분석이 나온다. 국민연금 요구대로 정관이 변경되려면 3월 주주총회에서 출석 의결권의 3분의 2 이상이 찬성해야 한다. 국민연금의 주주 제안은 소액주주의 표를 모두 얻는다고 해도 지분 50%를 넘는 대주주가 사실상 반대한 만큼 현재로서는 통과될 가능성이 없다.
최근 국민연금의 ‘과속 행보’는 “스튜어드십 코드를 적극 활용하라”는 최근 문재인 대통령의 발언, 그리고 이에 동조하는 여권의 태도에 편승한 조치라는 지적이 나온다. 국민연금은 1일 한진그룹 지주사인 한진칼에 정관 변경을 요구하는 주주권을 행사하기로 했다. 국민연금이 저배당 기업으로 지목한 현대그린푸드는 최근 2018년 결산 배당금을 전년보다 162.5% 늘린다고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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